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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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슈디를 처음 알게 된 것은『악마의 시』를 통해서다. 작가가 그 책에서 코란의 일부를 ‘악마의 시’라고 언급하고 무하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그의 열두 명의 아내를 창녀로 비유하자 이란의 최고 지도자는 살만 루슈디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 일로 인해 살만 루슈디는 유명해졌고 그 유명세만큼 그가 쓴 『악마의 시』는 세계적인 작품으로 인정받고 뉴욕 타임즈가 뽑은 20세기 최고의 책 100선에 뽑히기도 했다.


악마의 시』를 읽은 후 내가 느낀 점은 도대체 그 책이 왜 그들의 분노를 샀을까 하는 거였다. 현실과 비현실, 끝없이 나오는 작가의 상상력은 읽는 사람의 혼을 쏙 빼 놓을 뿐만 아니라 무수히 쏟아지는 지식들과 은유들은 가끔 무슨 소리인지 헷갈리게도 했지만 정신없이 읽을 만큼 재미도 있었다. 또 독특한 문체와 작가가 풀어 놓는 이야기는 신화나 이슬람의 전설을 읽는 듯 흥미도 있었기에 그야말로 거침없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차피 허구이고 이슬람을 겨냥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형선고까지 내리다니 말이다(이젠 철회가 되었지만). 그래서 작가의 신간 『분노』가 출간되었을 때 무조건 읽어보고 싶었다. 역시, 살만 루슈디의 풍자는 한마디로 세계적이다.


이 책『분노』에도 살만 루슈디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블랙코미디 같은 이야기, 소설 속에서 쓴 또 다른 소설(이런 소설을 액자 소설이라고 하지). 비꼬고 찔러보고 쉴 새 없이 내뱉는 풍자는 차치하고 한 문장마다 쏟아져 나오는 그의 해박한 지식은 역시 살만 루슈디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옮긴이의 <>가 시원찮았으면 책을 읽고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도 없었을 만큼 온갖 비유가 문장 속에 나온다. 한 영화의 대사, 어떤 책의 문장, 노래 가사와 지역, 뉴욕에서 유명한 식당에서 최고급 호텔, 약자와 대화중에 툭 던지는 아무 의미도 없을 것 같은 단어 하나 조차도 살만 루슈디의 머릿속에서 다 계산되어 나온 거였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자 ‘내가 이 책을 다 읽었다니!!’하는 뿌듯함이 넘쳤다나…. ^^;;


분노』는 2000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영국에서 인형제작자이며 대학교수로 생활하던 말릭 솔랑카가 자신이 제작한 인형에 대해 아내와 말다툼 한 그날 저녁, 자신도 모르게 끓어오른 분노로 인해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살해할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이자 도망치듯 영국을 떠나 뉴욕으로 오게 된다. 하지만 뉴욕에서의 생활은 그를 더더욱 분노하게 만드는 일 뿐이었다. 디안젤로 부두 야구 모자를 쓴 금발의 아가씨가 킥킥거리며 자신에게 무례하게 말을 거는 것에 화가 치밀고, 같은 건물에 사는 카피라이터의 한심한 질문에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퍼부으며 귀싸대기를 갈기고 싶은 욕망을 느끼기도 한다. 또 이미 천 번쯤은 되풀이 했을 배관공의 기나긴 사연들을 들으며 그의 수다를 참아내기 위해 순환 호흡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시작에 불과했으며 간혹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여 카페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더구나 주변에서 ‘콘크리트 살인’이라고 불리는 연쇄 살인이 일어나면서 순간적인 분노로 과음을 하여 정신을 잃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는 솔랑카는 혹시 파나마모자를 쓴 그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을까 하는 두려움에 쌓이게 된다.


