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쩌허우를 처음 소개 받은 것은 동양철학을 전공하는 후배(지금은 대만에 유학 가 있다)에게서다. 한참 주자로 석사 논문을 쓰고 있는 그에게 책 소개를 부탁했었다. 하나는 주자의 삶과 사상을 간략히 볼 수 있는 좋은 번역서고 또 다른 하나는 풍우란 외에 최근에 나온 중국철학사 책이었다. 전자의 책으로 소개 받은 것이 [인간주자]였고 후자의 책으로는 바로 이 책을 소개 받았었다. 그 후배는 이 책을 읽고 "가슴이 확 뚫리는" 활연관통(!)의 체험을 했노라고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이러니 안 읽어 볼 수가 없었다. 이 책을 보고 맨 처음 드는 생각은 노사광이나 풍우란이 고대 사상을 다루는 바에 비해, 이택후(리쩌허우)의 방식은 정말 굉장히 자유롭다는 것이다. 노사광, 풍우란이 공자라면, 이택후는 장자의 스케일에 가깝다. 그는 철학사를 '중국인의 문화 심리구조'를 드러내는 하나의 중요하고 (아마도 유일한) 전거로 삼는다. 이것은 분명 유물론적이고 맑스적이다. 이 책이 '사상사'가 아니라 '사상사론'인 이유도 여기 있다. 저자 자신도 맑스주의 방법론을 따른다고 말한다. 이런 까닭에 그에게는 고대 텍스트의 진위 여부나, 철학자들의 생몰년을 따지는 훈고적인 작업이 중요하지 않다. 이런 경우에 중요해 지는 것은 저자 자신의 역사적 관점의 건전성이다. 내가 보기에 리쩌허우의 역사관은 중국 민족주의(중화주의라고 하기에는 좀 심하고)에 약간 기울어 있다. 이러한 관점이 완전히 불건전하다거나 이로써 중국고대사상사를 덧칠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엄밀함을 소중히 하는 학자며, 유학자인 것도 또한 분명한 것이다. 다른 사적 문헌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정리가 필요하다. 독서카드를 쓴다면 아마 리쩌허우 자신의 독특한 관점들, 경서 해석들 때문에 좀 많은 분량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