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노벨문학상 발표가 났다. '욘 포세', 처음 듣는 작가였다. 당연 그가 어떤 소설을 썼는지 몰랐고 검색을 하니 몇 권의 책이 나왔지만 그게 다였다. 나에게는 그랬다. 대형 출판사에서 곧 그의 작품이 출간될 것 같다. 해마다 10월이면 노벨문학상의 수상자가 누굴까 궁금하고 온라인 서점의 투표 이벤트에 참여하곤 했지만 어느 해부터 시들해졌다. 기회가 닿으면 나와 만날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세상에 작가는 많고 그만큼 소설도 많고 내 책장에도 적지 않는 책들이 많다.
그렇다고 책을 안 산 건 아니다. 단출하게, 두 권. 10월에 세계적으로는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지만 지난 8월에는 김승옥문학상 수상 발표가 있었다. 올해의 수상자는 권여선. 내 일처럼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수상 소식을 듣고 나는 맘껏 기뻐했다.
소설집 『각각의 계절』에 만났던 「사슴벌레식 문답」이다. 읽었지만 다시 읽으면 더 반갑고 좋을 것이다. 거기다 작가노트가 있으니까. 권여선의 단편뿐 아니라, 손보미, 백수린, 최은미를 비롯한 여러 작가의 단편과 작가노트, 문학평론가의 리뷰도 만날 수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을 읽는 가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012/pimg_7630901654046331.jpg)
단요의 소설은 처음이다.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는 박지리 문학상 수상작이다. 작가 검색을 해보니 2022녀부터 활동을 시작한 작가로 앞서 『개의 설계사』로 2023 문윤성 SF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잠깐 장강명이 떠올랐다. 단요란 이름을 자주 볼 수 있겠구나 싶다.
쓸 때에도, 살 때에도 나는 희망이 행복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느낀다. 희망은 오로지 시간과 관계하며 그리하여 결국 의미와만 관계한다. 의미의 그물이 성기거나 찢겨 아무 내용도 건져올리지 못할 때 나는 절망한다. 그렇게 내가 절망하고 있을 때 뒤집힌 사슴벌레가 결정적인 그물코를 내놓았고, 나는 그걸 받아 미친듯이 들락날락 우왕좌왕하며 한 코 한 코 기워나갔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 소설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 수가 없다. 다행히 그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권여선, 작가노트 중에서)
가을은 깊어가고 차가운 공기에 몸이 반응한다. 친구는 독감예방접종을 하지만 나는 독서 주사를 맞아야겠다. 긴 연휴의 탓인지 책은 뒷전이었던 날들, 이제는 단편의 즐거움에 빠져보리라. 작가노트 대신 리뷰를 쓰려면 얼른 읽어야지.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