이 책은 이렇듯 미국으로 건너온 솔랑카가 뉴욕이라는 현대 문명에서 발생하는 여러 종류의 분노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 외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솔랑카가 뉴욕에서 쓴 SF소설 '적자 생존: 퍼펏 킹들의 등장', 흑인인 잭이 백인에 대한 동경으로 빚어낸 어이없는 죽음, 친구인 더브더브의 유명인이라는 신분이 준 실존적 위기로 인한 자살, 영국에서 인형제작자로 일하면서 선풍을 일으킨 ‘리틀 브레인의 모험’의 팬이었다는 밀라를 만나 위험한 장난에 빠진 일, 자신의 분노를 가라앉게 만드는 운명의 여자 닐라를 만나고(닐라의 외모에 넘어가는 남자들의 묘사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닐라효과‘라나), 밀라와 다시 웹사이트를 이용한 인형제작에 성공하고, 급기야는 웹사이트 속의 인형들이 등장하는 닐라의 고향 ‘릴리푸트블레푸스쿠’의 쿠테타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여러 형태의 주제로 등장한다. 결국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헷갈리는 많은 이야기 속에 살인과 폭력, 자살과 인종문제까지 현대문명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에 대한 분노를 냉소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솔랑카가 닐라에게 털어 놓는 어린시절의 이야기는 솔랑카의 분노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분노가 어떻게 자라 현재에 이르렀는지 보여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중에 그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그와 같은 분노를 느끼는 사람은 의외로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만 루슈디가 비록 뉴욕이라는 도시를 빗대어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모든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일들을 풍자하며 그 부조리들에 대해 우스꽝스럽게 표현을 하지만 그 바탕에는 결국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


쉽게 읽을 수 없어서 간만에 정독을 하며 밑줄을 긋고 곱씹으며 읽은 책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겠지만 살만 루슈디가 전해준 왠지 추하고 우스꽝스러운 현대문명에서의 삶이 나도 모르게 나의 삶에 쳐들어와 솔랑카처럼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게 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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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성석제 지음, 김경호 그림 / 창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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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고향이 어딘지 말하는게 지겨워졌으므로 더이상 밝히지 않겠다는 작가의 고향은 내 고향과 아주 가깝게 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으면 내 고향의 구수한 말씨가 들려 한결 정겹다. 그런 그가 작년 봄에 고향의 맛을 들고 나타났었다. 워낙 말재주가 비범한(?) 작가라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낄낄거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음식이야기를 하면서도 이렇게 웃길 줄이야. 소풍가기 딱 좋은 계절이 돌아온 지금 이 책에 담긴 구수한 고향의 맛을 눈으로 느끼면서 가까운 공원으로의 소풍이라도 꿈꿀 수 있다면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엔 그 흔한 맛집의 맛은 없다. 멋진 레스토랑도 없고, 소문난 서양요리도 없다. 그저 구수한 고향의 맛, 어머니의 맛, 그립던 어린시절의 맛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역시 성석제답다. 

 첫 이야기 '너비아니'에 대한 이야기에서 성석제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음식에 관한, 맛이라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작은 간판으로 '얌전하게' 요리를 하던 그 식당. 욕심도 없어보이고 늘 그렇게 '얌전하게' 맛을 보전할 것 같던 그 식당이 시간이 흘러 맛집으로 이름이 나고 돈을 벌자 그 맛을 잃어버린 안타까움을 그는 이렇게 '얌전하게' 전했다.

 얌전하게 한복을 입고 앞치마를 두른 부인, 얌전하게 풍로에 불을 붙이고 얌전하게 생긴 부채로 얌전하게 부채질을 하고 있는데 솣불 위에 얌전한 석쇠가 놓여 있었고 석쇠 사이에 고기가 얌전하게 끼여 있어 익어가며 얌전하게 냄새를 피워올리는 것이었다. 내가 잠깐 멈추어서자 그 부인은 나를 얌전하게 돌아보며 얌전하게 미소를 지었는데, 그 부인의 콧등에는 크지도 작지도 않게 얌전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나는 그곳을 다녀온 뒤에 한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입에 거품을 풀며 그 부인의 얌전함, 음식 맛에 관해 이야기했다.

