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연구
이상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쓰면서 이상섭 선생은 희랍어 전공자가 아님에도 [시학]을 역주하는데 대한 세간의 비난에 대해 매우 불편했던듯 하다. 서문격인 글에서 벌써 [시학]과 자신의 학문적 이력과의 오랜 인연을 설명해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비난은 그저 웃어 넘기면 될 듯 하다. 이 책은 영문학 전공자의 학문적 성취 바깥을 넘보지도 않으면서도 제 나름의 해석학적 풍부함을 [시학]에 가져다 주고 있으니 말이다. 희랍 원전의 연구자라면 단연 단국대학교의 천병희 선생을 꼽아야 하는데, 이교수는 천교수와 자신의 해석의 변별점도 분명히 짚고 있다. 이 책의 2부는 Plato와 Horace의 시학 관련 문헌도 정리하고 있으니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들을 더 주고 있는 샘이다.

[시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6부를 꼼꼼히 봐야 한다. 여기에 이 저서 전체의 중요 개념들이 거의 망라되기 때문이다. Catharsis, plot(mythos), charactor(ethos), thought(dianoia) 등등, 그리고 hamartia와 desis, lusis 개념도 중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 비극의 이해
천병희 지음 / 문예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들어 이와 같은 연구서나 평전, 사적 문헌들을 많이 읽는다. 학교 토론강의를 이끌어 가는 데 유용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예전에 봤던 원전들을 다시 상기하고 정리하는 기회가 된다. 하긴 이 독서 계획 때문에 정작 봐야할 책들을 그전보다 덜 읽긴 하지만 말이다. 아쉬운 건 아니다. 

이번 수업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peri poietikes] 과 셰익스피어의 [맥베스Macbeth]와 더불어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Oedipus]를 한다. 이 책들 모두, 읽은지 10년, 아니 15년이 넘었다. 더우기 [시학]은 읽을 당시에 굉장히 지루해 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Dithyrambos니 Iambos니 단장 3보격 등등의 낯선 희랍어들과 고전 전문용어들이 혼란스러웠었다.

그리스 비극 작품들은 [시학] 전에 보았었다. 세로쓰기 2단으로 된 현암사판이었는데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로 나누어 각각의 작품들을 번역해 놓았던 것으로 기억된다.(물론 그때는 희랍어 원전 번역이 아니었다) 그게 2권으로 분책되었던 것 같다.그런데  어째 그때는 그리스 비극이 [시학]과는 도대체 연결되지 않았었다. 이런 혼란들이 천병희 선생의 이 책으로 '완전히' 해결된 것 같지는 않다.(아마 [시학]에 관해 계획해 놓은 이상섭 선생의 책을 보면 좀 더 나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완전히 해결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책은 그리스 비극 작품을 한 두 개 읽어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들이 많다. 특히 첫 장이 중요하다.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전에 그리스 비극 전반의 역사적 배경과 비평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사적인 이해를 충분히 하기 위해서는 몇몇 연도와 사건들을 외워 두는 것도 뒷장을 이해하는 데 수월할 것이다. 지금 기억나는 대로 써보면 이렇다. 아르카익시대(~ BC 480 살라미스 해전), 그리스 문화의 부흥기인 50년기(480~431), 펠로폰네소스 전쟁(431~404), 그리스 고전 시대(알렉산더 대왕의 죽음까지, ~ BC 323), 헬레니즘시대(옥타비아누스 황제에 의한 그리스 병합, 악티움 해전, 안토니우스 클레오파트라 연합군의 패배 ~BC 31). 이 연도들에다 소크라테스(369~399)와 플라톤(427~347)의 생몰년을 비교해 보면 더 구체적인 그리스 사상사와 역사가 그려진다.

그리스 비극, [시학]에서 아우렐리우스까지 많은 희랍어 라틴어 원전 번역을 해온 천병희 선생의 내공도 믿을만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티끌 2007-06-17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료실의 자료들을 가져가면서 인사를 해야겠는데 덧글 쓰는 곳이 없어 이 곳에 남깁니다. 읽음에 대한 새삼의 각성을 감사드립니다. 잘 읽겠습니다.

nomadia 2007-06-17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이 되면 좋겠군요. 네이버 덧글이 전체 글쓰기로 공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뵙지요.
 
오 하느님
조정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 근대사 3부작([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쓰면서, 조정래 선생은 자신이 '원고지의 감옥'에 갇혀 사는 수인이었다고 회고했다. 작품들을 쓰면서 얻은 고통스런 지병을 생각할 때 선생의 이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래서 엄청난 스케일과 분량의 그 책들이 서점이나 도서관 서가에 사열(?)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난 경외감 때문에 오체투지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조정래는 그런 작가다. 남한 땅의 어떤 평론가나 작가, 철학자도 그를 쉽게 비평할 수 없으며, 그의 작품들은 곧 남한 근현대사의 'Histories apodexis'(헤로도토스의 [역사], '연구보고'란 뜻)에 다름 아니다.

