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라는 힘은 무엇일까. 좋아하는 작가를 지속적으로 응원하는 시간, 글쓰기에 대한 책을 끊임없이 읽게 만드는 힘, 한 번쯤은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버리지 못하는 미련인지도 모른다. 글로 시작해 글로 마감할 수 있는 인생은 작가(作家)에게 부여된 특권일까. 이런저런 생각만 무성하다. 그리고 이런 책을 읽고 부러워하고 밑줄을 긋는다.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라는 제목에서 당당함이 전해졌다. 책을 읽기도 전에 조금은 위축되었고 부러웠다. 그 당당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글에 대한 열망이 있는 이라면 그 끝에 책이라는 결과물이 있다는 걸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책을 내는 일이 어렵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넘치고 넘친다. 최근에는 책을 쓰고 내는 강의도 많다. 그것들과 이 책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바로 지식을 생산하는 저자들의 이야기라는 거다. 책을 그들의 인터뷰 내용이다. 파워라이터에게 글쓰기란 어떤 의미인지, 책장은 어떤 모습인지,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앞으로 쓰고 싶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공부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들의 글과 책에 대한 이야기는 유익하고 유쾌했다.

 

 강신주, 이병률, 정여울, 신형철, 정희진, 김두식처럼 익숙한 저자도 있지만 김종대, 박천홍, 김원, 전중환은 다소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흥미롭다. 좋아하는 저자의 경우 예전에 몰랐던 이야기와 함께 글쓰기에 대한 자신만의 습관을 만날 수 있고 관심이 없었던 분야에 대해서는 호기심을 불어오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글을 쓸 때 편지를 쓰는 것처럼 쓴다는 정여울, 새벽에 커피와 함께 글을 쓴다는 이주은, 처제와 장모님께 설명하듯 글을 쓴다는 전중환, 자신이 몰랐던 것에 대해 쓴다는 정희진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아직 읽지 못한 정희진의 책을 읽고 싶어졌고 쓰면서 배운다는 말에 밑줄을 긋는다.

 

 ‘정희진은 “쓰는 과정 자체가 글쓰기다라”라고 말한다. 즉 글이란 곧 글을 쓰는 과정이다. 흔히 사람들이 범하는 착각 가운데 하나가 머릿속에 들어 있는 글뭉치를 모니터나 종이에 옮겨놓기만 하면 그대로 글이라는 완성품이 나온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많은 저자들이 증언하듯 글쓰기는 몸으로 하는 노동이다. 쓰기도 전에 이미 완성되어 존재하는 글은 없다. “쓰면서 배워요. 쓰는 과정이 가장 중요해요. 애초의 생각이나 기존에 아는 것을 버리는 과정이 곧 글쓰기예요. 이때 중요한 건 나 자신에게 새롭고 생소해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사실이에요. 아는 것을 쓰면 망해요.”’ (정희진, 256~257쪽)

 

 어떤 분야의 책이든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과정을 거친다. 이미 많은 이들이 말했듯 그 과정은 복잡하고 어렵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글을 쓰는 게 즐겁고 기쁜 일이고 자시만이 할 수 있는 지식과 이야기가 있는 이라면 말이다. 막연하게 책을 내고 싶은 소망을 가졌다면 하지현의 조언대로 직접 써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도 글쓰기를 꿈꾸는 이게도 나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다.

 

 ‘책을 쓰는 처음 사람에게는 다음 세 가지를 조언한다. 먼저 15장 분량으로 서문을 써보는 것이다. 책을 왜 쓰려고 하는지 스스로 정리가 된다. 두 번째는 비슷한 책을 참고하면서 22~25개 정도의 세부 목차를 작성하는 것이다. 과연 자신이 한 권의 책을 쓸 만한 거리를 갖고 있는지 정확하게 감을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재미있을 챕터를 실제로 써보는 것이다. 자신이 글발이 있는지 없는지, 공저가 필요한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현, 282쪽)

 

