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의사의 푸념 1
코우 모리타 외 지음 / 제우코믹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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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평범하다 못해 소박한 조그마한 마을의 작은 진료소를 가진 개업의인 주인공 아저씨는 내가 알고 있는 막연한 의사의 상(왠지 차갑고, 건조하고, 동떨어진 삶을 사는 듯한)과는 달랐다.

작은 몸에 동안을 가지고, 큰 목소리의 간호사에게 떠밀려 나가는 돌팔이 의사의 내면의 목소리를 바로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작은 마을에 정착하여 작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녹아든 삶을 살면서, 의사와 사람, 병과 사람, 그리고 작은 마을 개업의와 대학병원의 전문의 들 사이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들어나는 내면의 소리가 살갑고, 옳바르게 느껴진다. 거창하게 보여지는 것이야 없는 삶이지만 그가 가진 인술을 사람들의 삶속에서 녹여내는 차분함이 있다. 난 이렇게 작고 평범하게 따뜻함을 그려내는 만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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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짱 6
타나카 준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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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낫짱은 젊은 처자 나츠코가 아버지가 병에 걸려 돌아가시자 직장을 관두고 아버지가 하시던 철공소의 대를 이어서 기계를 수리하고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을 명랑만화 스타일로 담아낸다.

이야기는 처음에는 '여자가 왠 철공소?' 란 생각을 가진 아저씨 공장 운영자들의 선입관을 깨는것으로 시작하여 '못고치는 건 없다!' 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해결이 잘안되는 기계적인 문제들를 포기하지 않고 해결내는 모습에 중점을 둔다. 소녀가 주인공이라 기계의 구성이나 도구에 대해서 전혀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도 친근감있게 볼 수 있는 듯하다. 볼트며 나사 그리고 용접 등이 어떻게 설계에서 수공으로 하나의 물건이 되어가는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비록 그 원리며 과정에 대한 설명은 대부분 외계어처럼 들리더라도 흥미있게 볼 수 있다. 멈춘 기계들을 새로 바꾸거나 큰 돈을 들여 덧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약간의 부속과 제 몸의 기능을 유지한면서 수리하는 나츠코의 모습은 긍정적이다.

철공소 일이란게 일본에서도 고되고 기피하는 일인지, 작가는 만화책 뒷면에 자신의 아버지가 철공소를 했고, 그 일을 하는 아버지가 싫었는데 자신이 소재로 하여 만화를 그리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고 쓰고있다. 그래서인지 더 밝고 힘차게 그려내고자 하는 듯했다. 하지만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어색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특히나 나츠코의 친할아버지나 사촌이 등장하여 나츠코를 골탕먹이는 이야기에서는 동기나 행동들이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하지만, 만화를 읽는 내내 땀을 흘리며 자신의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고 몰두하면서 흘리는 땀방울은 항상 멋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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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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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미 내가 보았던 스티븐 킹의 책이며 영화는 알게 모르게 꽤 많이 있었다. 워낙 흥행작이기도 했고, 한때 서스펜스 소설을 열심히 읽었던 시기에 그의 책이 얼마나 내가슴을 조리게 했던지..그런 그가 이번에는 창작론에 대한 글을 썼다고 하니 흥미가 돋을 수 밖에.

처음 '이력서' 라고 붙은 부분을 읽다보니 왠지 더 스티븐 킹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였다. 그는 자신이 어린시절부터 교장선생님으로 부터 쓰레기라고(?) 불렸던 대중 SF소설이나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글을 쓰면서 행복했다고.. 잠시 교장의 말에 좌절하기도 했었지만 결국 읽는이 누구나의 취향에 맞출 수 있는 건 아니란 사실을 알게되었다고. 그는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컸기에 그닥 부유한 생활을 영유한 것도 아니었고, 낮에는 영문학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세탁소에서 알르바이트를 하면서 글을 썼다. 그 순간 그는 그 정도에서 멈춰질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얼마나 불안해했던지.

