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전은강 지음 / 디오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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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란


3년 전, 영화배우처럼 곱던 어머니는 사랑하는 아부지과 노루새끼 같은 나를 세상에 남기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그리워 하시면서도 내게만은 미소를 잃지 않으셨고, 이제 의지할 때라곤 나뿐 이라며 나를 아끼셨다. 그리하여 나는 아버지 말씀을 거역치 않고, 열심히 공부하여 성실한 어린이로 자라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애정이 충만한 사람들에게서만 있을 수 있다. 현이네 부자는 애정에 굶주렸다. 홈 비디오 배우셨던 현이 어머니는 영화촬영 중 사고로 돌아가신다. 아버지는 그녀가 남긴 많은 보험금에도 더 많은 돈을 벌어주지 않고 자신을 떠난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그 사이 아들 현이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바싹 벼른 경계가 싹튼다. 비록 자기를 먹여 살려주시는 아버지지만, 아버지의 검은 속을 꿰뚫는 심안을 가진 탓이다.

 

치고 박는 부자 사이에 아래층 카페 민트의 미미여인이 나타난다. 엄마를 닮았다는 이유로 호감에서 흑심으로 발전시킨 아버지와 엄마를 닮았으니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수호기사를 자청하는 현이 부자는 그래서 더 열심히 전투에 임한다. 애정 쟁탈전인 것이다.


상가건물의 주인집인 이들 부자에게 미미여인은 잘 보여야했다. 그녀는 첫 사업을 시작하는 이혼녀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당히 꼬리를 살랑거려주면 더욱더 흥분한 아들과 그 아비는 더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그들 부자들의 이야기면 금방 식상해 질 거다. 그들 부자에겐 독특한 이웃주민들이 있다. 여색를 밝히는 세탁소 아저씨, 술주정뱅이 남편을 둔 쌀집 아줌마, 현이 아빠를 좋아하는 슈퍼마켙 아줌마, 아내 패는 빵집 아저씨 등이 현이네와 얽히고 설켜 정말 웃기는 동네로 만들어 놓는다.


현이 아버지의 직업은 신종 사기꾼, 규격에 맞지 않는 상품을 생트집잡고 웃는 얼굴로 협박하는 일로 생계유지를 하는데 그 비루하고 얍샵한 모습에 실실 웃음이 난다. 현이가 아빠에 비하면 밴댕이 속은 운동장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 사건들도 그 부자였기에 유쾌하다.


시종일관 미미여인을 염탐하고, 어떻게 해야 패를 유리하게 돌릴지 연신 눈알을 희번덕거리는 현이 부자는 사실, 솔직한 남자들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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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28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같은 글을 읽고도 이렇듯 잘 정리하지 못했는데
감동이라는 말만 자꾸 떠오를 뿐...
참 감상문을 잘 쓰시는군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셔서 고맙고요.

모과양 2005-07-28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망님. 부끄럽사와요. 이 책 무척 재미있었는데 꼬망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저도 실은 잘 쓰는 축엔 들지 못해요. 잘 써보겠다고 몸부림은 쳐보는데, 쓸 때마다 문장력 부족을 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