 십여년 뒤 ~ 그 부인은 식당업에 성공해서 땅을 사고 빌딩을 지어 대형식당을 낸 것이다. 그런데 그 집의 너비아니, 아니 불고기,아니 물 고기,아니 석쇠구이는 전혀 옛날 같은 맛이 나지 않았다. 너무 달았고 너무 손님의 입맛에 맞추는 듯했고 너무 짰다. 그 부인은 조금 주름진 얼굴, 조금 오만해진 표정으로 계산대에 앉아 있었다. 그 자태 역시 얌전하긴 했다.

 성석제가 이야기하는 음식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골목 어느 구석에 박혀있어 사람들이 잘 찾아가지 못하더라도, 허름하고 간판마저 없어 그 집이 음식점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가는 곳에 자리잡고 있더라도 변함없는 손맛으로, 변함없이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있게 자신의 요리를 내 보일 줄 아는 그런 음식이야기를 한다. 세상이 변해도 변치않는 맛, 그 음식을 맛보면 어쩐지 인생이 보일 것 같은, 그래서 두고두고 그 맛이 잊혀지지 않아 나이가 들어 한번만이라도 다시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그런 음식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요즘 유행하는 퓨전도 아니고, 맛집에 등장하는 맛난 음식이 아닌데도 그가 풀어내는 음식의 맛에 홀딱 빠져버려 침이 꼴깍 넘어갔다. 옛날 어머니가 소풍가기 전날 밤에 싸 주던 어머니표 김밥, 새벽의 나이트클럽 앞에서 김을 모락모락내며 팔던 거친 진짜 순두부와 내 어릴 때 아니, 지금도 열심히 먹어대는 갱죽이라 불리는 갱시기까지. 이 책에 나온 모든 음식들은 그가 풀어 놓는 이야기속에 웃음이라는 양념까지 버물어져 최고의 맛을 냈다.

 무릇 이야기란 우리 삶의 소풍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시원한 나무그늘이 아니더라도 책을 펼칠 수 있는 그 어떤 장소에서든 이 책을 펼치면 어릴 때 즐거워하며 가던 소풍처럼 그때의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이 따듯한 봄에 가까운 공원으로 맛있는 소풍이나 가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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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27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란 우리 삶의 소풍, 명대사!

readersu 2007-03-29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대사!!! 근데;;;
 
스캔들의 역사
루스웨스트 하이머 외 지음, 김대웅 옮김 / 이마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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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머리말에 나온 이야기처럼 스캔들이나 성을 이야기 하는 책은 아니다. 익히 알고 있는 스캔들의 역사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 본 역사속 인물들의 또다른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간은 누구나 '훔쳐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겉표지(재클린과 오나시스를 보라!)와 제목(간통에서 동성애까지 권력자들을 둘러싼)만 보고도 식상하고 그렇고 그런 다 아는 스캔들이야기라 ''하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함에 대한 흥미로움은 읽어보고 싶은 욕구를 충분히 자극하고도 남는다.(사실 이런 류의 책은 제법 재미가 있다. 사실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더욱.- -;;)
 
역사 속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들은 요즘 우리가 연예인들에게 갖는 관심사처럼, 왕이거나 권력자로서 나라에 지대한 업적을 남긴 일 외에, 그들의 '사적인' 생활에 호기심을 가지게 한다. 존경받거나 혹은 권력으로 인해 괜히 멋져보이기만 하는 유명인들. 여자든 섹스든 그런 것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나라를 위해, 나라를 향한 마음만 있을 것 같던 그들의 또 다른 면을(약간은 지저분하고 퇴폐적인) 엿보는 것은 상당히 재미가 있다. 그 호기심은 그들 역시 왕이거나 권력자 이전에 어쩔 수 없는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려는 너무나 평범한 인간들의 욕구일지도 모른다.
 