 글이라는 힘을 키우기 위해 이런 책도 나쁘지 않다. 『심플』은 SNS 계정을 시작으로 보고서, 업무 계획서, 자기소개서까지 글로 시작해 글로 끝나는 하루를 사는 현대인에게 가장 간단한 글쓰기를 알려준다. 제목처럼 어떻게 하면 단순하고 명료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저자는 ‘마구 쓰기’를 권한다. 말 그대로 아무 글이나 마구 쓰는 것이다. 뭘 써야 할지 알 수 없는데 마구 쓰라니,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뭐든 처음이 있어야 한다. 마구 쓰기도 다르지 않다. 주제, 분량, 상관없이 시작한다면 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글의 가장 큰 힘은 즐거움과 행복은 아닐까.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는 시간은 행복하다. 읽기 전부터 달콤한 맛이 전해진다. 맛나는 케익을 조금씩 먹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이 아닌 산문은 작가를 읽는 시간과 같다. 김연수의 문장을 통해 그의 공간을 상상한다. 음식과 술에 관한 글을 읽을 때면 그 술자리에 함께 앉아 맥주를 마시고 싶다. 안다, 그건 실행될 수 없는 꿈이라는 걸 말이다. 소설 쓰기라는 주제를 지닌 글이지만 김연수는 독자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생각과 삶을 들려줄 뿐이다. 어떻게 소설이 그에게로 와 그와 하나가 되었는지 그 여정을 알려준다. 그러니까 누군가는 이 책을 소설론으로 읽을 수 있고 누군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후자에 기운다. 김연수라는 사람을 알고 싶은 마음이 크다. 글과 글을 쓴 사람은 전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글을 통해서 김연수를 찾아내려 애쓴다. 

 

 김연수는 매우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인 것 같다. 무늬만 그럴 수도 있지만 크게 화를 내지도 않고 화를 낼 일을 만들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이다. 궁극적으로 유쾌한 삶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를테면 딸과 속담을 재해석하는 모습은 무척 색다르게 다가온다. 말 유희라는 재미로 볼 수도 있지만 하나의 일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 그러니까 똑같은 사물에 자신만의 고유한 이름을 붙여 내 것으로 만드는 일 말이다. 소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소설 쓰는 사람 김연수의 면면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 그건 매우 흐뭇하고 반가운 시간이다. 『소설가의 일』이라는 제목 그대로 소설 쓰는 이야기, 나만의 문장을 갖고 싶은 열망이 있기에 기대가 컸다는 말도 빼놓을 수 없다.

 

 ‘누구나 죽기 전에 한 번은 소설을 쓰는데, 그게 바로 자기 인생의 이야기다. 자기 인생이 어디서부터인가 잘못됐다고 해도 이야기의 관점에서는 별문제가 안 된다. 죽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 인생의 이야기를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으니까.’ (134쪽)

 

 생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계속 쓸 수 있다. 쓸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수정할 수 있는 인생이라는 말, 정말 근사하지 않은가? 이 역시 글의 힘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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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6-2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의 글을 읽으니 이 책이 더 궁금해집니다 특히 정희진님은 지금 읽고있는 서민님의 <집나간 책>에서도 잠깐 언급이 되어 꼭 만나보라 추천해서 더욱 읽고싶어집니다 ㅋㅂㅋ 점심 맛있게 드세요^~^

자목련 2015-06-25 11:11   좋아요 0 | URL
파워라이터가 알려주는 글쓰기 방법보다 그들이 읽는 책에 더 관심이 가요. 우리는 해피북 님과 저는 정희진 님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네요, ㅎ
이곳은 비가 옵니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요^^

책읽는나무 2015-06-2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김연수!!
감탄사 절로 나는 김연수!!
읽고싶게 만드시네요^^
잘 지내시죠?오랜만에 안부 여쭙네요^^

자목련 2015-06-25 11:1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감탄사 절로 나는 김연수, 이 책도 그래요.
다정한 목소리로 전하는 안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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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의 공간에서 마주하는 쓸쓸한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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