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목욕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지연 지음, 김지혜 그림 / 마음산책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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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소설을 꽤 읽었다. 대체로 나쁘지 않았다. 특별히 좋아하는 소설도 있다. 그런 이유로 짧은 소설 『꿈 목욕』을 읽었다. 짧은 소설이니 긴 이야기는 없다. 수록된 열네 편의 이야기는 대체로 꿈같다. 어떤 소설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 어떤 소설은 꿈이라 믿고 싶은 현실 이야기, 그 둘을 오가는 이야기라고 해도 좋다. 작가가 실제로 꾼 꿈을 모티브로 한 표제작 「꿈 목욕」부터 꿈이 등장하는 소설이 많다. 어찌 보면 소설은 다 꿈같은 이야기는 아닐까.


나는 이 소설집에서 무엇을 기대했을까. 기대한다는 게 우스운 말인지도 모른다. 어떤 책이든 읽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읽었다 해도 처음과 다르게 나중에 좋아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꿈 목욕』을 읽으면서 발터 벤야민의 『고독의 이야기들』가 생각났다. 김지연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그러니까 꿈을 꾸는 이는 작가 자신이고 이야기는 작가의 의식이 흐름은 그가 원하는 곳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 그러다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아, 너무도 당연한 건가.

친구의 집을 찾아가다가 길을 잃고 만난 폭포에 정신을 잃고 폭포가 떨어져 생긴 샘으로 풍덩 뛰어든 「꿈 목욕」의 ‘나’는 물속을 떠다니며 죽은 친구도 만나고 사라진 친구도 만난다. 사라져가는 모든 것이 물속에 있었고 물을 펴내 찬찬히 들여다보니 밤마다 꾼 꿈들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결국 꿈이란 잡을 수 없는 모든 것이며 반대로 꿈에서는 모든 존재와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일까.

꿈에서는 그럴 수 있다 치다. 꿈이 아닌 현실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은 뭐라고 설명할까. 면접에서 자꾸 떨어지는 ‘솧희’를 위해 친구가 예약해 준 호텔에서의 시간을 들려주는 「맴맴」도 다르지 않다. 해변에 위치한 호텔은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곳으로 손님은 송희 혼자였다. 직원과 자신뿐인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던 송희는 직원이 감염병이 걸려서 격리를 해야 한다는 소식과 일주일간 호텔을 떠날 수 없다는 통보는 받는다. 관리인은 연락이 되지 않고 창밖으로 일정한 시간에 같은 옷의 남자와 개가 산책하는 걸 본다. 그러다 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 어떤 히루에 갇혀 있다는 걸 자각한다.

어떤 하루에 갇혀 있다는 건 결국 반복되는 꿈을 꾸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렇다면 얼른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수없이 많은 이력서를 쓰고 면접에서 떨어진 송희는 꿈이든 시간이든 그곳에서 머물고 싶었다. 깨고 싶지 않은 달콤한 꿈을 꾸는 것처럼.





아직은 이 시간 언저리를 조금 더 맴돌고 싶었다. 물밀 듯이 쏟아져 내리는 시간에서 점점 떨어져 나와 멈춰 있고 싶었다. 유예일 수도, 모른 척 일 수도 있겠지만 그저 잠깐만 쉬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모든 것을 비워두고 내 기분만 살피면서. 그다음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때는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만큼 나아가고 싶었다. (「맴맴」, 41쪽)

그런가 하면 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도 있다. 인류가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의 책을 만들지 않는, 종이책이 사라진 미래의 인간은 악어로 변해간다는 「나무 아래 악어」, 죽은 후 귀신이 되어 과거 연인을 따라 산책하는 「산책하는 귀신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영혼, 그러나 정작 과거 연인은 죽었는데 귀신끼리도 서로가 알아볼 수 없다는 걸 좀 슬프다. 알아보고 반가워하며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설정이라면 어땠을까. 슬프거나 괴로울 때조차 눈물이 나지 않는 이들에게 비법을 알려준다는 ‘엉엉울음상담소’가 등장하는 이야기 「울음의 형식」. 3개월을 한꺼번에 결제하면 10퍼센트 디시를 해주겠다며 울음까지 상품이 되는 세상. 어쩌면 AI 시대에 이런 가능한 일일까.

