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포 스타일 - 제3회 스토리킹 수상작 비룡소 스토리킹 시리즈
김지영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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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웃고 있는 책. 제1회부터 즐거움을 안겨준 스토리킹 수상작이다. 100명의 어린이 심사위원의 선택을 받은 동화. 아이들은 선택은 언제나 정확하다. 제3회 스토리킹 수상작 『쥐포 스타일』(비룡소. 2015)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제목의 탄생 이야기까지 정말 독특하다. 동화는 구인내와 친구들이 펼치는 활약기를 네 편의 에피소드로 담았다.

 

 「돌연변이 말굽자석」은 구인내가 주인공이다. 잘하는 것도 없고 친구도 없는 탐정이 꿈인 초등학교 4학년 구인내는 학교가 재미없다. 여름방학을 며칠 앞두고 번개가 치던 수업시간에 말굽자석이 재미없는 모범생 나영재의 엉덩이에 달라붙는 사건이 벌어진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엉뚱한 구인내의 장난이라고 혼을 낸다. 말굽자석은 나영재에서 아역배우 봉소리로, 먹방 대장 장대범으로 옮겨간다. 탐정을 꿈꾸는 구인내는 세 명의 모두 방귀를 뀐 공통점을 발견하고 누구라도 방귀를 끼면 말굽자석이 붙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방귀를 모아서 돌연변이 말굽자석을 떼어버린다. 그 뒤로 구인내, 나영재, 봉소리, 장대범은 ‘가스 포’의 줄임말 쥐포(G4)로 불린다. 세상에나 이렇게 기발한 별명이라니.

 

 ‘자석은 서로 다른 극끼리 잡아당긴다고 했지? 번개가 치던 날, 우리는 서로 다른 극을 가진 자석이 된 게 아닐까? N극, S극, A극, B극, Z극……. 우리는 다양한 극이 되어, 지금 서로를 마치게 잡아당기도 있다.’ (65쪽)

 

 친구가 된 쥐포는 어디든 함께 한다. 방학에 영재 집에 놀러 갔다가 온통 책밖에 없는 모습에 놀라고 만다. 많은 책을 읽는 게 좋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영재 엄마는 좀 심했다.「책 무덤」은 모든 게 책으로 통하는 엄마 때문에 밤새 책을 읽다 사라진 영재를 찾는 이야기다. 책보다 소중한 건 엄마와 친구들과 함께 노는 시간이라는 걸 알려준다. 「빛나는 거지」는 아역 배우라는 이유로 여자애들에게 은근 왕따를 당하는 소리가 출연하는 드라마 촬영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주인공 아역 배우의 장난에 위기에 처한 소리를 구하는 친구들. 마지막으로 방귀 냄새로 음식을 알아맞추는 콘테스트에 나가 대범이가 우승을 차지하는 「방귀 정복자」까지『쥐포 스타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고 따뜻한 웃음을 안겨준다.

 

 『쥐포 스타일』는 기발하고 독특하다. 모범적이고 착하고 학습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전에 등장하지 않았던 방귀, 구린내, 엉덩이 같은 단어를 자연스럽게 녹아낸다. 구인내, 나영재, 봉소리, 장대범를 이어준 것도 방귀다. 방귀가 없었더라면 네 명은 친구는커녕 왕따가 되었을 것이다. 자석처럼 잡아당겨 하나가 되고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통해 소중한 우정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아이들의 선택은 옳았다.

 

 동화는 교훈적인 내용이 있어야 할까? 아니다, 『쥐포 스타일』처럼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으면 충분하다. 읽는 내내 유쾌한 시간이었다. 많이 웃게 만든 동화,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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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정용준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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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나면 산뜻한 기분이 드는 소설이 있다. 반대로 읽고 나면 우울함으로 빠져드는 소설도 있다. 단도직입으로 말하자면 정용준의 소설은 후자에 속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우울함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담박한 아름다움이다. 정용준의 첫 소설집 『가나』는 지독한 절망의 나열이었다면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는 죽음과 죽음 사이에 놓인 삶을 말한다.

 

 죽음은 삶을 관통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남겨진 이의 삶을 지배하고 어떤 죽음은 영원한 미제(未濟)로 남는다. 정용준의 소설에는 적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죽음이 가득하다. 그래서 아련하고 아프다. 그 죽음으로 인해 누군가의 삶은 죽음보다 큰 고통이 된다. 정용준은 죽음과 함께 존재에 대한 질문을 함께 던지는 듯하다.

 

 마치 자신의 존재 이유가 살인을 위한 도구인 것처럼 15명을 죽이기도 죄의식 없이 살아가는 죄수와 그를 관찰하는 교도관 이야기 「474번」는 폭력 현장을 세밀하게 묘사할 정도로 잔인한 소설이다. 누나이자 어머니였던 이가 떠나 버리고 존재 자체가 거부된 듯 살아온 이에게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름이 된 ‘474번’을 호명하는 교도관에게 자신의 삶을 털어놓고 만다. 죽음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밖에 없던 잔인한 생이다. 마지막으로 누나가 만들어주었던 푹 쪄낸 꽃게를 떠올리는 순간 그는 죄수가 아닌 한 인간에 불과했다.

