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일도 힘겨운 날들이다. 그저 읽기만 하면 되는데, 더위는 그조차 막아버린다. 그러니 쓰는 일도 힘들다. 올해가 제일 더운 것 같다. 더위보다 추위와 잘 지내는 나는 더위가 힘들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난다. 얼굴, 목, 등으로 땀이 흐른다. 작년에 이렇게 더웠나 싶은 거다. 아침부터 아이스크림을 먹게 될 줄이야. 이 더위가 끝이 있을까. 에어컨을 잘 켜지 않는 나인데 이번 여름은 자동적으로 리모컨을 찾는다.


며칠 뒤가 입추라는 데 이제 24절기도 맞지 않을 것 같다. 더위에 냉면, 아이스커피, 비빔면, 아이스크림처럼 반가운 건 이런 소설들이다. 정용준의 짧은 소설과 최은영의 단편집이다. 마음산책의 짧은 소설 시리즈, 이번엔 정용준이었다. 짧은 소설이므로 다 읽긴 했는데 리뷰는 언제 쓸지 모르겠다.


문학동네 30주년으로 최은영의 단편집은 예약 구매로 받았다. 출판사에서 신간 책값은 택배비를 생각해서 책정하는 것 같다. 음, 이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듯. 물론 물가가 다 올랐으니 당연 책값도 올라야 하는데 맞지만 15000원 이상 무료배송에 14600, 14800원은 애매했다. 그래서 아예 15000원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15120원이다. 반갑고 기다렸던 작가의 소설이지만 그래도 책값은 비싸다.





정용준의 소설은 꽤 오랜만에 읽는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장편 몇 편은 읽지 못했다. 좋아하는 소설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좋아함이 조금 시들었나. 그랬는지도 모른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모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가시를 봤는데 지금은 서울예술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정용준은 어떻게 소설에 대해 수업할까. 그 강의, 한 번 듣고 싶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정용준을 좋아하는 마음, 시든 게 아니네.


최은영의 단편집은 그냥 좋다. 좋은 이유를 따로 찾을 필요가 없다. 이번 소설집은 정희진의 추천으로 더 많은 이들이 읽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누군가의 추천, 참 힘이 세구나 싶다. 내 경우도 김연수의 추천이 있는 책은 그냥 넘어가기 어려우니까. 나의 추천도 힘이 세면 좋겠다. 수록된 7개의 단편 가운데 세 편은 읽은 소설이다. 다시 읽어도 또 좋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읽을지 알 수 없다. 너무 덥고 지금도 등에서 땀이 난다.


어쩌면 8월은 정용준과 최은영으로 채워질지도 모른다. 두 권의 소설로 이미 채워진 느낌. 조금은 가볍고, 꿈 같고 동화 같은 정용준의 소설과 연대와 공감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는 최은영의 소설, 둘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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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8-03 1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년 더위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는 듯 싶습니다. 저는 그제가 체감상 가장 더웠어요. 어제 저녁에는 퇴근 때 바람이 부는데 좀 달랐어요. ‘어랏! 좀 시원한데?‘ 했습니다. 며칠만 기다리면 시원해질거야 생각하게 되더군요. 한증막 같은 더위가 좀 덜해지길 기원해봅니다!^^;

자목련 2023-08-04 17:17   좋아요 0 | URL
작년의 더위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작년보다 더 강한 더위가 왔구나 느껴요. 주말이 지나면 아주 쬐금이라도 시원해질까 기대해요. 계절은 붙잡을 수 없고 흐르는 게 다행이다 싶고요.
화가 님도 남은 하루 건강하고 시원하게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3-08-03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에어컨이.잠시.작동 되지 않았었는데
순간 제가.느낀.감정이 공포에 가까웠어요. AS하면 대기탈텐데 당장 오늘 어쩌지??등등...제.반응에.스스로 더 놀랐어요 더위는 공포가 되었네요..

자목련 2023-08-04 17:18   좋아요 1 | URL
앗, 정말 무서웠을 것 같아요. 말씀처럼 더위가 공포가 되었어요. 여름이라는 계절이, 참 힘들다 싶어요.
아, 여름이다~ 신이 나서 노래 불렀던 여름은 어디에 있는지....