『꿈 목욕』엔 허무맹랑한 꿈이라 치부하기엔 쓸쓸하고 외로운 이야기들. 꿈이 아니어도 진실을 알려는 노력보다는 그저 편한 대로 판단하고 받아들이려는 「사인」은 더 그랬다. 달동네 좁은 방에 살던 ‘복수’가 죽은 이유를 두고 자살이라 여기는 사람들. 왕래하는 가족이 없어 그렇게 여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었다. 빚이 있어 이혼을 했고 떨어져 살았지만 아내 경호와 딸 미진과 자주 연락했고 만났다. 경호와 미진만이 그럴 리가 없다고 믿었다. 지방에 살고 있는 경호와 미진을 만나러 온 복수가 재벌 집 아들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보며 나누는 대화를 기억하니까. 실제로도 그랬다. 그의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뒤늦은 발견이란 불운이 더해졌을 뿐이다.

“근데, 나는 그런 거 없어. 죽을 이유 같은 건 없어.”

단호히 말하는 복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미진은 생각했다. 인생은 장밋빛이 아니구나. 비단길도 꽃길도 아니고 가시밭길이구나. 마냥 행복하지도 않구나. 인생은 그런 것. 그러나 죽을 이유 같은 거 없고 우리는 살아갈 것이다. (「사인」, 130쪽)

복수의 죽음이야말로 꿈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꿈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지독하고 현실이라면 좋을 황홀한 꿈은 금세 깨고 만다. 그럼에도 꿈꾸는 인생을 포기할 수 없다. 그조차도 포기하면 인생은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와 막막한 사막이나 마찬가지 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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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6-07-1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을 고민했다. 4점으로 고칠까 하다가 그냥. 별점이 중요한 건 아닐지도.

다락방 2026-07-11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과 상관없는 아야기지만)커피잔이 심하게 예쁘네요!!
 
소네치카·스페이드의 여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4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박종소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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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님의 책 목록에서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의 저자 이름이 낯설지 않아 찾아보니 <소네치카·스페이드의 여왕>의 작가였다.‘기절이라도 한 것처럼 책에 빠져 있다가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가 되어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왔다‘란 메모도 찾았다.재밌게 읽은, 책이 좋은 이들에게는 정말 멋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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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7-10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어나세요! 🤣
 


비가 그치는가 싶더니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는 듯 내린다. 무섭게 쏟아진다. 장마라고 하기엔 연속성이 부족하고 아니라고 하기엔 맑음이 적다. 내가 사는 곳은 흐림과 비가 이어진다. 그러니까 장마인 걸까. 습하기가 이렇게 습할 수가 없다.

습습의 날들이다. 좋아하는 감자를 쪄서 먹기 좋은 여름이지만 습한 날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냉장고에 작은 수박의 속내도 보지 않았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수박 써는 일은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내가 수박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수박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수박을 썰어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그 대신 친구가 보낸 황도 복숭아를 맛있게 먹는다. 한 입 베어 물면 복숭아 형태가 완전히 사라지는 단맛이다. 친구는 내게 복숭아를 주문하면서 자신을 위해서는 백도를 주문했다고 했다. 황도보다 단단할 백도의 맛도 궁금하다.

책을 샀다. 아, 자꾸 책을 산다. 지난번 박솔뫼의 짧은 소설을 샀는데 블랑카 님이 단편집 『영릉에서』에 수록된 단편이 좋다고 해서 그 단편이 궁금해서 샀다. 좋아하는 시인 하재연의 신간시집 『인간이라는 환상처럼』, 산문과 시가 모두 좋다는 고명재의 시집도 한 권 샀다.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란 제목에서 그리움과 애틋함이 느껴진다. 땡스투는 시인의 글씨가 순수하다고 하신 분에게. 박상수의 『생활력』은 시의적절 시리즈다.





고명재의 시집에는 「작약」이라는 시가 있다. 시가 있는 줄 몰랐는데 좋다. 잘 샀다 싶다. 내가 모르는 작약은 많고 내가 모르는 작약을 담은 시도 많으니까.


먹을 수 없는 작약, 그 오월의 품격

꺾을 수 없는 작약, 그 동그런 향기

약이 될 수 없는 작약, 홀로 아름다움

약도 듣지 않는 미래, 그래도 아름다움

(「작약」, 일부)

하재연의 시는 어려운 시가 많다. 상상이 되지 않는 낯선 세계. 그런데도 이상하게 하재연의 시집은 계속 사게 된다. 계속 읽게 된다. 잘 모르면서 말이다. 이번 시집에 이런 시가 있다.