 

 그런데 말이네. 자네의 이름은 뭔가?  글쎄요.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지도 들어보지도 못해 잊어버렸습니다. 지금은 474번이라는 이름이 생겼지요. ( 「474번」, 36쪽)

 

 농장에서 무참하게 개를 죽이며 살아가는 「개들」 속 ‘나’도 다르지 않다. 폭력을 행사하는 대상이 인간이 아닌 개일뿐 폭력은 계속된다.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 같은 ‘곰’ 의 폭력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것과 맞서는 이의 삶은 분노와 울분으로 가득하다. 그리하여 결국엔 누군가를 죽이고 만다. 눈이 닿는 곳마다 죽음이 가득한 삶. 그 안에서 죽음이 아는 무엇을 볼 수 있단 말인가.

 

 죽음은 느닷없이 삶을 뒤흔든다. 비통한 죽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이 그렇다. 베트남 참전 용사로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인 아버지 앞에 군대에서 자살을 시도하고 사경을 헤매는 아들의 안타까운 모습 「이국의 소년」과  죽음의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군대 내 폭행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이야기「안부」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벌어지는 죽음을 보여준다.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잊진 아들의 존재, 그것을 인정하고 놓을 수 없는 어머니. 어머니에게 아들을 보내주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없다.

 

 그렇다면 죽음으로 단절된 생은 다시 이어질 수 없을까?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를 다시 만난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속 ‘나’는 그것을 부정한다. 건강 악화로 가석방을 받은 아버지는 투석을 위해 ‘나’가 근무하는 병원을 찾는다. 그것은 하나뿐인 혈육을 만나기 위한 방법이었다. 곧 죽게 아버지를 향한 최소의 동정이나 연민은 없다. 아버지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죽음으로 인해 누군가의 삶은 사라진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자연스러운 죽음은 없다. 그저 죽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애도하려는 산 자의 절절함이 있다. 「미드원터」는 이 소설집에서 유독 돋보인다. 그러니까 뭐랄까. 따뜻한 애도라 말하고 싶다. 스웨덴에서 죽은 한국 친구 써니를 위해 한국에서 그를 애도하는 닐스. 써니가 말했던 털모자를 한 여름에 구입하며 닐스는 그를 간절히 이해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스스로 죽어. 그건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늙어 죽는 것처럼 어쩐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 되어버렸어. 그런데 그가 낯선 나라에서, 그것도 내 집에서 죽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자연스럽지가 않아. 이상해. 정말 이상해.’ ( 「미드원터」, 92~93쪽)

 

 닐스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가까운 이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때로는 나 대신 죽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리하여 남겨진 내가 그의 몫까지 잘 살아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때로는 죽음과 죽음 사이에 내가 놓인 것만 같다. 죽음과 죽음 사이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만 할까. 무지한 나는 답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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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리만치 긴 여름 탓일까. 추석이 너무 이르다는 생각을 자꾸 했고 연휴 이틀은 오빠네 식구와 함께 보냈다. 함께 했다는 건 밥을 먹고 TV를 보고 과일을 먹고 잠깐 낮잠을 잤다는 말이다. 추석날은 주일이라 함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이곳은 시골이라 추석 전후가 정말 바쁘다. 오빠와 올케언니는 하루를 하루가 아닌 이틀 정도로 살고 있는 듯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마늘을 심고 있고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다고 했다. 거기다 심각한 가뭄까지 농부의 마음은 더욱 무겁고 바쁘다.

 

 연휴가 끝나고 큰언니 집에 다녀왔다. 서류가 증명해주는 것들을 처리하고 옷과 가방, 그리고 책을 정리했다. 정리하는 중이라는 말이 맞다. 여전히 우리는 정리 중이다. 그곳에서 10월을 맞았고 쏟아지는 시원한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가을은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큰언니와 온전히 사계절을 보낸 적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계절을 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의미를 부여하는 게 의미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바다가 계절마다 다르게 느껴지지만 바다라는 존재만으로 든든한 것처럼 말이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상한 피곤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뜨거운 열기로 피곤을 누르는 일상이지만 책으로의 복귀는 어렵다. 가져온 책을 정리하고 ​읽은 책에 대해 무언가 쓰고 싶지만 쓸 수가 없다. 대단한 것을 쓰려고 하는 게 아닌데 그물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물을 잘라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것은 책에서 비롯될 것이다. 반가운 김연수 소설의 소식도 그렇다.  반가운 김연수 소설의 소식도 그렇다. 세 권의 책이 재출간되었지만 스무 살『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만 취한다. 두 권의 소설과 함께 김연수를 읽을 좋은 사람이 떠오른다. 지나치게 예쁜 민트여서 자꾸 눈이 가는 황인찬의 희지의 세계, 색다른 몽골의 얼굴을 보여줄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영감 아닌 염감을 줄 거라 믿는 조에 부스케의 달몰이를 펼치는 가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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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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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읽고 싶은 시집. 이 가을에 다시 만나니 더욱 새롭다. 시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던 애틋하고 고마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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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산다는 것
강영계 지음 / 해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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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산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다만, 철학을 생각할 시간을 갖는 삶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의 본연에 대해 삶의 의미에 대해 사유할 여유를 갖는 것, 그것이 어쩌면 가장 철학적인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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