이번 책은 3부작에 비할 바가 안되는 '소품'이다. 그러나 나름의 응집력을 가지고 있으며, 특유의 역사감각으로 2차대전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시각이 항상 그렇듯이 천연한 민중의 시각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일본군에서 소련군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일군으로 연명하는 '고려인'들의 삶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민중이란 그러한 세계사적 사건들의 참혹한 피해자일 뿐 아니라, 그 사건 속에서도 생기를 잃지 않는 생명력 자체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민중에 대한 요상한 감상주의 관점을 벗어나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나는 조정래 선생이 이 소설을 통해 '민족'이라는 그 감상적 관점의 구심력에서 많이 벗어나려고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인물들은 '고려인'이라는 '민족 정서'에 기대어 서로를 인식하는 듯 하지만, 사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생존'이며 '가족'이고 또한 자신의 특유한 정체성이 아닌가 싶다. 비극으로 끝나는 작품임에도 암울함이 느껴지지 않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문학동네], 2006 겨울호와 2007 봄호에 각각 분재된 작품을 일독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국고대사상사론 한길그레이트북스 70
리저허우 지음, 정병석 옮김 / 한길사 / 200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쩌허우를 처음 소개 받은 것은 동양철학을 전공하는 후배(지금은 대만에 유학 가 있다)에게서다. 한참 주자로 석사 논문을 쓰고 있는 그에게 책 소개를 부탁했었다. 하나는 주자의 삶과 사상을 간략히 볼 수 있는 좋은 번역서고 또 다른 하나는  풍우란 외에 최근에 나온 중국철학사 책이었다. 전자의 책으로 소개 받은 것이 [인간주자]였고 후자의 책으로는 바로 이 책을 소개 받았었다. 그 후배는 이 책을 읽고 "가슴이 확 뚫리는" 활연관통(!)의 체험을 했노라고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이러니 안 읽어 볼 수가 없었다. 

이 책을 보고 맨 처음 드는 생각은 노사광이나 풍우란이 고대 사상을 다루는 바에 비해, 이택후(리쩌허우)의 방식은 정말 굉장히 자유롭다는 것이다. 노사광, 풍우란이 공자라면, 이택후는 장자의 스케일에 가깝다. 그는 철학사를 '중국인의 문화 심리구조'를 드러내는 하나의 중요하고 (아마도 유일한) 전거로 삼는다. 이것은 분명 유물론적이고 맑스적이다. 이 책이 '사상사'가 아니라 '사상사론'인 이유도 여기 있다. 저자 자신도 맑스주의 방법론을 따른다고 말한다. 이런 까닭에 그에게는 고대 텍스트의 진위 여부나, 철학자들의 생몰년을 따지는 훈고적인 작업이 중요하지 않다. 이런 경우에 중요해 지는 것은 저자 자신의 역사적 관점의 건전성이다. 내가 보기에 리쩌허우의 역사관은 중국 민족주의(중화주의라고 하기에는 좀 심하고)에 약간 기울어 있다. 이러한 관점이 완전히 불건전하다거나 이로써 중국고대사상사를 덧칠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엄밀함을 소중히 하는 학자며, 유학자인 것도 또한 분명한 것이다. 

다른 사적 문헌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정리가 필요하다. 독서카드를 쓴다면 아마 리쩌허우 자신의 독특한 관점들, 경서 해석들 때문에 좀 많은 분량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신분석과 프로이트 옥스퍼드 위대한 과학자 시리즈 10
마가렛 머켄하우프트 지음, 김문영 옮김 / 바다출판사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1990년 경에 프로이트 선집이 이미 나와 있었다. 그것을 나는 당시에 다니던 대구 시립 두류 도서관  2층 인문학관에서 읽었었다. 그 책의 위치가 어디였었는지도 기억이 난다. 그것은 서가 복도에 연한 책꽂이 아래에서 세번째 열 맨 왼쪽부터 차례로 꽂혀 있었다. 파란색 하드커버에 많이 낡았었다. 기억이 아슴아슴하지만 그때의 충격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프로이트라 ... 그건 내게 빠져들면 들수록 더 매력적인 미궁과 같았다. 지금은 그 키클롭스로부터 좀 멀리 떨어져 있는 터이지만 그때는 그랬었다. 

이 책은 프로이트에 대한 작은 요약이다. 뭘 크게 기대한다거나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프로이트를 정신분석한 책도 있고, 또 영어판으로는 이보다 더 좋은 책들이 꽤 나와 있으니 말이다. 다만 교육적 가치가 있고, 사진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으니 볼 만하다. 프로이트에 대한 비판적 평전을 기대한다면 읽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책의 저자는 어쨌든 프로이트를 한 '인간'이라는 관점에서보다 '위대한 과학자'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의 정신분석에 대한 설명도 짧은 임상 경험 서술 정도로 그치고 있다. 아마 출판사나 역자도 이것 이상을 바란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일독을 권할 수 있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