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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
가토 다이조 지음, 이인애.박은정 옮김 / 고즈윈 / 2006년 12월
평점 :
마녀에게 오늘 출근 인사를 했다. “넌 어떻게 된 애가...”로 시작되는 그녀의 생트집 잡기가 맞인사로 돌아왔다. 변론을 해봐야, 남을 이해하는 능력이 없는 그녀에겐 죄송하다 해 버리는 게 상책이었다.
마주하기조차 싫은 그녀(줄여서 마녀)는 배우고 싶지 않은 나의 윗 년차다. 그래도 배울 점을 찾는다면 말솜씨와 자기방어에 능통하며,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닌다는 것 정도다. 윗사람으로써의 아량이나 인격, 심지어 업무 지식조차 없다.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이 다수이기에 그녀는 뒷담화의 절대퀸카다.
마녀 화형식을 통쾌히 보면서도 가끔은 멀찍이 서있기만 할 때가 있었다. 마녀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성장배경이나 이유를 알게 된다면, 그녀를 이해 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그건 내 바람일 뿐이었다.
미워해도 좋을 사람에겐 왠지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 버리고 차갑게 대하지 못한다. 그렇게 대하면 죄책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중략) 그 이유는 찬바람이 도는 삭막한 가정에서 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이해해 주지도 않는 냉랭한 사람들인데도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슬프게 하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사실 그 사람들은 전혀 슬프지 않는다.(중략) 미워해야 할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은 정작 소중히 여겨야 할 상대에게는 차갑게 행동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p.21)
건강하지 못한 부모는 아이를 공격한다는 것,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된다는 것, 타인에게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은 자기부정의 결과라는 것 등이 쓰여 있었다. 다른 책에서 본 것들이 많아 다시 리뷰한 셈이 됐지만, 새삼스레 놀라기도 하며 끝까지 읽었다.
아이들 중에서도 특히 불쌍한 것은 막내다. 가장 어리고 약한 입장이다 보니 늘 시달리고 놀림을 당하며 부당한 대우를 인내하도록 요구받는다. (p.90)
그러고 보니 마녀는 막내라고 했었다. 그녀를 해부해 보려고 했던 호기심은 여기서 그쳐야겠다. 그 시간에 내 주변 따뜻한 이들을 더 둘러보련다. 마녀가 하는 지금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판단하고 되도록 피해버릴 생각이다. 다음에는 건강하게 화내는 책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