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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철학사:고대편
노사광 / 탐구당 / 1991년 6월
평점 :
절판
번역된지 꽤 오래된 책임에도 그 가치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중국철학사에 관한 책으로는 고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호적, 이택후, 곽말약의 중국철학사가 있고, 또한 풍우란의 그것이 있다. 중국철학의 성격상 이들 학자들에게 철학사 자체가 곧 자신의 철학적 관점이 담긴 철학사상서가 된다.
노사광 선생의 관점은 자신의 선철인 호적과 풍우란을 비판적으로 흡수하는 것이다. 이 책의 서문격인 글에서 그는 호적이 '철학사'라는 이름에 값하는 철학사를 쓰지 못하고 문헌사 위주의 전적을 마련한 반면, 풍우란은 '철학'은 맞지만 그 시각이 서양 고대철학과 플라톤의 그것에 갇혀버렸다는 것이다. 자신은 방법론과 관점에 있어서 더 확고하고 넓은 기반을 가지고 출발한다고 말한다.
책을 계속 읽다 보면 노사광 선생의 관점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이를테면 송유 이래 논의된 이른바 '도통'의 직계를 ('공맹육왕'(孔孟陸王)을 거부하고) '공맹정주'(孔孟程朱)로 놓는다든지, 순자를 극구 공자의 후계로 인정하지 않고, 그의 사상을 말단으로 취급한다든지 하는 측면들이다. 이에 따라 한비자나 노자, 장자는 더 이상 크게 취급되지 않는다. 하여간 선생의 중심은 '공맹'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를 정통의 관점이라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또 사실이 그렇기도 하다. 진고응이 [노장신론]을 쓰면서 매우 성마르게 비판한 것은 학자들의 이런 '정통'에의 집착이었을 것이다.
관점 여하를 불문하고, 이 책은 일독으로 그쳐서는 안되는 책이다. 모든 '사적' 문헌들이 그렇지만 중요한 저서는 정리하고, 두 세번 읽으면서 완전히 '관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