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니(벌써!!) 달력이 필요한 때. 매년 내 탁상 달력은 온라인 서점에서 보내주는 달력이 장식하였다. 그래서 올해도 달력을 모으기(!) 위해 책을 구매했다(ㅋ이건 완전 핑계일지도 몰라). 한동안 꾹, 참고 있었는데 적립금(오늘까지이기에...좀 더 참을 걸 ㅜㅜ)과 달력을 한꺼번에 받기 위하여 간만에 질렀다. 그랬는데!! 어제 올라온 애정하는 두 작가(김연수와 김동영)의 예판 때문에 다시 구매욕은 불타오르고, 새로나온 책에 가보았더니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책은 그 두 권 말고도 더 생기더라는 사실. 하여튼, 오늘 도착한 책 네 권!

 

 

『다시 태어나다』, 수전 손택의 책은 어째서 읽어보지도 않고 구매만 해대는지. 그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젊음의 한가운데서 갑자기 삶의 번민, 절박을 깨닫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백여 권의 일기를 썼다니! 하루하루 핸폰에 기록을 남기는 일도 힘든 나로서는 존경스러운 일. 어쩌면 이 책을 읽고 나도 일기란 걸 쓰려고 할 지도 모르겠다.

 

사전숙고.

뭔가 좋은 게 있을 때 경솔하게 굴지 말라. 다음에 따라올 결과가 틀림없이 좋을 거라 확신하지 말라._8월 23일

 

위의 글, 어쩐지 심하게 공감.

 

 

두번째 책은 손철주 쌤의 책이다. 『사람 보는 눈』, 우리 옛 그림은 잘 안 보는 편인데 더구나 인물이라니. 한데 그런 점이 끌렸다. 내가 잘 안 보는 그림, 관심이 없는 그림에 대해 짧고 강렬하게(아니 재치있게?!) 설명을 해주지 않을까, 싶은.

 

“사람이 나오는 우리 그림을 골라서 책으로 낸다. …그림 밖의 사람은 그런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고, 그림 속의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그런 사람이 많다. 이럴진대 사람 그림을, 그려진 사람으로만 여기겠는가. 보고 또 볼 일이다.” -‘앞서는 글’에서

 

나도 그림 보는 눈이 확 뜨일려나.

 

 

앨리스 먼로의 책을 먼저 한 권 샀다. 앨리스 먼로의 책은 문학동네에서 나올 세 번째 책을 제외하곤 두 권이 다 였는데, 세 번째 책, 『디어 라이프』를 원서로 읽은 분들의 말이 '너무' 좋다는 거다. 그래서 『디어 라이프』가 나오기 전에 나머지 두 권의 책을 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읽은 책보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이 책이 좀 더 다가올 것 같은 예감이다.

 

"작품을 쓸 때 특정한 형식을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저 하나의 이야기를 할 뿐이지요. 그것도 누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풀어쓰는 구닥다리 방식으로요. 그러나 저는 '일어난 일'을 조금은 다른 형식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어떤 우회로를 거쳐, 낯선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독자들이 '일어난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어나는 방식'에 놀라움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단편소설이 거둘 수 있는 최대한의 성과입니다."_앨리스 먼로의 한마디

 

마지막 책은 백가흠 작가의 『향』이다. 두번째 장편소설이란다. 책에 대한 정보도 없이 그냥 주문을 했기 때문에 내용은 모르겠고, 책소개를 보니 이렇게 말한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어떤 ‘치열’도 허무하게 되지만 죽음의 죽음, 그러니까 영원의 순환 고리에 걸려 ‘탄생’ 이후의 인간이 이 끝없는 삶에서 느끼게 되는 무력, 이 숭고는 독자로 하여금 다시 한 번 뜨거운 삶을 경험할 것이다. 이것은 또한 “벌거벗은 삶”을 말하는 백가흠 본연의 모습에 맥을 잇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책에 대해서는 읽은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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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 울 생선 작가, 새 책 냈다!!!!

단편을 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장편이라니!!

