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들의 밤
오시이 마모루 지음, 황상훈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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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아는 일본의 학생 운동에 관한 지식은 하루키 소설이나 에세이에 그라고 일본 사회상을 언급하던 만화들에서 지나가는 단상으로 주워들은 것과 주변에서 누군가가 주워섬긴 몇마다기 다였다. 결과적으로 누적된 건 60년대 폭발했던 학생운동이 어느 순간 갑자기 썰물 빠지듯 완전히 말라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야수들의 밤은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쓴 장편 소설이다. 그 시작은 바로 그 학생운동이 창궐했던 시기의 고등학생 남자 주인공으로 시작된다. 약간 삐딱할 뿐인 건방진 고등학생 운동권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흥미가 생겼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그가 데모 현장에서 목격한 알 수 없는 괴물과 그를 죽인 소녀에 대한 것으로 옮겨지면서 도통 무엇을 향해가고 있는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어졌다. 그 뒤 기이한 살인 사건을 수사하러 다니던 형사가 찾아와 극단적인 운동권의 한 모임에 속한 고등학생들이 차례대로 사채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살인의 현장에 있었던 두 외국인들에게 끌려간 그는 시체의 처리에 대한 장황설을 듣고 그 괴물은 뱀파이어이며 그 뱀파이어를 처리하는 게 인간과 뱀파이어의 혼열인 소녀의 임무다란 자초지종을 듣는다. 마지막의 누구에게 말해도 믿어지지 않을 것 같은 한바탕 소통을 겪고 한 운동권 주인공의 반항적인 시대는 끝이난다.

어째 시대적인 암울함을 풍기던 시작과 다르게 끝마무리는 대충 봉합해버려 허망했다. 본격적인 시대물도 SF도 되지 못하고 사설을 풀다 끝나버렸다. 뭉텅이로 세월을 떼어 먹고서 나오는 마지막 씬은 없어도 되는 사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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