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 좋아하세요? - 어느 불량 큐레이터의 고백
박파랑 지음 / 아트북스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은 1부의 큐레이터에 관한 이야기와 2부의 미술 시장이 돌아가는 이야기로 나뉜다.

개인적으로 1부의 이야기는 어째 심드렁했다. 요는 큐레이터의 직업에 관한 환상을 갖지 말라는 것인데.. 그러면서 적어놓은 큐레이터가 박봉의 단순노무직과 별다르지 않은 이유란 것들이 어째 '이 정도의 단순 노동은 어떤 일에나 따르는 것 아니야?' 라는 반문이 생기게 했다. 뭐 큐레이터라는 그럴싸한(?) 아우라에 비해서 실상은 조악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 겠지만. 설익은 느낌에 그냥 휘리릭 넘겨버렸다.

2부에서 부터는 좀 더 큐레이터라는 직업적인 경험치가 녹아서 나오는 것이라 훨씬 사고를 자극했다. 작가와 큐레이터, 컬렉터 등 미술 작품의 전시와 유통에 관련되는 것들의 유기적인 연결고리에 대하여 요리 조리 살펴본다. 자신이 경험한 넓은 시장인 외국의 아트페어에서 느꼈던 이야기가 솔직한 필치로 가감없이 쓰여있어 쏙쏙 들어온다.
특시나 큐레이팅을 넘어선 그림을 콜렉터들에게 자신의 안목으로 골라주거나 직접 작가를 후원하기도 하는 사람들인 딜러들의 존재는 미술이 단지 작가와 감상자 사이에서만 있는 것이 아닌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있는 판임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자신이 그림을 잘 몰랐다는 고백에서 시작되는 솔직함의 힘은 때로 과격하면서도 시원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수들의 밤
오시이 마모루 지음, 황상훈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아는 일본의 학생 운동에 관한 지식은 하루키 소설이나 에세이에 그라고 일본 사회상을 언급하던 만화들에서 지나가는 단상으로 주워들은 것과 주변에서 누군가가 주워섬긴 몇마다기 다였다. 결과적으로 누적된 건 60년대 폭발했던 학생운동이 어느 순간 갑자기 썰물 빠지듯 완전히 말라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야수들의 밤은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쓴 장편 소설이다. 그 시작은 바로 그 학생운동이 창궐했던 시기의 고등학생 남자 주인공으로 시작된다. 약간 삐딱할 뿐인 건방진 고등학생 운동권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흥미가 생겼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그가 데모 현장에서 목격한 알 수 없는 괴물과 그를 죽인 소녀에 대한 것으로 옮겨지면서 도통 무엇을 향해가고 있는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어졌다. 그 뒤 기이한 살인 사건을 수사하러 다니던 형사가 찾아와 극단적인 운동권의 한 모임에 속한 고등학생들이 차례대로 사채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살인의 현장에 있었던 두 외국인들에게 끌려간 그는 시체의 처리에 대한 장황설을 듣고 그 괴물은 뱀파이어이며 그 뱀파이어를 처리하는 게 인간과 뱀파이어의 혼열인 소녀의 임무다란 자초지종을 듣는다. 마지막의 누구에게 말해도 믿어지지 않을 것 같은 한바탕 소통을 겪고 한 운동권 주인공의 반항적인 시대는 끝이난다.

어째 시대적인 암울함을 풍기던 시작과 다르게 끝마무리는 대충 봉합해버려 허망했다. 본격적인 시대물도 SF도 되지 못하고 사설을 풀다 끝나버렸다. 뭉텅이로 세월을 떼어 먹고서 나오는 마지막 씬은 없어도 되는 사족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터 - 개와 인간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릭 배스 지음, 김홍옥 옮김 / 해나무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대하면 책제목이나 책뒷면에 적힌 글들을 보고는 어떤 내용을 쓴 건지 가늠을 해보게 마련이다. 그런면에서 <콜터>란 책에 대해서 내가 가진 막연한 기대는 벤지와 같은 똘똘한 개에 대한 이야기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읽어들어간 이야기는 그것과는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사냥개 <콜터>에 대한 무궁 무진한 사랑과 관심은 알겠지만 좀 더 강조된 것은 개와 함께 자연속에서 지냈던 시간들에 대한 추억을 더듬는 것이 더 주된 것이였다.