그러다가 그를 빛나게 한 건 캐리 였다. 캐리는 그가 쓰기 좋은 소재는 아니었단다. 자기가 어떻게 여고생의 심리를 알수 있겠냐고 할 정도니. 하지만, 그러면서 그는 글을 꾸준히 써야한다고 말한다. 한단어 한단락 한챕터가 모여서 한권의 소설이 되는 것이라고. 그리고는 그 글에서 군더더기를 빼는 작업을 한 후에 지인들에게 읽혀 평을 받아본다고 한다. 아마추어 작가를 설정하여 꽤 구체적으로 그가 지금의 단계로 올라온 수순을 적어놓았는데 그게 참 실제적이다.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 자신을 알리고 자신의 글을 올리기 위해서 하는 어필 작업이 상당했다. 수많은 거절을 받더라도 거기서 나오는 작은 비평조차 자신을 위한 조언을 받아들여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창작론에서 그는 사건을 따라가는 글을 쓴다고 말한다. 주제나 상징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따라가다 자신에게 생긴 일관성에 의해 그것들을 더 강조한다는 것이다. 일단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라고 권한다. 창작을 하는데에는 자격증이 필요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진정 좋아하는다면 그것에서 즐거움을 얻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굳이 작가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방식을 가르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어떻게 글을 쓰게되었고 어떤식으로 썼는지를 회고함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 안에 스티븐 킹의 솔직한 생각들이 버무러져 세계에서 손꼽히게 많이 읽히는 대중소설가로서의 그의 글의 맛깔스러움이 어디서 나오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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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힘찬문고 33
이경자 지음, 시모다 마사카츠 그림, 고향옥 옮김 / 우리교육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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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하고 장난기 가득한 조선의 아이 가즈짱은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안다. 가난한 조선족은 외국인으로 지문날인을 받아야하고 술을 담글 수도 없고 학교에 다닐 필요도 없다. 못배우고 가난하여 입고 있는 옷도 남루하고 하는 일도 허접하다. 소녀는 그런것에 등을 돌리고 싶다. 일본인 친구가 자기 조선족 친구를 욕할때도 자신이 누군지 알까봐 가슴이 더 두근거린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친구를 외면하고 이웃을 외면하는 상황이 생기고 만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하는 행동이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소녀는 때로는 언니보다는 잘하는게 없고 동생보다 귀여움을 덜 받는게 서러운 둘째 아이다. 하지만 용감하기도 하고 장난꾸러기기도 하여 친구인 스나짱과 말썽을 피우고는 혼자 내빼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며 친구와 조선말을 배우겠다는 약속을 하며 가즈짱은 그동안 외면했던 것들과 대면하고 이전의 자신과 바이바이를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이렇게 철부지 아이는 성장을 한다.

책속엔 조선 소녀의 이야기만이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조선 어머니들의 편치 않은 삶이 보인다. 다른 나라에서 산다고 하여 민족의 관습이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를 못가져 후처를 들이고 마음의 병이 생긴 후미코 아주머니 이야기며, 홀로 고철을 주우며 자식을 키우는 아주머니...가즈코의 어머니도 딸만 셋을 나아 고모에게 무시받으며 가난한 살림을 꾸려나가는 모습들을 소녀는 보면서 자란다.

낯선 곳에서 외국인으로 어렵게 삶을 꾸려가는 이들의 모습이 앨범을 펼쳐놓은 듯 자연스럽게 가즈코가 스치는 사람들의 하루 속에서 흘러나오기에 저도 모르게 내일처럼 마음이 아파버렸다. 이 책의 미덕은 딱딱하니 얼어붙어서 볼 수도 있는 아픈 민족사를 옆집 사는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로 살려내어 들려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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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에서 사랑하다
쓰지 히토나리 외 지음, 양억관 외 옮김 / 동방미디어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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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제목에 비해서는 건조한 사랑이야기였다는 생각이든다. '냉정과 열정'식의 글쓰기를 다시금 시도해본 셈인데, 풍성한 사건 속에서 이어지던 이야기와 달리 단상을 나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섞지 않으면 사례는 없고 개념만을 뜬구름 잡듯 쓰게 되니..

내가 좋아하는 에쿠니의 건조하며 어딘가 여유로운 문체도 흘러나오지 못했다. 그건 역시 그녀의 소설에서나 나올 수 있는 맛인가 보다. 그럼에도 아주 잼있게 읽혔던 부분은 츠지 히토나리의 '새장과 카나리아'이야기다. 역시 이야기!를 잘 쓰는 사람들인게야. 사랑하는 사이를 새와 새장이란 존재로 비유를 했다. 상대를 갖게되면 가두고 싶고 구속하고 싶어진다(물론 상대도) 하지만, 어느순간 그것이 가깝해지는 때가 있다(물론 상대도). 가끔은 구속하고 가끔은 놓아주고...그래서 자신의 호흡을 한모금 다시 쉬고 나타날 수 있는 여유를 주면 좋을텐데...항상 그 조절이 안된다. 머리로만 알고 마음은 이내 이기적인 꼬마가되고 만다. 이야기의 끝은 쓸쓸하다. 새장을 열어두어도 떠나지 않는 다른 새를 받아들인 새장과 세상에 그만한 새장이 없음을 뒤늦게 깨닫고 돌아온 카나리아는 이미 들어설 자릴 내어준 이후니까.... T.T

언뜻 언뜻 보이는 둘의 인생관이 묻어있는 사랑과 연애에 관한 썰이 알고 싶다면 펼쳐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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