반구의 너머로부터 네가 도착한다

이십 년이 지난 후에야

이렇게 시작되는 대본을 쓰는

창밖으로 눈이 쏟아진다 클리셰가 난무하는

장르 드라마처럼

과거에서 미래로 열린

창문틀이 육체처럼 삐걱거리고 있다

나의 시간들이 새어 나간다

기화하는 탄소에게 사로잡힌

탄산수의 나머지 심정으로

종반부가 다가온다

지면을 덮는다

흰 백지와 같이 절대적으로

이십 년 후의 네가 이상하게 아름다워서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눈은 이제 폭설이 되어가며

결말을 준비하고

마지막 장을 덮고서야

여름의 파도 소리는 시작된다

지구의 건너편 반구에서부터

기억처럼 도래하는 방식으로

(「여름 판타지」, 전문)


책을 사는 건 좋은 일이다. 읽으려고 산다. 좋아하니까 계속 좋아하기로 한다. 현재의 상태는 좋음이니까. 나중에는 별로가 될 수도 있고 싫음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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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6-07-0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둥, 자목련님이 좋아하셔야 할 텐데... 좋아하실 거라 믿어봅니다. 저 이번달 시의적절 박상수 시인이라 저도 주문했어요. 저도 요새 갑자기 책을 계속 주문하기 시작했어요. 비 오는 장마철 좋은 이야기들 읽고 자목련님 마음도 보송보송해지기를 바랍니다.

잠자냥 2026-07-09 15:56   좋아요 0 | URL
100자평도 꼭 남기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6-07-10 09:21   좋아요 0 | URL
좋을 것 같아요. 어제 도착한 <세부 속으로>도 그렇고요. 아, 박상수 산문도 곁에 두셨군요. 좋은 책과 즐겁고 재미가 가득한 7월이면 좋겠습니다!

건수하 2026-07-0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이셨군요 ^^
고명재 시인 미소도 참 순수하셨어요.. 저도 샀으니 얼른 읽어봐야겠습니다 :)

자목련 2026-07-10 09:22   좋아요 1 | URL
산문도 좋다고 하셔서 궁금한데 우선은 이 시집부터 읽어보려고요!
 
노 피플 존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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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된 병원 검사 일정을 변경했다. 병원 고객센터의 직원이 담당 부서로 전화를 돌려주며 대기하는 시간은 꽤 길었다. 내가 원하는 날짜의 시간과 검사가 비어있는 날을 맞추는 일은 간단하지 않았다. 몇 번의 기다림 끝에 일정을 변경했다. 검사를 미루기로 결정한 이유는 내가 느끼기에 상태가 괜찮아지는 것 같았고 지난번 외래에서 만난 의사의 말이 컸다. 의사가 확실한 믿음을 주는 말을 한 건 아니다. 그가 들려준 가장 큰 믿음은 과거 외래에서 '방법이 있을 거라'는 말이다.

의사와 환자인 나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존재한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상대는 허락하지 않는다. 좁혀지지 않는 어떤 일정하고도 적절함, 정이현의 단편집 『노 피플 존』을 떠올리면 그런 거리감이 떠오른다. 불편함과 편함의 거리, 친밀하면서도 냉소적인 분위기, 상대가 내민 손을 잡을까 말까 고민하는 그런. 소설의 내용과 상관없이 이런 구절이 딱 그러하다.

어떤 경우에도 나는 환자에게 괜찮을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괜찮지 않을 거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음과 괜찮지 않음 사이에서 적절하게 밸런스를 조정하는 것이 이 직업에 가장 필요한 덕목일지도 몰랐다.(「선의 감정」, 95쪽)

「선의 감정」은 코로나19를 배경으로 의사인 ‘나’가 환자의 죽음에 대해 느끼는 이야기라고 할까. 환자의 죽음이 자신의 의료 과실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책임 소재. 소설은 환자가 죽은 이유를 찾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환자의 보호자였던 딸이 ‘나’의 환자로 나타나 들려주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소설의 제목의 선(線/善)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병원이라는 배경을 벗어나 그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대입할 수 있으니까.

그런 감정은 「실패담 크루」에서도 느껴진다. 실패의 속상함과 아픔을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모임 ‘실패담 말하기 크루’에서 삼십 대 변호사 ‘나’는 가장 젊은이다. 모임의 대부분은 사회적 위치가 확고한 중년의 기성 서대다. 그러니까 성공한 사람들이다. 누군가 이 소설에서 인생의 선배로 실패해도 괜찮다고, 충분히 잘 하고 있다는 말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위치의 권력을 즐기고 싶을 뿐이니까. 나의 실패가 그들에게 인정받아 한 단계 높은 곳으로 이동하기를 꿈꾼다. 하지만 나의 실패담은 말 그대로 실패로 돌아간다. 이런 패배감을 조성하는 분위기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현실일지라도 말이다.