완전 기대기대

 

"어쩌면 아는 것은 과거고 의심하는 건 현재이며 모르는 것은 미래인지도 모른다. 과거는 지독하건 좋건 간에 언제나 아름다움으로 남기 마련이고, 현재는 그저 늘 불안하기만 한 것이다. 짐을 정리하면서 나는 잊으려고 노력했던 지난 시간들이 모두 아름답게 보인다고 생각했다. 마치 오래될수록 더 빛나는 대리석 조각처럼 말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지금 또한 내 어깨를 스쳐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들은 더 깊어지고 아름다워질 거라고 믿고 싶었다. 청춘이 아름다운 건 무엇도 바꿔놓을 수 없는 채로, 그저 아무도 모르게 흘러가고 지나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아, 예판이라 당장 읽지도 못하고ㅠ_ㅠ

책 나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어머낫, 근데 표지는 아래의 것인데, 책 DB 정보가 안 바뀌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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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오즈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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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아모스 오즈의 새 책을 읽었다. 언젠가 그의 책을 읽으려고 한 적이 있었다. 장편이었고, 여자에 관한 책이었다. 여자, 사랑, 뭐 이런 것에 관심이 많은 나는 책소개를 보고 분명 흥미를 느꼈다. 한데 읽을 수가 없었다. 그 당시 내게 그 책은 버거웠을까? 아니면 읽을 준비가 되지 않았던 걸까? 아무튼 그 책은 내게 읽히지 못하고(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에 작은 책이었건만) 책꽂이에 꽂힌 채로 아직도 나오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름은 알지만 읽어본 책은 없는 아모스 오즈.

 

앤드루 포터의 글이 좋았냐고 물었다. 무척, 좋았다고 하니 그렇다면 아모스 오즈도 좋아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어쩌면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럴까? 예전에 내가 읽어내지 못한 작가였는데? 반신반의.

 

새 책을 받고 언제 읽지, 고민했다. 얼른 읽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았다. 짬(!)이 났던 날. 단편이니까, 한 편은 읽을 수 있을 거라며 휘리릭~ 읽었..아니, 넘겼다. 어, 근데 이게 뭐지?(-.-) 끝이 왜 이래? 나 왜 독해력이 없어진 거지? 왜 이해가 안 되는 거지? 아놔~ 머리를 집어뜯다가... 짬이고 뭐고, 다시 앞으로 돌아갔다. 이번엔 정독! 제대로 정.독.(사실 정독까지 안해도 될 책인데 내가 너무 건성으로 읽은 바람에;) 그제서야 아ㅡ 하는 안타까움의 한숨.

 

「노르웨이 국왕」에 나오는 "세상의 모든 슬픔을 어깨에 지고 사는" 쉰다섯의 키 작은 노총각 즈비, 그의 삶은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 테지,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내 기준인 거야. 그럼에도 나는 왜 그가 그렇게 안타까울까? 이게 문제다.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와 다르다고 상대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일. 아무튼, 그는 잘 살아간다. 자기 영역안에서, 자신만의 률을 지키며. (아, 그래도...그래도, 간섭하고 싶은 이 오지랖!-.-)

 

두번째 단편부터는 집중을 한 편이다. 「두 여자」, 오스낫과 아리엘라가 내보이는 사랑의 방법. 누가 더 많이 사랑하고, 누구의 사랑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말할 수 없는. 그렇지만 역시 자기 방식대로의 사랑들. 그리고 세번째 단편, 표제작인 「친구 사이」, 만약 내가 에드나였다면 나훔과 같은 아버지 밑이었다고 다비드를 선택했을까? 괜히 내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몰입을 했다. 결론은 딸은 아버지와 같은 남자를 원하기도 하지만 절대 다수는 아버지와 완전히 다른 남자를 원하기도 할 것이라는 나의 생각. 그래서 내 선택은, 비밀!

 

그외, 연작처럼 등장하는 모든 글은 "키부츠"라는 공동생활체를 배경으로 하지만 "키부츠"에 관한 소설은 아니다. 앞에 몇 편 보았듯이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정원사 즈비의 고독, 두 여자의 사랑, 친구와 딸 사이에서 번민하는 나약한 아버지 등등 이들 뿐만 아니라 그 뒤에 나오는 인물 모두가 하나 같이 외로운 것이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이 살아가고 있는 무덤덤한 삶들, 그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 아모스 오즈. 결국 글들을 읽다 보면 그래, 삶이란 게 그렇지 뭐. 하는 생각이 앞선다. 완벽해보이는 키부츠 내에서의 삶이지만 인간의 삶은 별다를 게 없다는 것.

