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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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우리와 닮은 스토너. 담담하면서도 치열했을 그의 인생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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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이 아닌 모든 것
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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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냇물이 바다를 향해 흐르고 있다고 믿으며 흘러가듯 우리의 생도 끝을 모르는 어딘가를 향해 나간다. 누군가는 빠르게 속도를 내고 누군가는 천천히 늦은 걸음으로 살아간다. 그 안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는다. 그들에게서 소설 같은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소설이 아닐까 싶은 장면을 목격하기도 한다. 이장욱의 소설이 그랬다.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구나 싶다가도 어딘가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어떤 소설 속 인물은 너무도 기묘할 정도로 놀랍고 어떤 인물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해서 놀랐다.

 

 이장욱이 그린 인물들은 다른 듯했지만 같았다. 소설 속 인물은 서로가 서로에게 겹쳐졌고 하나의 단편이 끝나고 다른 단편에서 다시 태어나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여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본인 답지 않은 일본인 하루오와의 만남을 그린 「절반 이상의 하루오」와 언제나 그곳에 있었지만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다가 죽은 후 부재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는 「우리 모두의 정귀보」는 하루오가 정귀보처럼 여겨겼다. 강렬한 인상을 준 것도 아닌데 순간순간 떠올리게 되는 인물 말이다. 어쩌면 하루오와 정귀보는 우리와 가장 친숙한 누군가와 닮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내 삶의 모든 페이지에서 여전히 그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페이지를 넘기면 그 자리에서 숫자가 차례차례 바뀌듯이 말예요. 물론 어느 페이지는 찢어진 채 버려져 있겠지요……’ (「우리 모두의 정귀보」, 154쪽)

 

 그들이 우리가 스치고 지난 사람 중 하나였다면 물에 대한 이미지를 시작으로 평범했던 욕실이 어느 순간 무서운 공포로 돌변하는 경험을 들려주는 「어느 날 욕실에서」속 인물과 집주인인 작가가 여행 중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낯선 집에서 방이 움직이는 환상을 보는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의  주인공은 살면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 같았다. 두 단편의 인물들은 우리가 모르는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랄까.

 

 일주일에 세 번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파출부로 일하는 집주인의 물건으로 성향을 짐작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와 안다고 믿었던 사람과 삶이 언제라도 우리를 배신할 수 있는 걸 한 남자의 죽음을 통해 확인하는 「칠레의 세계」는 산다는 게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지는 소설이다. 한 치 앞도 모르면서 미래를 계획하는 어처구니없는 인생이라니. 곳곳에 웅덩이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피할 수 없이 건너야 닿을 수 있는 게 우리의 삶이라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세계를 견딜 수 있는 건 하루오나 정귀보 같은 인물이 우리 곁에 존재해서다.

 

 ‘마약성 진통제와 오케이캐시백의 아름다운 조화 속에 인생이 있는지도 모르니까. 죽어가면서도 습관처럼 오케이캐시백 포인트를 적립하는 게 빌어먹을 인생이라는 것이니까.’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 47쪽)

 

 ‘우연이라는 향기로운 공기로 가득한 세계가 곧 낙원 아니겠나? 그런데 어쩌겠는가. 그 낙원의 공기 안에, 치명적인 의지의 고리, 무서운 인과의 사슬이 숨겨져 있다면 말일세. 이불 속의 바늘처럼. 향기로운 포도주 속의 독극물처럼.’ (「칠레의 세계」, 191~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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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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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남겨진 삶에 대해 잔잔하게 그려낸 아름다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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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비가 그친 토요일 오후 집 안은 어둑하다. 거실 한쪽에는 고모가 보내준 홍삼 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방금 한 봉지를 컵에 따라 마셨다. 정성을 다해서 마셔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고모의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매일 서너 알씩 단감을 먹고 있다. 굵고 튼튼하게 생긴 단감을 먹으면서 M을 생각한다. 이걸 내게 먹이고 싶었을 M을 생각한다. 마음을 받는다는 건 언제나 감사하고 고맙다. 그 마음에 나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는 채 말이다. 그저 그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 그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점심엔 싹이 난 부분을 깊게 깎아 낸 작은 감자를 간장, 설탕, 기름, 마늘을 넣고 조렸다. 달달한 간장과 설탕 냄새가 아직도 가득하다. 이번에 요리책을 참고하지 않고 내 맘대로 양을 조절했다. 그렇다. 나는 아직도 맛있는 감자조림을 할 줄 모른다. 그게 뭐든 잘 하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오후다.

 필립 로스의 『전락』을 읽고 있다. 어떤 일에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경험한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그것이 늙음 때문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상하게 필립 로스의 소설은 무척 빨리 읽게 되는 소설과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읽히는 소설이 있다. 예상했듯 『전락』은 후자의 경우다. 『에브리 맨』도 무척 그리 읽혔는데 강렬하게 남았다. 이 소설도 그런 책이 될까. 어쨌든 다 읽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읽고 있는 책과는 별개로 이런 문장을 생각한다. 다시 펼쳐 읽고 옮긴 건『7번 국도 Revisited 』의 한 부분이다. 읽으면서 지금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당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건 나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요즘 고민이 많다. 모두 하나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나는 왜 존재하는가란 질문으로 이어진다. 선택을 했고 결정을 내렸지만 11월이라는 계절 탓인지 불안하고 불안하다.

