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정말 아이로니컬한 점이 있다. 우리가 어떤 관점을 갖는 순간부터 그 관점의 포로가 되어 자기도 모르게 그 선을 따라 생각하고 움직이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 P102

다른 원로 철학자 한 사람은 젊음과 나이 듦은 모두 다른 빛깔을가지고 오는 인생의 선물이니, 나이, 몸무게, 키 등에 해당하는 숫자들은 의사에게 떠넘기라고 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의사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이므로.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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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화면을 앞뒤로 넘기며 다양한 각도로 정글룸을 들여다봤다. 나는 그들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말했다. "하지만 선생님, 화면을 넘기는 더 오래된 방법도 있어요. 고개를 돌리는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곳에 있잖아요. 정글룸에 있다고요. 화면으로 방을 볼 필요가 없어요. 딴 걸 통해서 볼 필요가 없다니까요. 자, 보네요." - P14

그가 말했다. "집중력이 예전만 못 합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냥 굴복하는 겁니다. 그리고 기분이 나빠지죠." - P19

"준비될 때까지 삶을 미룰 수는 없다... 삶은 우리의 코앞에서 발사된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 해. 그러면 죽기 직전에 인스타그램에서 ‘하트‘를 몇개 받았는지 쳐다보며 누워 있게 될 거야. 나는 차에 올라탔고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다. - P36

1986년에 인간에게 쏟아지는 정보(텔레비전과 라디오, 독서)를 모두 합치면 대략 85쪽 분량의 신문을 매일 40종 읽는 것과 같았다. 두 사람은 2007년에 그 양이 하루 174종의 신문을 읽는 것과 맞먹는 수준으로 증가했음을 발견했다(2007년 이후로 정보의 양이 더 늘지 않았다면 무척 놀라운 일일 것이다). 이 같은 정보량의 증가가 전 세계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 P52

 빠른 속도는 곧 적은 이해를 뜻한다. 다시 과학자들은 전문 속독가들을 연구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명백히 낫긴 하지만 결과는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이 정보를 흡수하는 속도에 최대한도가 존재하며, 그 벽을 부수려고 하면 그저 정보를 이해하는뇌의 능력이 파괴될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 P55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우리가 점점 더 삶을 속독하고 있는 것이아닐까 점점 더 적은 정보만을 받아들이며 여기에서 저기로 허겁지겁 건너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55

 "우리 뇌는 동시에 한두 개의 생각밖에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매우매우 단순합니다." 우리는 "인지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그것은 "뇌의 근본적인 구조" 때문이며, 이구조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실을인정하지 않고 미신을 만들어냈다고, 얼이 내게 말했다. 그 미신의 내용은 사람들이 실제로 동시에 세 가지 다섯 가지, 열 가지를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59

"뇌가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이동하면서 재설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방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때올려야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러 증거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때 "사람들의 수행 능력이 떨어지고 속도가 느려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이 전환의 결과입니다." - P60

그는 일상에서 너무 오랜 시간 방해를 받으면 모든 외부의 방해에서 벗어났을 때 스스로를 직접 방해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 P76

내가 20년 넘게 온종일 수많은 사람과 신호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자, 페이스북 메시지, 전화 통화. 이 모든 작은방식을 통해 세상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널 보고 있어. 네 얘기를 듣고 있어. 우리는 네가 필요해. 내 신호에 답해줘. 신호를 더많이 보내줘. 이제 그 신호들은 사라졌고, 이제는 세상이 이렇게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넌 중요하지 않아. 끈질기게 이어지는 신호의 부재는 곧 의미의 부재를 나타내는 듯했다.  - P77

우리는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라고 믿는다. 자신이 선택을 내린다고, 어디에 주의를 기울일지 결정하는 복잡한 정신을 가졌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건 다 환상이다. 우리와 우리의 집중력은그동안 살면서 경험한 강화 훈련의 총합일 뿐이다. 스키너는 인간에게 정신(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으로서 스스로 선택을 내린다는의미에서의 정신)이 없다고 생각했다.  - P82

