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 심리학자가 만난 조선의 문제적 인물들
김태형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심리학 책 읽기는 재미있다. 심리학 책은 나도 몰랐던 내 맘을 들여다보게 해주고, 주변인들까지 이해 정리하게 해준다. 그래서 인간관계로 힘들 때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와 부딪혀야 할 때 심리학 책을 찾곤 했다. 생계에 상관없이 공부할 기회가 생긴다면 심리학을  배워보고 싶다.

여기 한 심리학자가 있다. 심리학 도구로 역사사료를 분석해 우리가 흥미 있어 할 인물 몇을 세상에 내놓은 이다. 분석당한 이는 정조, 이이, 허균, 연산군이다. 타고 나길, 정조와 이이는 감수성이 뛰어난 ‘전략가’(INTJ)였고, 허균은 ‘지도자’(ENFJ), 연산군은 ‘어린아이’(ENFP)였다. 그런데 여기서 정조와 이이는 건강한 양육자에게서 길러졌고, 허균과 연산군은 심리적 병을 앓는 양육자에게서 자란다. 결과론적으로 이 문제적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친 양육자들도 그들의 환경과 타고난 성향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여기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잘났다고 나 혼자 사는 게 아니구나. 열심히 살아야지.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함부로 살아서는 안 되겠구나.” 이런 결의까지 들게 된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도세자와 정조가 일찍 죽은 반면, 심리적으로 병든 영조나 혜경궁이 장수했으니 그런 얘기를 할 만하다. (중략) 만일 영조나 혜경궁이 권력을 쥔 사회집단에 속하지 않고 평범한 백성 중 하나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들이 긴긴 세월 동안 계속 나쁜 짓을 했다면 동네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했을 것이다. 또한 권력과 재물이 없는 상황에서는 그들의 병든 심리가 타인에게 그렇게 큰 해악을 끼치지도 못했을 것이다. 왜냐면 사람들은 그들이 건강하지 못하면 상대해주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이들이 권력과 재력을 소유하게 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들 주위에는 병든 인간들이 기생충처럼 달라붙어 병든 마음과 행동을 더 부추겨 댄다. 또한 그들에게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병든 마음과 행동에 제동이 걸리지도 않는다. (중략) 물론 그것을 막는 방법은 그들 개개인에 대한 심리치료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 사심이 없는 깨끗한 사람들이 집권하는 길 외에는 없다. (p.135~136)

책을 읽는 내내 흥분했다. 조선의 시대적 상황과 문제적 인물의 심리과정을 따라가는 게 무척 신선하고 재미있다. 사도세자와 정조의 관계설명에서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그 혈의 동맹을 보고 아들을 낳아야겠다는 다소 엉뚱한 생각까지 했다.

책 머리에 저자는 이렇게 써놓았다.

나는 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우리 역사야말로 인류의 미래를 밝게 비춰주는 이정표이며, 심리학적 연구를 위한 거대한 보물고임을 절감했다. 또한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심리학 이론이 현재의 사람들만이 아니라 조선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 속에서도 의연히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도 하나의 수확이었다. (p.8)

참고문헌을 보니 열심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다음 작에서도 이런 숨겨진 보물들을 또 발굴 해주셨으면 한다. 고생 하셨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매지 2009-07-17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한중록 원고를 보고 있는데,
정말 정조는 그런 환경 속에서 용케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책도 빨리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