 

이제 읽다가 포기한 그의 장편을 읽어야겠다. 그리고 내 애정 작가의 한 사람이 된 아모스 오즈. 읽을 게 많은 애정 작가의 탄생은 나로선 행복한 일.

 

그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사실은 모두 중요하지 않다고, 그런데 정말 중요한 일들에 대해서는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혼잣말을 했다. 인생이 모두 흘러가버리고 있는데 그는 아직도 외로움과 그리움, 욕망과 죽음이라는 거대하고 단순한 진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_「한밤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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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이 그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림도 좋아하고 알랭 드 보통은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땡기지 아니할 수 없는 책이다.

『영혼의 미술관』, 조금 무겁고, 책을 다니고 다닐 수 없이 큰 것이,

좋아하는 책 들고 다니며 읽는 나에겐 치명적인 단점이지만

그럼에도 거부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알랭 드 보통의 글이 있기 때문이다.

 

역시 읽으면서 아무데나 막막 밑줄을 그어도 멋진 문장이 되는

(아, 내 눈에는 보통에 대한 애정의 콩깍지가 제대로 씌였다!)

그의 글은... 정말 좋으다. 행복해진다.

그게 슬픔에 대해 말을 하든, 사랑에 대해 말을 하든,

그림이고 뭐고 간에 그의 글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역시 가을엔 무엇에게든 빠져보는 일이 좋은 것!)

행복, 즐거움, 신남, 엔돌핀 팍팍!!

 

 

 

그럼,  『영혼의 미술관』 맛보기~!! 

 

 

 

_오늘 밤 당신의 모습을 영원히 잊지 않을 거예요

 

 

 _가족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을 생각해보라. 카메라를 꺼내들고 싶은 충동은 우리의 자각이 시간의 흐름에 약하다는 불안한 자각에서 나온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타지마할을 잊고, 시골길을 잊고, 무엇보다 아이가 일곱 살하고도 구 개월일 때 거실 카펫에서 레고 집을 쌓던 바로 그 순간의 표정을 잊는다.

 

우리가 잊을까봐 걱정하는 대상은 대체로 아주 구체적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사람이나 장면의 무작위적인 면이 아니다.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을 기억하길 원하고, 그래서 우리가 훌륭하다고 여기는 화가들은 무엇을 기념해야 하고 무엇을 생략해야 할지 적절하게 선택한 듯 보이는 사람들이다.

 

 

:: 이 글을 읽는 순간, 문득 가족사진을 모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예쁘게 편집해서 내 핸폰에 넣고 다녀야겠다며..

보통의 말대로라면 정말 기억하고 싶은 중요한 것이니까. 요즘 내 생각의 가장 많은 부분은 역시 '가족'인 것 같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는 순간, 그런 생각을 했겠지.

기억하고 싶은 사진, 우리 가족들이 기억하길 원하는 사진. 그런 사진.

 

 

 

_희망은 이런 모습일 수도 있는 것

 

 

_만일 세상이 좀더 따뜻한 곳이라면, 우리는 예쁜 예술작품에 이렇게까지 감동하지 않을 테고, 그런 작품이 그리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예술적 경험의 가장 이상한 특징 중 하나는 가끔 눈물을 흘리게 할 정도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의 힘이다. 그런 순간은 괴롭거나 무시무시한 이미지를 대면할 때가 아니라 특별히 우아하고 사랑스러워 보는 즉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작품과 마주칠 때 찾아온다. 아름다움에 격렬히 반응하는 이 특별한 순간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 나도 예전엔 잘 몰랐다. 그림을 봐도 이게 무슨 뜻인지,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

한데, 그런 것들이 어느날 갑자기 내 맘에 들어온다. 시가 내 맘에 들어오는 것처럼 똑같았던 것 같다.

마치 기시감을 느끼듯이 그림을 보는 순간 멈칫, 하고 멈춰서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던....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그림이라는 게 이젠 더 이상 내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닌(엉?) 꽤 친밀한 무언가가 되어..관심을.

