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문학교수 피에르 바야르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서 책을 읽지 않는 것의 가치와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심지어 책을 읽지 않는 게 책을 깊이 사랑하는 증거라고까지 말했다. 어느 한 권을 읽는다는 건 그 책을 선택하는 일이고, 이는 곧 세상의 다른 모든 책은 선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모든 책을 똑같이 사랑하려면 전부 안 읽는 수밖에 없다.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한 죄책감에 이만한 위안이 있을까.

게다가 읽은 책은, 결코 읽지 않은 책만큼 매력적일 수없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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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모으는 건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시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단순한 취미 이상으로 수집에 몰두하는 이들 중에는 내면의 결핍을 달래기 위해 습관처럼 수집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마음 한구석의 허전함을 잊으려 물건으로 자신을 채운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깥을 채우다 보면 실제로 마음도채워진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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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는 늘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고 가난이 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이 창문으로 나간다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열다섯 살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돈이라는 것이 숨 쉴 공기 같은 거라는 것도, 남은 공기를 계산하면서 숨 쉬는 불안이 마음의 평온을 깨뜨릴 수밖에 없다는 것도.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느니 돈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라느니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은 숨을 쉴 공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헤아리는 공포를 알지 못한다는 걸 나는 그제야 이해했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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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지아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어른들은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몸 안쪽으로우는 법을 익혔을 뿐이라고. 눈물을 목구멍으로 삼키는 법을 배워서 그렇게 눈물을 삼키고 삼킨다고. 그래서 다 자란 어른의 눈에서 눈물이 나온다면 그건 안으로 삼킨 눈물이너무 많아서 밖으로 흘러나오는 사고 같은 것이라고 했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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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이 일을 않고 종일 책만 읽어대는 건 땀 흘려 모은 남의 재산을 빼앗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 해본 적 없으셔요? 우리 권씨 문중이 학문으로 이름이 높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이러한 잘못된 제도를 조리로 밝혀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더 큰 과오가 있어요." - P74

"사람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나요?"
석리는 그녀를 흘긋 바라보았다. 숙현의 눈동자는 깊고도 맑았다.
"사람이 사람인 건 철새와 달리 마음이 있기 때문인데, 그 마음 또한 본디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 속성을 지닌 듯합니다."
숙현은 고개를 숙이고는 혼잣말처럼 나직이 내뱉었다.
"내내 한곳에 머무르는 마음이란 없을까요?"
"일체의 다른 마음을 버리면 가능하겠지만 비워버린 마음 그릇에는 또 다른 마음이 들어차겠지요."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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