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우리가 친화력을 지닌 동시에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 종임을 설명해준다. 외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은 자신과 같은 집단 구성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만 느끼는 친화력의 부산물이다. (중략) 우리에게는 우리와 다른 누군가가 위협으로 여겨질 때, 그들을 우리 정신의 신경망에서 제거할 능력도 있는 것이다. 연결감, 공감, 연민이 일어날 수 있던 곳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다정함, 협력,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 종 고유의 신경 메커니즘이 닫힐 때, 우리는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소셜미디어가 우리를 연결해주는 이 현대 사회에서 비인간화 경향은 오히려 가파른 속도로 증폭되고 있다. 편견을 표출하던 덩치 큰 집단들이 보복성 비인간화 행태에 동참하며 순식간에 서로를 인간 이하 취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를 보복적으로 비인간화하는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 P126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 실험에 피험자들이 모르는 조작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학습 시작 전에 실험자들이 방을 나갔다가 학습실과 감독관실 사이의 내선 전화기 끄는 것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감독관들이 실험자들이 주고받는 말을 엿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일부 감독관은 실험자들이 학생들에 대해서 "예리하다"거나 "이해력이 좋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고, 나머지 감독관은 실험자들이 학생들에 대해서 "썩어빠졌다"거나 "짐승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밴듀라의 예상과 달리 학생들을 살짝 비인간화하자 책임을 분산할 때보다 훨씬 큰 효과가 나타났다. 학생들에 대해 인간적인 평가를 들은 감독관들은 가장 약한 강도의 충격을 주었고, 비인간적인 평가를 들은 감독관들이 가한 충격의 강도는 2배에서 심지어 3배까지 높았다. - P216
보복성 비인간화 자신들이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집단은 역으로 다른 집단 사람들을 비인간화하게 된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상대방이 자신을 인간 이하로 여긴다는 말을 들었을 때 두 집단 모두 상대를 더 비인간화했던 것처럼, 흑인들도 자신들을 위협한다고 느끼는 집단에 대해서 인간 이하로 여기는 보복성 비인간화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 P225
결국 근대적 사회들은 한 사회 내에서 가장 힘센 집단의 기분에 의해서 구성된 것이다. 힘이 약한 집단 혹은 소수 집단 사람들은 목소리를 잃고 농노나 노예로 강등되었다. 사람들은 수천년 동안 이 새로운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맞서 싸우고 전쟁을 치렀다. 설령 반란에 성공했다 해도 다른 씨족이나 파벌, 혹은 다른 부족이나 종교, 다른 민족에서 나와 도로 기존의 위계질서와 다를 바 없는 사회를 건설했을 것이다. 농경 사회는 한 울타리 안에서 빼앗고 빼앗기는 제로섬게임에 갇히게 되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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