 

 

 

_우리는 안개를 무심히 봤을 뿐, 주목해서 보진 않았다

 

 

_사랑은 당연히 인생의 큰 즐거움이어야 하지만, 나와 가장 쉽게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연인들 사이에 오가는 잔인함의 정도는 철천지원수 저리 가라다. 우리는 사랑이 충만함의 강력한 원천이길 바라지만, 사랑은 때때로 무시, 헛된 갈망, 복수, 자포자기의 무대로 변한다. 우리는 부루퉁하거나 쩨쩨해지고, 성가시게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내고, 어떻게 혹은 왜 그런지 이해조차 못하고서 자신의 삶과 한때 자신이 좋아한다고 맹세했던 사람의 삶을 망가뜨린다.

 

예술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 그래, 보통에게 '사랑'을 빼면 무슨 보통인겨!

다른 파트도 다 좋지만, 역시 '사랑' 파트가 좋아.

위의 그림 <녹턴: 베터시 강>이라는 잘 모르는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라는 저 화가의 그림도 마음에 들고.

 

 

_처음 데이트할 때 우리가 얼마나 감사하다고 느꼈는지 상기시켜준다

 

 

_사랑할 줄 아는 건 감탄하는 것과 다르다. 감탄에는 왕성한 상상력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능력이 필요치 않다. 문제는 두 사람이 삶을 공유하려 할 때 고개를 든다. 집, 자녀, 사업 및 가계 운영을, 처음에 멀리서 봤을 땐 감탄스러웠던 사람과 공유해야 한다. 이럴 때 우리에게는 저절로 툭 튀어나오는 법이 거의 없고, 연습을 안 하면 좀처럼 도움이 안 되는 자질이 필요하다. 상대방 말에 예바르게 귀길유이는 능력, 인내심, 호기심, 회복력, 관능, 이성 같은 것 말이다.

 

 

:: 사랑도 노력인가?

 


 

 

_난파선에 매달리기. 우리의 운명은 대체로 이렇다

 

 

_사랑의 불꽃은 툭하면 외모 때문에 일곤 하는데, 통념상 사랑은 그래선 안 된다는 것, 그것이 사랑의 한 역설이다. 이는 우리에게 다음 같은 수수께끼를 안긴다. 우리는 육체적인 면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 아름다움은 완전히 요점 밖일까, 아니면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적인 부분일까?

 

_연인 관계에서 나타나는 대단히 우울한 양상은, 처음 알았을 땐 더없이 감사하다고 느꼈던 사람에게 너무나 빨리 익숙해진다는 사실이다. 손목이나 어깨만으로도 우리를 흥분시켰던 사람이 눈앞에 벌거벗고 누워 있어도 무덤덤하기만 하다.

 

:: 그러니까, 사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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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책은 안 사야지(맨날 하는 다짐) 하고선 신간소개를 본다. 이 책은 페북에서 먼저 봐버렸다. 『어쩌다 당신이 좋아서』라는 제목이 낯설지 않았고 내 마음을 툭, 건들었기 때문인데 알고 보니 류근 시인의 시에 나온 거였다. 어쩐지 감성 살아있더라! 이 가을에 이렇게 잘 어울리는 제목을 가진 책이라니!  편집자의 짧은 책 소개와 사진을 보니 시인들이 첫사랑에게 보내는 서간문 형태의 에세이라고 한다. 표지도 편지 봉투처럼 디자인하여 예뻤다. 친필로 쓴 글도 실렸다고 한다. 안 살 수 없게 만들었으니 나는 오늘 또 책을 사고 만다.

