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변명 대학병원 건강교실 6
서민 지음 / 단국대학교출판부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기생충의 변명

‘닳지 않는 칫솔’, ‘대통령과 기생충’에 이어 3번째로 읽는 서민님의 책이었다. 이제 ‘소설 마태우스’만 읽으면 서민 명작 Ⅳ시리즈는 다 읽는 것이다.


펴낸 곳이 단국대학교출판부다. 출판사만 보고 이 책의 선택을 망설이지는 않길 바란다. 나 또한 출판사를 좀 따지고 책을 고르는 편인데, 이 책은 평범한 대학출판물이 아니었다. 병원로비에 비취되어 있는, 대학병원이 서비스차원에서 내놓는 심심한 대학출판물이 아니었다. 만약 당신이 단국대부속병원 로비에서 이 책을 발견한다면 당신의 경미한 통증따위는 잊게 될 것이다.


난 이 책을 살 때부터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평에서 별 5개가 꽉 채워진 책은 아주 귀하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기대를 넘어 만족이며, 만족을 넘어 작가에 대한 이해다.


‘대통령과 기생충’을 읽다보면, 기생충은 인류와의 평화공존을 원하며, 기생충학자는 기생충으로 세계인류 평화에 공헌하려는 사람임을 강조한다. 처음 그 글귀를 읽었을 때, 원래 재미있는 사람이었으므로 웃어넘겼다. 그런데 ‘기생충의 변명’을 읽으면서 작가가 진짜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책에서는 험난한 기생충 연구여정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는데, 그 속에서 느껴지는 연구의 어려움이 보통이 아니었다.


동양안충 이야기를 비롯, 지역사회 사례조사, 서민법칙에 대한 내용은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안타깝게 보이는 그의 행보가 있기에 오늘날 우리는 안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감사해야 할 일이다.

책에는 주제에 맞게 기생충이야기가 서술되어있고, 그에 대한 흑백 참고사진이 첨부되어있다. 누가 기생충의 몸체를 보길 원하며, 기생충의 징그러운 이미지를 각인 시키길 원하겠는가 마는 저자는  묵묵히 참고사진을 챙겨놓는다. 나는 여기서 저자가 보여주는 학문에 대한 자부심과 연구에 대한 경외감을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이 분야의 사람이다. 원한다면, 컬러판 사진을 첨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흑백사진을 첨부했다. 이는 비위약한 독자를 세심히 배려하기 위해서 택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기생충 충격영상을 처음 대면하여, 기생충의 재미난 이야기도 듣기도 전에 책을 덥을, 안타까운 독자도 넓게 수용할 듯하다. 책값을 맞추기위해 출판사가 단순히 흑백 일괄처리했다면, 더이상 할말은 없다. 그래도 이해를 돕기위해 사진을 찾아보던 저자의 부지런 함이 누락되는 것은 아니니까.

70년대도 아닌데 생각보다 기생충학자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서민님의 책을 접한 동료나 선후배는 실적이 없다며 그를 타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격려를 해줘야 한다. 나같이 기생충학에 대한 편견을 버릴 이가 생기는 것을 안다면, 공로상이라도 줘야한다.

이젠 기생충이 낯설지 않다. 그의 책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어 학습된 것도 있으며, 어느 순간 기생충에 관심이 생겨, 교양 생물서적에서 기생충이야기를 먼저 골라 읽는 버릇이 생긴 까닭이다.


책을 읽으면서 서민님이 기생충학자가 아니라, 전문의로 간다면 어떤 과가 어울릴지 잠깐 생각을 해보았다.


<설득력 있게 연결해 본 과>

흉부외과: 가장 중요한 메이저 과이나 그만큼 수술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그럼 마음 여린 서민님은 어쩌라고.

신경외과: 신경외과의 특성상 빠른 진단과 처치가 필요한데, 행동이 조신하고 여유 있으신 서민님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성형외과: 여자라면, 모두 미인이라고 부른다. 대상자가 요구하는 기준과 주치의가 주장하는 미적 견해차로 의료사고 낼 듯.

정형외과: 정형외과는 다른 과와는 달리 서열이 굉장히 세다. 그럼 누구에게나 골고루 나눠주시던 서민 유머를 수술 방에 불려온 실습생이나 인턴들만 누릴 수 있을 듯.

산부인과: 여성들에게 상냥하고, 아이들을 좋아할 듯하여 가장 잘 어울리는 직업이긴 하나,  고된 과가 산부인과이다. 그래서 제외.

외과: (이제 일반외과라는 말은 사라진다. 아무것도 없이 외과라고 한다.) 칼 솜씨로 모든 것이 갈라지는 외과. 그러나 서민님의 칼 솜씨는 별로일 듯

소아과: 신생아와는 잘 어울릴 듯한데, 학령전후 아이들은 서민님과 어울리기를 거부할 듯  그럼 서민님이 상처받는다.

(심장 신장 내분비...)내과 : 만성 장기환자가 많은 과다. 그래서 유머에 능하고, 마음 따뜻한 전문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서민님이 필요하다.

가정의학과: 1차 진료를 하는 곳으로 서민님과 잘 어울린다. 만약 개업을 한다면 서민님의 의술과 인술에 감동할 환자가 많을 것 같다.

 

그래도 서민님은 기생충학과가 가장 어울린다. 그가 아니면, 이렇게 기생충들의 변명을 도와줄 이가 없다.


기생충학회지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임상 병리과에 속한 기생충학과, 자신이 속한 기생충학 교실이 다르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알았다. 그가 그의 교실에서 좋은 논문과 재미난 기생충이야기를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날 그 날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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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2-23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모르고 마내우스님 서재에서 퍼갔네요..
죄송합니다.
읽다가 모과양님 서재라고 착각을해서.....
용서빕니다.............

모과양 2005-02-2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도 마태우스님 팬? 용서해 드립죠 ㅎㅎ

2005-02-23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2-23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05-02-23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이제 왕펜이 되었지요..

모과양 2005-02-23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팬클럽 창단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