은오 2023-08-03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책장샷은 볼때마다 아름답습니다. 이 페이퍼 읽으니 여름이 더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자목련님 힘들게하지마..........

자목련 2023-08-04 17:20   좋아요 1 | URL
제가 붙잡아도 여름이 지나가긴 하겠죠. 그래도 요즘은 진짜 더워요. 은오 님의 시원한 마음이 도착했으니 이제 시원해질 일만 남았어요!

책읽는나무 2023-08-0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용준 작가도 글을 잘 쓰는 것 같다고...읽으며 생각했었던 적 있었네요. 그의 소설들을 찾아봐야지! 생각만 하곤...깜깜무소식!!^^
신간이 나와서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서울예대에서 강의도 하시는군요? 와...

정희진 선생님 현대 소설 잘 안 읽으시는 줄 알았는데(정찬 작가님을 가장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지난 달 팟캐스트에서 김혜진 작가의 소설을 언급하시고 추천하셨는데 최은영 작가의 소설도 추천하셨군요.
정희진 선생님, 김연수 작가님의 추천도 눈여겨 읽었을테지만 제겐 자목련 님의 추천이 더 중요합니다. 힘이 무쟈게 세니까 계속 추천해 주세요^^

자목련 2023-08-04 17:22   좋아요 1 | URL
정용준의 소설은 아주 편안해서 쉽게 쓰여진 게 아닐까(절대 그럴 리 없는데 말이에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느 순간 따라잡지 못한 책들, 기회가 되면 열심히 만나보고 싶어요.

김혜진, 최은영, 다음 추천 작가가 궁금해져요. 나무 님의 응원 댓글은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요!!

호시우행 2023-08-04 0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즈음 너무 더워요. 그래서 난 의무적으로 서평을 써야 하는 그런 일체의 일들을 모두 단절했어요. 독서생활도 버거운데 증정도장이 꽉 찍혀있는 그런책을 위해 며칠 간의 노동을 기울였다니라는 생각이 들어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었기도 하구요. 그래서 내돈내산으로 여유로운 독서를 즐기기로 했어요. 그리고 리뷰나 서평을 올려야 할 의무감 같은 것도 없어서 좋구요. 언젠가부터 죽으면 이 모든 게 없어질 일에 왜 내가 매달리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면서 77세까지만 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이를 이삼년 앞당기기로 했어요. 또 증정도서를 쓰레기장으로 내보내면서 매일 고생하는 경비원에게 가졌던 미안한 마음도 이젠 들지 않아서 좋구요. 내돈내산 책들은 평소에도 그랬듯이 깨끗한 상태에서 지인들에게 책선물하거나 아니면 중고서점에 팔면 되니까요. 늙은이 주책 댓글인가요?

자목련 2023-08-04 17:24   좋아요 0 | URL
맞아요, 호시우행 님, 즐거운 독서가 즐거운 리뷰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요즘처럼 정말 더운 날씨에는 읽는 일도 쓰는 일도 고역이구나 싶어요. 말씀처럼 어떤 날은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고요. ㅎㅎ
늙은이 주책 댓글이라니요, 절대 아니에요.
호시우행 님, 건강하고 시원한 날들 이어가세요^^

blanca 2023-08-0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은영 작가의 소설 주문해야 하는데...저도 요새 배송료 안 나오게 주문하는 게 뭐랄까 숙제처럼 너무 힘들어요.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내 편의를 생각하면 번거로운 제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용준 작가는 산문집도 정말 좋아요. 자목련님 추천도 힘이 있죠. 좋아하는 한국 작가들, 어제는 김금희 작가의 산문집 읽는데 와, 정말 너무 좋다! 이랬네요. 김금희, 김연수 작가는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 주에는 입춘이라니 그래도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자목련 2023-08-04 17:27   좋아요 0 | URL
이 더운 여름에 수고하시는 택배 기사 님을 생각하면 배송료를 지불하는 게 당연하지만 책 주문할 때 고민은 생가보다 커요. ㅎ
추천하신 정용준 산문집 읽어야지 하면서 아직이에요. 우선은 곁에 두어야 읽겠죠? 음, 그럼 또 주문해야 하고, 그럼 배송료 숙제를 또 고민해야 하고 ㅎㅎ
저도 김연수 작가는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 그럴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블랑카 님도 건강하고 안전한 여름 이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