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초등 아이들을 키우는 내게 초보 육아맘의 시작 시절은 어느새 아득한 기억이 되어 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며 하나하나 떠오르던 그 시기의 풍경과 겹쳤다.<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을 읽으며 생각난 건 수유하며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좋아하는 가수가 하는 그 시간에 다정하게 말을 걸고 나를 위로해 줄 음악을 틀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백일 간은 외출도 거의 못하고 가족하고도 마주하고 대화할 시간이 잘나지 않는다. 진짜 뒤돌아서면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워야 하니 밥 한술 뜨는 것고 쉽지 않다. 그럴 때 나와 이 소소하지만 어려운 젖병 개수를 체크해 줄 누군가는 그냥 그대로 힘이 된다. 그것이 영상으로 재현된 AI 일지라도.<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처음엔 진짜 주머니로 옮겨주나? 드론 배송 서비스인가? 내용을 짐작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읽었다. 그리고 너무나 완벽하고 편안한 공간을 만났다. 이동 서비스인데 마치 밖과 통해있는 풍경을 느낄 수 있고. 나와 함께 아이를 돌봐줄 손이 있다면. 그의 눈이 주황이더라도 도움을 받지 않으까? 진짜 고양이 손이라도 필요한 순간이 있다. 황새 공간은 내게는 조리원을 떠올리게 했다. 아이와 산모가 주인공인 공간. 그곳은 모든 게 아이와 산모를 위해 재배치되어 있고 새벽이라도 젖몸살로 괴로워하면 도와줄 이가 있다. 육아는 다들 처음인데 함께해 줄 시스템이 없이 온전히 부부에게 맡겨지는 게 너무 막막하고 어쩔 줄 모르게 한다. 이를 도와주는 이런 서비스가 생생하고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내 몸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을 느끼며 요즘 눈에 들어오는 게 마음챙김, 내면성찰, 요가 이런 것이다. 오롯이 나를 챙기고 싶은 마음에 책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눈치 보고 주변에 잘 맞추는 것이 사회생활이라고 배웠었는데 그렇게 무난하게만 살고자 한다는 것이 행복한 방식은 아니란 걸 점점 알게 된다.인정욕구는 기본적인 요소지만 여기에 많이 휘둘리면 자기 자신의 관점보다 타인의 관점으로 자신을 보게 된다. 그 기준이라는 것도 너무나 애매하고 그렇기에 기준이 높은 경우에는 완벽주의라는 채찍까지 더해진다. 다른 이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엔 충돌을 피하고 미움받을까 봐 두려운 마음이 있어서라는데. 이를 극복하고자 자신에게 누군가 나를 미워해도 된다고 스스로 되뇌는 훈련을 해보는 것도 좋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주변이 자기를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 일 때 자신을 바꾸려고 하는 것보다 환경을 먼저 바꿔보는 것도 권하고 있었다. 나랑 맞지 않는 곳도 있을 수 있는 법이니까. 마지막으로 존재로서 더 큰 사명과 천명을 찾아보는 게 인상적이다. 그건 사람마다 다르니 거기에 중심을 두면 자존심도 미움도 별거 아니라고 넘어갈 수 있는 큰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이 책 한 권을 본다고 갑자기 인정 욕구를 확 다 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상담 사례도 읽어보고 하며 적당한 선에서 나를 지키는 정도가 어딘지 가늠해 보게 된다. 그리고 오늘도 나에게 호의가 없는 사람을 보며 속으로 '그래 당신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되뇌어 보기도 했다. 나를 끌어줄 큰 사명은 뭘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런 시작을 어렵지 않게 쓰인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며 해보는 것도 좋겠다.
작년부터 중년기에 오는 호르몬 변화를 세게 겪으며 예전 같지 못한 몸과 마음 상태에 우울해지고는 했다. 앞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구호 속에서 살아와서인지 기분과 감정을 잘 극복해야 자기관리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저 슬프고 우울한 정도와 우울증이라고 판단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됐다.중요한 것은 이런 감정이 생겼을 때 어떻게 잘 조절해 줘서 그럭저럭 삶을 영유하는냐의 문제였다. 너무 힘들 때 전문가의 힘을 빌리고 약과 상담을 받는 걸 주저하지 말라고. 뇌도 아플 때가 있음을 받아들이고 적절히 치유하며 균형을 잡게 도와야 한다. 특히 감정에게 시간과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는 꼭지가 인상 깊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겪을 때 그 상실의 과정을 겪어내야 없어지진 않더도 견딜만한 것이 된다고.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는 치워버려야 할 적이 아닐라 살살 달래서 자리를 내주고 함께 살아가야 할 무거운 감정들이 아닐까 싶다.p275 우리는 그냥 가끔 산만하거나, 게으르거나, 심술궂거나, 다른 방식으로 불완전하다. 아파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다.
초등 저학년인 딸아이는 개를 좋아해서 키우고 싶다고 조르고는 한다. 하지만 반려 동물을 키우면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많다. 내가 귀찮다고 내버려둘 수 있는 장난감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흥미를 잃으면 자연히 부모의 몫이 되곤 한다. <쪼꼬미 동물병원>에는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반려동물들이 많이 나온다.자주 들어본 고슴도치, 햄스터부터 낯선 이름의 동물들이 찾아가는 동물 병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아이들이 읽기 쉬운 만화로 되어있다. 동물 마다 사연이 다르고 아픈 곳이 달라서 발견부터 치료까지 자연스럽게 알게 해주는 구성이라 좋았다. 동글 동글한 그림도 친근하고 실사로 된 치료 일지와 동물에 대해 알려주는 설명 페이지도 마지막에 한 쪽씩 구성되어 있다.딸아이가 뒷부분 이야기가 너무 슬프고 좋았다고 해서 보니 반려동물이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수명이 다른 동물을 키우다보면 피할 수 없는 이별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해주는 게 참 좋았다. 마지막 장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준비까지 안내되어 있어서 반려동물을 조르는 아이와 미리 한번 읽어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참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나오는 시리즈도 아이와 계속 읽어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