학과 조교로 일하며 지도 교수의 일을 대신 맡아서 하지만 그에 대한 인정은커녕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인회 언니'의 이야기인 「언니」도 마찬가지다. 대학교수와 실패담 크루의 기성 서대는 누가 봐도 강자이며 모임에서 가장 젊은이였던 나와 조교인 인회 언니는 약자다. 뛰어넘을 수 없는 계급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회 초년생, 그 시기에 진입한 이와 그 시기를 지나온 이에게 「실패담 크루」와 「언니」는 생생한 현장 중계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럼 학교를 졸업하고 얼마간의 이력이 쌓이거나 소위 인생의 다음 단계인 결혼을 했을 때는 조금 괜찮아질까.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지속하게 될까.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더 확장된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완벽한 해결책이 아닌 가장 무난한 답을 찾는 일도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관계의 시작부터 거부해야 할까. 모르겠다. 「빛의 한가운데」 속 아들을 키우는‘안희’와 딸을 키우는 ‘미령’은 남다른 사이다. 함께 모든 걸 나누고 우정을 키워 온 관계. 안희의 아들이 학교에서 일어난 딥페이크 성범죄의 당사자로 지목되면서 안희는 충격에 빠진다. 아무렇지 않게 아들을 두둔하는 남편을 향한 안희의 절규.

둘째를 임신하면서 육아휴직을 쓰지 않기 위해 입주 시터를 구하는 「이모에 관하여」, 놀이 가정 교사 업체에 취직해 심리적을 불안한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단 하나의 아이」에서는 돌봄에 대해 말한다. 입주 시터가 간절하지만 중국인 동포 이모의 신분이 미덥지 않다. 그녀의 이력은 충분했고 잠깐 동안 보낸 시간도 나쁘지 않았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하나라도 더 찾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경험한 화자는 우리 주변에 너무 많고 그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사회적 시선도 여전히 강하다.

그녀가 첫날 일터에 맨발로 온 것은 사소한 부주의에 지나지 않았다. 그 한 면을 가지고 사람 전체를 재단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재연은 자꾸자꾸 맨발에 대해 생각했다. ( 「이모에 관하여」, 285쪽)

같은 맥락으로 「단 하나의 아이」는 제목부터 상징적이다. 놀이 가정 교사가 해야 할 일은 함께 놀아주는 게 아니라 아이의 가정사에 개입하지 않으며 아이와 적절한 거리 두기가 요구된다. 「단 하나의 아이」에서 놀이 가정 교사가 된 ‘한나’는 아이 ‘하유’의 이상 행동을 발견하고 부모에게 알리지만 결과는 하유가 바쁘다는 이유로 놀이교사 일이 종료된다. 한나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맞을까. 선을 넘는 일로 치부될 게 분명하다. 어쩌면 한나가 아이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노 키즈 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있다. 지나치게 소란스러워서 타인에게 방해가 되는 인간이라면 그게 누구든 얼마나 어리든 또 얼마나 늙었든 자신이 있는 곳에는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노 피플 존. 나와 내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거나, 있어도 눈에 뜨지 않는 곳. 타인의 존재가 내 신경에 거슬리게 하지 않는. (「단 하나의 아이」, 157쪽)

정이현이 그려 낸 『노 피플 존』의 인물이 겪는 일은 소설로만 치부할 수 없다. 경험하지 않아 모르는 세계라고 해도 왠지 알 것 같다. 불편하다고 외면하는 문제, 개선되지 않는 제도.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라서 그냥 뻔한 보통의 일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정이현은 최대한의 감정을 배제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말이다. 그러한 노력은 그 거리의 간극이 좁혀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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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6-07-07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 읽어도 좋은 자목련 님의 리뷰입니다.^^

자목련 2026-07-09 10:13   좋아요 1 | URL
언제나 다정한 나무 님의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26-07-08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제 읽어도 좋은 자목련 님의 리뷰입니다^^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요새 좋은 책들이 너무 많습니다.

자목련 2026-07-09 10:15   좋아요 0 | URL
다정에 다정을 더하는 요정 님의 댓글입니다.!
사고 싶은 책만 늘어서 큰일입니다 ㅎㅎ
 
꿈 목욕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지연 지음, 김지혜 그림 / 마음산책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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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에게 짧은 소설은 어떤 의미일까. 문득 자유로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지연의 짧은 소설은 내가 안다고 여긴 김지연의 소설 같기도 하고 전혀 다른 김지연의 그것 같기도 하다. 현실이 아닌 꿈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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