 분열은 우리를 더작고 얄팍하고 분노하게 만든다. 몰입은 우리를 더 크고 깊고 차분하게 만든다. 분열은 우리를 위축시킨다. 몰입은 우리를 확장한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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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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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1965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당시에는 인기가 없었으나 2010년에 재발행 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책’으로 불리고 있다.
이 책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윌리엄 스토너는 아버지의 추천으로 컬럼비아에 있는 대학의 농과로 입학한다. 2학년 때 영문학을 들으며 시의 매력에 빠져 영문학을 공부하고 교수까지 되었다. 두 번의 세계대전 속 혼란한 세상과는 달리 스토너는 조용히 공부에 매진한다. 불행한 결혼 생활, 대학 내 권력 갈등, 다시 찾아온 사랑, 학문에 대한 굽히지 않는 신념, 마지막 정년을 앞두고 암에 걸려 자신의 서재에서 자신의 책을 품고 죽음을 맞이한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너의 삶은 드라마틱하지도, 권선징악적 요소도 없는 평온한 삶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토너를 일상 속 영웅이라 칭하며, 삶을 묵묵히 견딘 사람이라 칭한다. 그런데 내가 느낀 스토너는 좋게 말해 책임감 있는 사람 정도였다. 그 책임감도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승복하는 태도에 불과했다. 내가 생각하는 영웅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영웅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영웅이 큰 일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주변에도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으나 스토너는 아니었다.

스토너는 가난한 농부의 외아들이었다. 부모님의 엄청난 노력으로 대학까지 진학했지만,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말하지 졸업식 날 돌아가지 않고 대학에 남고 싶다고 통보했다. 이는 부모님의 기대와 희생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 결정이었다. 이디스와의 결혼 역시 이디스에게 청혼 당시 이디스는 이모와 유럽여행을 갈 계획 중이었다. 당시에도 유럽 여행을 간다는 것은 시간과 돈이 적지 않게 들어가는 일이었을 것이다. 스토너가 이디스를 배려 했다면 이디스가 유럽 여행을 다녀 올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스토너는 유럽 여행은 나중에 언제가 자신과 가자며 자신의 감정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결혼 후 그가 했던 노력도 있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이디스를 위한다기 보단 ‘내가 이렇게 너를 위하고 있다’는 자기만족에 불과해 보였다. 이디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도 않았고, 손님 초대도 스토너의 고집에서 나온 일방적인 것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캐서린과의 관계에서도 먼저 다가선 건 스토너였지만, 책임을 지고 떠난 것은 캐서린이었다. 딸 그레이스와의 관계에서도 주변인에 머물 뿐, 나서서 무언가 시도 하지 않은 채, 방관자처럼 서서 자신이 선택한 결과를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수많은 호평에도 나의 스토너에 대한 평가는 자신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유아기적 사고를 가진 채 결과를 받아들이는 그런 남자라는 것이다. 이 ‘유아기적 인물‘의 이야기가 왜 지금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아마도 현대인들의 내면도 스토너와 비슷한 욕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커다란 성공(사회적 위상)은 바라지 않아.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며 살고 싶어. 내가 사랑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고 싶어.’ 이런 마음일 것이다. 스토너가 가족조차 자신과는 상관없는 타인처럼 여겼듯, 복잡한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 마음대로 , 오직 자신만의 감정에 충실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투영된 것이다.

하지만 인물에 대한 내 비판과는 별개로, 존 윌리엄스는 탁월한 작가임이 틀림없다. 오히려 큰 사건 없이 잔잔한 이야기임에도 지루함 없이 잘 읽힌다는 점에서 작가의 뛰어난 필력을 느낄 수 있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뛰어난 풍경 묘사는 독자가 스토너의 삶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스토너의 삶이 옳든 그르든 『스토너』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소설은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사는가? 나는 무엇을 사랑하며 사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스토너가 죽기 직전 남겼던 물음처럼 이 소설은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며 살 것인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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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 P385

그는 책을 펼쳤다. 그와 동시에 그 책은 그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책장을 펄럭펄럭 넘기며 짜릿함을 느꼈다.  - P389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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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죠. 세월이 흐르면 다 잘 풀릴 겁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이 말을 하고 나자 갑자기 그것이 정말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순간적으로 자기 말에 담긴 진실을 느낀 그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던 절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절망이 그토록 무거웠다는 것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이 들뜨다 못해 현기증이 날 것만 같고,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 것 같은 기분으로 그는 다시 말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 P262

나이 마흔셋에 윌리엄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첫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 P270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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