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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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초등 아이들을 키우는 내게 초보 육아맘의 시작 시절은 어느새 아득한 기억이 되어 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며 하나하나 떠오르던 그 시기의 풍경과 겹쳤다.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을 읽으며 생각난 건 수유하며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좋아하는 가수가 하는 그 시간에 다정하게 말을 걸고 나를 위로해 줄 음악을 틀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백일 간은 외출도 거의 못하고 가족하고도 마주하고 대화할 시간이 잘나지 않는다. 진짜 뒤돌아서면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워야 하니 밥 한술 뜨는 것고 쉽지 않다. 그럴 때 나와 이 소소하지만 어려운 젖병 개수를 체크해 줄 누군가는 그냥 그대로 힘이 된다. 그것이 영상으로 재현된 AI 일지라도.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처음엔 진짜 주머니로 옮겨주나? 드론 배송 서비스인가? 내용을 짐작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읽었다. 그리고 너무나 완벽하고 편안한 공간을 만났다. 이동 서비스인데 마치 밖과 통해있는 풍경을 느낄 수 있고. 나와 함께 아이를 돌봐줄 손이 있다면. 그의 눈이 주황이더라도 도움을 받지 않으까? 진짜 고양이 손이라도 필요한 순간이 있다. 황새 공간은 내게는 조리원을 떠올리게 했다. 아이와 산모가 주인공인 공간. 그곳은 모든 게 아이와 산모를 위해 재배치되어 있고 새벽이라도 젖몸살로 괴로워하면 도와줄 이가 있다. 육아는 다들 처음인데 함께해 줄 시스템이 없이 온전히 부부에게 맡겨지는 게 너무 막막하고 어쩔 줄 모르게 한다. 이를 도와주는 이런 서비스가 생생하고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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