그리고 그와 개가 함께할 수 있던 새사냥이란 개념은 더욱이 낯설었다. 광활한 숲과 들을 며칠간 새를 뒤쫓아 뛰어가는 개와 그를 뒤쫓아가 사냥을 하는 모습은 나로서는 잘 상상이 되지 않는 것이였으니까. 뒤에 역자의 글에 그런 부분이 언급되어 있었다. 역자는 미국 몬테나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흐르는 강물처럼>을 보면서 그 풍경을 떠올려봤다고 한다.

이 책에서 좋았던 건 콜터와의 행복한 했던 시절만이 아닌 갑작스런 이별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충만한 경험을 공유한 동료로서의 그가 어느날 사라져 몇 달 뒤 유골로 돌아왔을때 겪은 마음의 상처로 작가는 한동안 슬픔을 달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새로이 만나게 되는 식구들을 잃는 일을 겪기 전까지는 도저히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천만다행으로 콜터의 동생과 보호소에서 데려온 떠돌이 갈색개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작가는 생명을 만나고 떠나보냄이 뜻대로 될 수 없음을 그 생명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최대한 소중하게 아껴야함을 깨달았다고 말하며 책의 끝을 맺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임라인 1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무열 옮김 / 김영사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은 확실히 재미가 있다. 특히 나처럼 복잡하게 생각하는 건 싫지만 뭔가 과학적인 근거가 깔려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즐겁다.

대충 이해한 바로는 전자보다 더 작은 양자의 개념을 이용하여 만든 양자컴퓨터에 의해 인간을 스캔닝하여 다시 물리적으로 재구성이 가능하다는 상정인데, 스타트렉에서 봤던 빛으로 분해되어 공간이동을 하고 다시 재합성을 하는 방법과 유사해 보인다. 실제 현대 과학기술로 빛을 이동시키는 것까지 성공했다고 한다. 자세한 설명은 책의 뒤꼭지에 붙은 설명을 읽어볼 것!

원래 물류수송을 위해서 개발된 아이템이 어쩌다 다른 시대로의 이동도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품화하는 쪽으로 흘러가고..복원 작업을 주도하던 교수가 과거로 사라지자 그를 찾으러 연구생들이 전쟁이 한창 일어나던 중세로의 여행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주인공들의 중세에서의 고군분투가 시작되는데, 과거와 현재라는 시점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속도감 있는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금새 이야기가 끝난다.

약간 아쉬웠던 건 전략적으로 배치된 캐릭터들이 그 정도의 몫만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가 성장하기엔 소설이 품고 있는 설정들이 넘쳤기 때문일지 모른다. 감정이입할 대상이 없었기에 읽고 난 뒤 여운이 길지 않았다.
과거로의 롤러코스터를 한 번 신나게 탄 듯한 책읽기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ino2t 2006-03-06 0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고학에 별 관심없고 우유부단하던 크리스가 중세 시대를 경험하면서, 추진력있고 책임감을 지니는 인물로 변했죠.
 
선인장 - 소료 후유미 걸작선 2
소료 후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손꼽는 순정중에 <보이프렌드>와 <마르스>의 작가인 Fuyumi의 단편을 모아둔 만화를 빌렸다.

그녀의 작품은 남여의 전형적인 사랑 코스를 벗어나는 건 아닌데도
남다른 시선이 묻어난다.

어머니의 강요에 별로 흥미가 없지만 바이올린을 계속 하는 여주인공은 비교되는 미모와 재능을 가진 사촌의 내리 보는 마음을 알고 있지만 그냥 저냥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는 마음의 소유자다.

그녀의 이상하게 느긋한 면은
남자친구가 사촌과 사귈 때도 약간 발끈하여 좀 더 열심히 바이올린을 켜는 정도로 나타나는데 그대로도 자연스럽다.
그녀의 캐릭터가 <마르스>의 여주인공보 더 꿋꿋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르지만 마음에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