 

 ‘길들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길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가까워지고 멀어진다. 그게 길들이 확장하는 방식이다. 길들은 도서관에 꽂힌 책들과 같다. 서로 참조하고 서로 연결되면서 이 세계의 지평을 한없이 넓힌다. 길들 위에서 나는 무엇이든 배우고자 했다. 길들이 책들과 같다면, 그 길을 따라가면 언제나 미지의 세계를 만나리라. 처음에는 다른 세계를 향한 열망이 훨씬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길들 자체에 매혹됐다. 그저 읽고 또 읽는 일만이 중요할 뿐인 독서가처럼, 거기서 무엇도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걷고 또 걷는 일만이 내겐 중요했다. 그리하여 여기는 어디일까? 나는 왜 여기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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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 지금 가까워질 수 있다면 인생을 얻을 수 있다
러셀 로버츠 지음, 이현주 옮김, 애덤 스미스 원작 / 세계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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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털처럼 많은 것 같았던 한 해가 기울고 있다. 이제 50여 일이 지나면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 다시 또 계획을 세우고 작년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소망할 것이다. 이전에 우리는 습관처럼 지난 계절을 돌아보고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제대로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목표했던 것들을 이루려 노력했는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땠는지, 나아가 혼자만이 아닌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마음을 기울였는지 생각이 많아지는 날들이다.  때문에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이라는 제목만으로도 흔들리게 된다. 과연 나를 만드는 건 무엇일까, 나는 나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는 마음을 가졌던가.

 

 이 책은 놀랍게도 경제학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가 쓴 『도덕 감정론』에 대한 책이다. 저자 러셀 로버츠가 들려주는 『도덕 감정론』이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부, 행복, 관계를 주제로 우리 삶이 완벽해질 수 있는 애덤 스미스의 조언을 경제학자인 러셀 로버츠가 현대인을 위해 해석해서 알려준다. 250년 전에 나온 책이 현재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며 행복한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하나의 선택에 따라 이익이 달라지고 관계가 흔들린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스미스는 공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를 위한 삶에서 공정함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얼핏 양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양심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공정한 관찰자는 양심 그 너머에 있는 것이다.

 

 ‘공정한 관찰자는 우리에게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내가 남들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다른 사람들에게 더 친절할 수 있다. 공정한 관찰자는 지나친 이기심을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은 훌륭하고 고상한 것이라고 일깨워주는 우리 안의 목소리다.’ (47쪽)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지켜야 하는 하나의 지침이라는 걸 인정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하고 나를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어렵고도 어렵다. 책에는 이처럼 선택의 어려움에 대한 사례를 통해 행복에 대해 묻는다. 좋아하는 음악과 아버지의 유산을 놓고 선택하는 워런 버핏의 아들 이야기는 흥미롭다. 피터 버핏은 음악을 선택했고 결론적으로는 음악으로 성공했다.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공정함에 이어 신중함을 강조한다. 신중하다는 건 심사숙고한다는 말이다. 뭐든지 빨리 답을 내려는 현대인에게 스미스의 조언은 깊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신중함은 상대를 진실과 진심으로 대하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겠다. 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태도를 우리는 놓치고 살아가는 것이다.

 

 ‘스미스에 따르면, 신중한 사람은 진실되고 정직하다. 본인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해도 나서서 말하지 않는다. 논의 중에 언제나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좋은 친구지만 사람들을 대할 때 과장된 행동은 삼간다. 그에게 우정이란, 신중하게 잘 고른 몇몇 친구에게 충실한 믿음을 주는 것이다.’ (200쪽)

 

 우리가 많은 부의 축적을 원하는 것도, 명예로운 삶을 꿈꾸는 것도, SNS를 통해 자신을 보여주는 것도 궁극적으로 행복해지고 싶어서다. 과거와 달리 경제적으로 윤택한 세상이지만 빛과 그림자가 있듯 이면에는 추악한 인간의 모습이 가득하다. 함께 행복해야 하는 세상을 우리는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러셀 로버츠가 제시한 대로 스스로가 나쁜 행동을 저지하고 착한 행동을 하면 된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점에는 내가 있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이 그러하듯이.

 

 ‘인간은 정말로 결점이 많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잘 모를 뿐더러 끊임없이 실수를 저지른다. 우리가 고의로 하는 많은 행동들 중엔 나쁜 것들 투성이다. 우리는 잔인하고, 약자를 이용하고, 무지한 사람을 속여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다행히 그와 동시에 그 모든 것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방법은 매우 쉽다. 그저 나쁜 행동을 저지하고 착한 행동을 장려하기만 하면 된다.’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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