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노벨문학상 발표가 났다. '욘 포세', 처음 듣는 작가였다. 당연 그가 어떤 소설을 썼는지 몰랐고 검색을 하니 몇 권의 책이 나왔지만 그게 다였다. 나에게는 그랬다. 대형 출판사에서 곧 그의 작품이 출간될 것 같다. 해마다 10월이면 노벨문학상의 수상자가 누굴까 궁금하고 온라인 서점의 투표 이벤트에 참여하곤 했지만 어느 해부터 시들해졌다. 기회가 닿으면 나와 만날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세상에 작가는 많고 그만큼 소설도 많고 내 책장에도 적지 않는 책들이 많다.


그렇다고 책을 안 산 건 아니다. 단출하게, 두 권. 10월에 세계적으로는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지만 지난 8월에는 김승옥문학상 수상 발표가 있었다. 올해의 수상자는 권여선. 내 일처럼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수상 소식을 듣고 나는 맘껏 기뻐했다.


소설집 『각각의 계절』에 만났던 「사슴벌레식 문답」이다. 읽었지만 다시 읽으면 더 반갑고 좋을 것이다. 거기다 작가노트가 있으니까. 권여선의 단편뿐 아니라, 손보미, 백수린, 최은미를 비롯한 여러 작가의 단편과 작가노트, 문학평론가의 리뷰도 만날 수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을 읽는 가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단요의 소설은 처음이다.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는 박지리 문학상 수상작이다. 작가 검색을 해보니 2022녀부터 활동을 시작한 작가로 앞서 『개의 설계사』로 2023 문윤성 SF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잠깐 장강명이 떠올랐다. 단요란 이름을 자주 볼 수 있겠구나 싶다.


쓸 때에도, 살 때에도 나는 희망이 행복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느낀다. 희망은 오로지 시간과 관계하며 그리하여 결국 의미와만 관계한다. 의미의 그물이 성기거나 찢겨 아무 내용도 건져올리지 못할 때 나는 절망한다. 그렇게 내가 절망하고 있을 때 뒤집힌 사슴벌레가 결정적인 그물코를 내놓았고, 나는 그걸 받아 미친듯이 들락날락 우왕좌왕하며 한 코 한 코 기워나갔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 소설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 수가 없다. 다행히 그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권여선, 작가노트 중에서)


가을은 깊어가고 차가운 공기에 몸이 반응한다. 친구는 독감예방접종을 하지만 나는 독서 주사를 맞아야겠다. 긴 연휴의 탓인지 책은 뒷전이었던 날들, 이제는 단편의 즐거움에 빠져보리라. 작가노트 대신 리뷰를 쓰려면 얼른 읽어야지.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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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10-12 1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주사!! 좋은데요 ㅋㅋ 저도 딱히 노벨문학상 수상했다고 읽게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더구나 이번 작가는 취향이 아니라는 분들이 여럿 보여서..

자목련 2023-10-14 11:29   좋아요 2 | URL
노벨문학상은 인연이 되어야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책장에 읽지 않은 수상작도....
건강하고 즐거운 독서주사, 맞아보아요!

페넬로페 2023-10-12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권여선 작가 좋아하는데 읽고 싶어져요.
좋아하는 작가가 수상해서 기분이 좋아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한 권정도는 읽어보려해요.
재작년에 새로 만난 구르나 작가의 작품이 좋았거든요^^

자목련 2023-10-14 11:30   좋아요 2 | URL
저도 권여선 작가의 수상이 정말 반갑고 좋았어요.
수상 발표 후 바로 읽으신 분들도 많더라고요. 저도 기회가 되면 만날 수 있겠지요^^

망고 2023-10-12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각각의 계절 사놓고 아직 안 읽었는데 얼른 읽어야 겠어요ㅜㅜ 나름 아껴 읽고 싶은 마음에^^ 책장에 잘 모셔두고 있었는데 벌써 가을이 왔네요ㅋㅋㅋㅋ

자목련 2023-10-14 11:31   좋아요 1 | URL
나름 아껴 읽고 싶은 마음, 알아요!
리뷰 잘 쓰고 싶어 결국은 쓰지 못하는 ㅎㅎ
이 가을, 권여선의 단편과 즐겁게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3-10-12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권여선 작가님이 받으셨군요?
권작가님 축하드립니다.
보시려나요?ㅋㅋㅋ
독서주사! 오....미리 건강해지는 느낌입니다^^

자목련 2023-10-14 11:32   좋아요 2 | URL
아프지 않은 독서주사, 마음의 양식을 맘껏 취할 수 있기를 바라는데..
여전히 소파에서 뒹굴거립니다. ㅎㅎ

yamoo 2023-10-13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욘 포세...저도 첨 듣는 작가라 어떤 작품일지 대표작은 일어봐야 겠다싶어 주문을 했는데 기다려야 하네요..ㅎㅎ

권여선 작가가 받았군요. 근데 박지리 작가는 누군지...이름을 딴 상까지 있네요..2010년 무렵부터 한국소설은 안 읽는지라 누가 무슨 상을 받고...화제의 책이 뭔지 전혀 몰라요. 문학의 경우 외국 작가들의 검증된 책을 읽기도 너무 벅차요. <나는 고백한다>와 같은 작품을 읽으면 한국 작품 읽는 건 정말 시간 낭비 돈 낭비처럼 여겨져요...문학에서는 한국은 여전히 아프리카 문학보다 못하다는 생각이에요. 미술과 문학은 정말 세계의 주변부를 벗어나지 못하는 듯해요. 안타깝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자목련 2023-10-14 11:38   좋아요 0 | URL
욘 포세의 대표작, 주문하셨군요. 즐겁게 만나시길 바라요.
박지리 작가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작가로 팬들이 많은 것 같아요. 박지리 작가의 소설을 아직이에요. 언급해주신 <나는 고백한다>는 서재를 통해 읽어봐야지 하는 소설입니다. 말씀처럼 어떤 소설은 책값이 아깝기도 하지요. 다양한 문학의 세계를 경험하는 일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은오 2023-10-13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민음사에서 욘 포세 작품이 바로 나왔더라고요. 어쩜 타이밍도 ㅋㅋㅋㅋㅋ
사슴벌레식 문답! 각각의 계절 읽었는데 반갑네요. ㅎㅎ
독서주사 ㅋㅋㅋㅋㅋ 좋네요!! 저도 그럼 자목련님 따라서 독서의 계절에 독서 주사 1차 2차 5차 10차 열심히 맞겠습니다 ㅋㅋㅋㅋ 😆

자목련 2023-10-14 11:39   좋아요 2 | URL
민음사의 타이밍^^
어떤 부작용도 없는 독서주사, 열심히 맞은 은오 님의 독서기록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