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미즈타니 오사무 지음, 김현희 옮김 / 에이지21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픈 아이와 아픈 선생


미즈타니 오사무의 인터뷰 화면을 봤다. 그의 첫인상은 상당히 강했다. 자신은 암이 걸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며, 남은 시간은 더욱 더 아이들에게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을 섞은 고기로 비유한 이야기에서 그의 진지함은 자못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짙은 쌍꺼풀진 두 눈과 거칠게 정돈된 수염은 그를 초췌히 보이게 했다. 이제 한국도 얼마 남지 않았노라고, 이런 책이 않 팔리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미안하지만 일본에서도 베스트 셀러였던 이 책은, 한국에서도 베스트 셀러였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은 읽기가 싫다. 남의 아픈 과거사를 듣는 이야기는 참으로 힘들다. 더구나 반사회적으로 비춰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더 슬프고, 무섭다.

소설이 아닌 실제 에세이에서 성폭행 또는 아동학대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 뜨끔 할 수밖에 없다. 우연히 잡은 유미리의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가 그랬고, 이훈구의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는 숨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었다. 그나마 희망적이였던 오히라 미쓰요의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도 껄끄럽긴 마찬가지였다.


불량 청소년 뒤에는 불량 부모가 항상 따라 붙는다. 사실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그렇다고 부모가 잘못했냐면 부모도 어찌보면 피해자다. 학교서 배운 애착장애가 생각났다. 반사회적 인격도 생각나고, 약물 중독도 다시 생각나게 했다. 이 책의 처음 부분에 약물중독에 대한 저자의 초창기 이야기가 나온다. 그 장의 중간에서 난 저자의 실수를 예견했다. 어쩌면 저자의 실수는 아니다. 약물에 대한 이야기는 일반인들에겐 관심도 가져선 안되는 금기 아닌가. 나도 정신간호 배우면서 처음 알았었다.


“마즈타니 선생, 그를 죽인 건 당신이에요. 본드와 각성제는 그렇게 간단히 끊을 수 있는데 아닙니다. 그건 의존증이라는 병입니다. 병은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당신은 그 병을 ‘사랑’의 힘으로 고치려고 했소. 하지만 병을 ‘사랑’이나 ‘벌’의 힘으로 고칠 수 있습니까? 고열로 괴로워하는 학생에게, 애정을 담아 힘껏 껴안아준다고 열이 내려갑니까? ‘너의 근성이 해이해져 있기 때문이다’라고 야단을 친다고 열이 내려갑니까? 병을 고치는 건 우리 의사들의 일이랍니다. 사랑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p. 66 ~ 67

 

 결국 이 사건은 저자가 약물과 싸움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오토바이 폭주족 수렁에 빠진 아이, 본드에 손댄 아이, 사창가를 전전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천천히 나온다.


이 책, 일단 쉽다. 사진이 많고 내용전개도 자세하기보단 간소하다. 그렇다고 저자의 수고가 옅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좀더 자세히 쓰였으면 했다. 그가 힘써왔던 자세한 과정을 듣고 싶어서 산 것인데, 조금 아쉽다. 어쩌면 이점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쉽게 잡히게 만들었을지 모르겠다.


이런 책 읽기 싫어한다고 하면서도 꾸역꾸역 읽은 건 다 챙겨본 내가, 너무 앞섰던 것 같다. 내 주위엔 책에 거론된 만큼 심각한 아이들이 다행히도 없었다. 기껏해야 공부를 못하는 수준이지, 정학 맞은 친구도 없었다. 중학교 때 가출이란 걸 하는 같은 반 아웃사이더들에게 놀란 것이 전부다. 그 때 그들을 이해 못하고 경멸 찬 시선을 보냈던 어쭙잖은 내 모습이 생각이 난다.



ps. 책에 1/3이 흑백 사진이다. 그 사진 중에 진짜 뜨악했던 사진 한 장을 올린다. 손을 잘 보시라, 이유는 이 책을 읽으신 분 만이 발견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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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5-21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이 왜왜, 왜요...(이것이 궁금해서라도...책을 사봐얄까요^^?

모과양 2005-05-2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쉽고 괜찮은 책이니, 한번 읽어보세요. ^^ 손에 대한 발견은 제 입으론 말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