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부를 못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
야마다 에이미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리뷰를 못해 (부제: 건방리뷰)


지금 쓰는 리뷰는 리뷰랄 것도 없다. 그냥 이 책 읽었다 정도의 기록이다. 나의 리뷰에 실망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식으로 써보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어 봤던 분들은 이런 건방리뷰에 공감하실 것 같다. 도키다 식으로 말해보고 싶어졌다.


“도키다 히데미입니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나는 공부를 못해요.”

아이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을까하고 중얼거리며 머리를 저었다.

“거기다 글씨도 엉망이야.”

점점, 모두들 요절복통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내가 서기를 해야 하는 거지.”

“아무도 하고 싶지 않으니까”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틀렸어. 나는 인기가 있기 때문이야.”(p.12)


고교생으로 상당히 쿨 한 도키다의 이야기다. 주변인물들도 상당히 쿨하다. 도키다를 보면서 자유로운 생각이 어떤 것인지를 느낀다. 남자 고교생이 주인공인 성장문학 중 ‘나는 공부를 못해’가 조금 밑 순위지만 재미는 있다.

(고교생들 기억나는 것만 열거 : 박현욱의 “동정없는 세상”, 가네시로의 “레벌루션 No.3", 이순원의 “19세” 등)


나는 그렇게 솔직하게 살아본 적이 없었는데, 녀석은 거침없다. 특히 선생님께 친구처럼 다가가는 점도 신선하다. 그와는 반대로 서로에게 맞지 않는 선생님을 만나도 언제나 굳굳하다. 행동으로 옮기든 생각만하든 자신에게 그렇게 솔직할 수 있었다는 것이 무척 부럽다.


여기서 리뷰는 끝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도키다 식으로 말해보련다. 나의 허접리뷰야 잘 읽어 주지도 않지만, 누가 딴지를 걸던말던 쓰고 싶은 말이 생겼다.


내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별점도 짜다. 웃기면 5별 주는 특별전형도 있지만, 책값에 민감한 고로 제값 못하는 것에는 얄짤없다. 내 리뷰에 자부심을 가져보자며 굵직하게 써볼  일은 극히 예외적인 때뿐일 것이다. 혼자 자부심을 가볍게 세워볼 때가 있긴 하다. 그 때는 질이야 어떻든 간에, 올리면 올라가는 마이리뷰 00편이라고 하는 그 숫자뿐이다. (이웃 분들에 비교도 안 될 적은 숫자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올리는 내가 기특하다.)


내 리뷰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나도 읽었다’는 증거용 기록이자,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review일 뿐이다. 무슨 서평대회를 위해서 섰던 것도 아니고, 좋은 서평 써달라고 공짜  책 받고 쓴 적도 없다. 순전히 피 같은 내 돈 내고 사서 내가 느낀대로, 연장된 생각을 쓴 것 뿐이다. 물론 내 리뷰로 구매의욕이 달라질 순 있겠지만, 그건 그 책을 선택할 예비 독자의 몫이다. 같은 책도 누구에겐 재미있었지만, 누구에겐 재미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 장을 덮는 그 순간, 그 사람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지 평점이나 생각한 점이 다르다고 하여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의갖춘 비판이나, 자신은 이런 점을 느꼈었다고 달아준 덧글은 감사하다.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조금 더 신중한 독자분들이 아니라, 서평에 집착하는 관계자 분들이다. (특히. 알바리뷰)


우리는, 책장사로 이윤을 보는 사람도 작가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들도 아니다. 나야 책값-기대 비례 원칙으로 흑심과 앙심을 동시에 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서재인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그들의 리뷰를 써주기 위해 책 읽나?


다른 서재인들의 도움으로 사봤으니, 미약한 리뷰지만 다른 분들께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하고 쓰시는 분들이 더 많다.


내가 올린 리뷰가 일반 독자가 아닌 집필 저자나 출판 관계자 분들께도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나름대로 탈고의 고통을 느끼고 내신 것인데, 섭한 리뷰를 써주니 속도 상하고 변명도 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책 출판을 위해 동분서주했을 모습을 떠올리며 답 메일을 보내드린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예비독자든, 출판관계자든, 책을 다 읽은 이웃이건 누군가를 위해 사전 검열한다는 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내 불량리뷰에 이견(異見)이 많다는 것은 알지만, 내가 리뷰를 쓰기 시작했던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나를 통해 나쁜 책을 또는 좋은 책을 택했다고 인사를 해주면 맞 인사는 해드릴 수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써달라, 저런 게 좋다, 이런건 안된다는 식의 요구내지 기대는 어불성설이다. 그렇게 획일된 평균적 리뷰는 많아봤자 클론(clone)이라, 클릭(click)하기만 귀찮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서로 의견은 달라도 인정 할 줄 아는 유연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ps. 이렇게 막가파 식 리뷰를 대담히 올리는 것은 이 책 저자가 일어를 쓰는지라 나의 리뷰를 읽을 가능성은 0.01%이고, 이 책을 번역한 양억관씨는 이 작품을 굉장히 오래 전에 쓰셨다.(번역 일을 처음 맡았을 때 쓰신 책이 바로 ‘나는 공부를 못해’라고 한다.) 출판사 작가정신이야 품격 좀 있어주시니, 넓은 아량으로 나의 리뷰엔 토달지 않을 것이다.


ps 2. 00님이 페이퍼에 쓰신 리뷰를 보니까 공감이 팍 가는 것이 울컥해서 쓴다. (저는 님의 리뷰 정말 좋아합니다.) 서재에 나타나면 안되는 몸인지라 이 리뷰만 쓰고 조용히 공부하러 간다.




00님 죄송합니다. 서재에 글을 남겨드려야 하는데, 리뷰 2편을 동시에 섰더니 머리가 탈진상태로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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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4-23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옛날에 이런 제목으로 리뷰 쓴 적이 있었죠... 많은 격려가 쏟아지더군요

마태우스 2005-04-23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이후의 글들이 참 마음에 와닿네요. 그래서 추천.

2005-04-23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과양 2005-04-23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이번 제 리뷰, 어떤 님께는 껄끄럽게  어떤 님께는 속 시원히 읽히겠죠.  이건 제 의견을 말해본 것 뿐이고, 상대에게 같이 동조해달라는 뜻은 없습니다. 서평 올려 주시는 님들마다 그에 대한 목적이나 생각은 다 다르니까 그대로 인정할랍니다. 저는 아주 유연합니다. ㅎㅎ


속삭이신 님. 그건 특별전형이었어요. 알고 지낸다는 것은 상호적인데, 리뷰라는 것은 평가를 빌어 일방적이니  상충되는 면이 있네요.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직접 들으니 지인의 비판도 쉬운게 아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