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비극의 이해
천병희 지음 / 문예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들어 이와 같은 연구서나 평전, 사적 문헌들을 많이 읽는다. 학교 토론강의를 이끌어 가는 데 유용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예전에 봤던 원전들을 다시 상기하고 정리하는 기회가 된다. 하긴 이 독서 계획 때문에 정작 봐야할 책들을 그전보다 덜 읽긴 하지만 말이다. 아쉬운 건 아니다. 

이번 수업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peri poietikes] 과 셰익스피어의 [맥베스Macbeth]와 더불어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Oedipus]를 한다. 이 책들 모두, 읽은지 10년, 아니 15년이 넘었다. 더우기 [시학]은 읽을 당시에 굉장히 지루해 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Dithyrambos니 Iambos니 단장 3보격 등등의 낯선 희랍어들과 고전 전문용어들이 혼란스러웠었다.

그리스 비극 작품들은 [시학] 전에 보았었다. 세로쓰기 2단으로 된 현암사판이었는데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로 나누어 각각의 작품들을 번역해 놓았던 것으로 기억된다.(물론 그때는 희랍어 원전 번역이 아니었다) 그게 2권으로 분책되었던 것 같다.그런데  어째 그때는 그리스 비극이 [시학]과는 도대체 연결되지 않았었다. 이런 혼란들이 천병희 선생의 이 책으로 '완전히' 해결된 것 같지는 않다.(아마 [시학]에 관해 계획해 놓은 이상섭 선생의 책을 보면 좀 더 나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완전히 해결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책은 그리스 비극 작품을 한 두 개 읽어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들이 많다. 특히 첫 장이 중요하다.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전에 그리스 비극 전반의 역사적 배경과 비평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사적인 이해를 충분히 하기 위해서는 몇몇 연도와 사건들을 외워 두는 것도 뒷장을 이해하는 데 수월할 것이다. 지금 기억나는 대로 써보면 이렇다. 아르카익시대(~ BC 480 살라미스 해전), 그리스 문화의 부흥기인 50년기(480~431), 펠로폰네소스 전쟁(431~404), 그리스 고전 시대(알렉산더 대왕의 죽음까지, ~ BC 323), 헬레니즘시대(옥타비아누스 황제에 의한 그리스 병합, 악티움 해전, 안토니우스 클레오파트라 연합군의 패배 ~BC 31). 이 연도들에다 소크라테스(369~399)와 플라톤(427~347)의 생몰년을 비교해 보면 더 구체적인 그리스 사상사와 역사가 그려진다.

그리스 비극, [시학]에서 아우렐리우스까지 많은 희랍어 라틴어 원전 번역을 해온 천병희 선생의 내공도 믿을만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티끌 2007-06-17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료실의 자료들을 가져가면서 인사를 해야겠는데 덧글 쓰는 곳이 없어 이 곳에 남깁니다. 읽음에 대한 새삼의 각성을 감사드립니다. 잘 읽겠습니다.

nomadia 2007-06-17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이 되면 좋겠군요. 네이버 덧글이 전체 글쓰기로 공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