 

 

만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을 때 만나고 사랑하는 것. 그것만큼 절실한 풍경이 어디 있을까. 그 비밀을 간직하지 못하는 심장은 타인의 기억에서 박동하지 않는단다. 그러므로 진정한 사랑은 전 생애를 비밀에 걸었을 때에만 이루어지지. 우리는 살아갈수록 비밀이 되어야 해.(윤성택)

울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나 때문이야, 난 너무 멍청하구나. 속으로 몇십 몇백 번이나 되뇌었던 말. 생각해보니 그때 나는 자책이라는 단어를 하나 배우게 되었던 거군요.(유희경)

지금 생각하니 꿈속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분명 현실로 존재했었던 날들조차도요. 하지만 그 벽이 누렇게 변색되고 그 속의 나도 퇴색되어가리라는 것을 우린 알지요. 그리고 마침내 떼어내 버려진다는 것을요.(조윤희)

사랑의 뿌리는 아주 약하고 흔들리고 움직이기도 하지만, 마음과 마음이 서로 잘 포개지면 그 뿌리를 공중에서도 오래 붙들고 살아갈 수 있는 일다고 믿을래요. 그게 더 진짜 같아요.(박연준)

 

가을은 역시 시를 읽어야 하는 계절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병률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 『눈사람 여관』, 책을 어제 받아놓고선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날씨 좋은 날, 공원의 벤치에 앉아 읽고 싶은데 시간이 안 난다. 결국엔 주말 늦은 오후 컴컴한 집, 어느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 이 시집을 펼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며 고개 주억거리고 감상에 젖을 것이다.

 

 

(…)

달의 저편에는 누군가 존재한다고 한다

아무도 그것을 알 수는 없고

대면한 적 없다고 한다

 

 

사람이라고 글자를 치면

자꾸 삶이라는 오타가 되는 것

나는 그것을 삶의 뱃속이라고 생각한다

_「면면」 중에서

 

 

나는 책 뒤편에 있는 '해설'보다는 친한 동료가 써주는 '발문'을 더 좋아하는 편인데 『눈사람 여관』의 발문을 애정하는 유희경 시인이 썼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단 한 명의 시인만 남겨둔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일이 다른 누군가와 조금도 관계되지 않은 일이라는 인식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이다. 그저 하얀 눈밭에 세워놓은 눈사람처럼, 한 사람의 시인이 녹고 있다. 무채색의 사람이다. 존재로 세계로 스스로의 몸을 만든 그런 사람이다. _발문에서

 

 

 몇 년 전에 히라노 게이치로의 트위터를 통해 『결괴』에 관한 얘길 들었다. 오랫동안 기다린 셈이다. 올해 1월 신문 인터뷰에서 “살인사건이 나면, 동네 사람들이 “저 사람이 저럴 사람이 아닌데”라고 말하잖아요. 그러나 한 사람 안에도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많고 어느 쪽이 적은지, 어떤 퍼센트로 나뉘는지가 중요하죠. 내 안에 여러 모습이 있지만 내가 편안하고 안식할 수 있는 부분을 늘려가는 삶이 평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라고 한 기사를 읽었다. '나 스스로가 나를 포기하지 않게 할 거라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문학적 처방',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흥미롭다. 안 읽어볼 수 없다. 더구나 김연수 작가의 추천!

 

(…)

소설의 앞부분에서 히라노 게이치로는 평범한 인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심연에 이를 때까지. 거기서 뭔가 끔찍한 것이 툭 튀어나올 때까지.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우리 모두에게는 마음의 짐처럼 '왜일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결괴』는 이 의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을 통해 이 시대 악의 반대는 선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놀라운 통찰에 이른다. _김연수

 

 

성석제 작가의 새 소설집이 나왔다. 제목은 『이 인간이 정말』이다. 새 소설집은 『지금 행복해』이후 5년 만이다. 8편의 단편에는 작가의 기억으로 포장된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한다. 그의 문체를 알기에, 인생을 흔들만한 사건은 없어도 읽고나면 그래,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야, 느끼게 해줄 것이다.

 

남자는 여자의 립밤을 가리키며 "그거 자꾸 칠하는 거 중독이라던데. 거기다 중독성 물질을 넣었대. 그 성분 중에서는 입술 조직을 괴사시키는 것도 있다더라고."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남자가 가고 난 뒤 여자는 길게 한숨을 내뿜은 뒤 언제부터인가 되플이해서 말해온 듯한 문장을 발음했다.

 

"됐다 새끼야, 제발 그만 좀 해라."

_「이 인간이 정말」 중에서

 

 

어쩌다 나는 당신들이 좋아서 이렇게 또 책을 샀다. 9월이 지날 때까진 절대로 안 사려고 했건만, 좋으면 어쩔 수가 없는가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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