모두 16장으로 구성 된 이 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권력과 성의 관계, 왕과 그의 정부(情婦), 혹은 왕비의 정부(情夫), 정략결혼, 전리품으로 내세워진 아내들 등...역사적으로 조망한 권력과 섹스의 다양한 관계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왕과 관계를 가지고도 절대로 정부인이 되지 못한 중국 왕실의 과 오스만 제국 하렘의 여인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위해 기회가 생길 때마다 남자를 바꾸어 결국은 아르헨티나의 영부인까지 되었던 에바 페론, 보상심리에서 비롯된 존F.케네디의 여성 편력, 왕의 정부로서 침실과 왕의 집무실까지 점령하였던 퐁파드르 부인, 자유와 평등을 주장했으면서도 자신은 흑인 정부를 두고 노예를 소유하며 백인과 흑인의 결혼을 비난했던 토머스 제퍼슨, 금기의 벽 앞에 무릎을 끓을수 밖에 없었던 동성애 정치가들...그외 등등. 주로 권력과 섹스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요즘이라고 다를 것이 있겠냐마는 이책을 읽다보면 그 강도가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클린턴의 섹스스캔들에 아이디어를 얻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쓰기위해 등장하는 역사적인 인물들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에서 동일인임에도 그들의 전기물마다 쓰는 사람에 따라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글에 놀랐다고 한다. 아마도 증거가 없는 한, 모든 사건들이 추측소문에 의한 것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역사적 인물들이기에 섹스스캔들을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 그들이 보여주는 또다른 매력적인 부분들이 꽤 많다. 그들이 한 역사의 인물로 남아 이런 책에 등장한다는 것은 추잡한 스캔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 놓은 성과가 더 높은 평가를 얻었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나 영화가 모두 섹스에 관한 이야기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온 섹스스캔들만 두고 '어멋! 알고보니 그 왕이, 그 부인이, 그 대통령이...'하며 호들갑 떨며 그들을 판단할 일도 아니다. 또 나름 존경해마지 않던 그 ''이 내가 알고 있거나 혹은 내가 보고 들었던 내용이 아닌 이야기로 등장한다고 해서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을 거다. 왜냐하면 그들이 스캔들 덩어리의 삶이였든지, 존경받는 인물로서 멋진 삶을 살았든지 간에 그들의 삶을 엿보다보면 존경심이 때로는 놀라움과 재미까지 느낄만큼 그들은 어.쨌.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스캔들이나 성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고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했음에도 결국은 읽고보니 섹스스캔들에 관한 이야기라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미국의 유명한 성심리학자라고 하는 루스 웨스트하머의 '글빨'이 그다지 천박하지도 않고, 수준낮은 싸구려(섹스나 이야기 하고 인간의 질 낮은 욕망를 자극하는 글이 아닌) 글이 아님을 알게 되면 그 모순이 조금 이해 될 지도 모르겠다. 나로선 그동안 여러 권의 역사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행위들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그 책들 중에서는 그래도 루스 웨스트하머의 이 책이 나름대로 읽기에 편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권력과 섹스의 관계는 시대가 바뀌어도 늘 등장하는 스캔들의 일부분이지만 그 바탕엔 인간으로서의 본능과 유혹이 자리잡고 있다. 그것들이 권력을 가지면서 스스로에 의해 혹은 주변의 부축임에 의해 자연적으로 표출되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가끔은 평범함이 제일 인간적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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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갈증
미시마 유키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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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의 『비틀거리는 여인』을 읽은 후에 그에게 폭 빠져버렸다. 로맨스 소설 표지 같은 일러스트가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으나 책을 읽고 나면 내용과 표지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한국어 제목은 정말 잘 지은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책은 미시마 유키오가 '꼴통보수주의자'라 불리기 전에 쓰여진 책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소설 『금각사』 이전에 쓴 소설이다. 그래서 『금각사』의 저자로 알고 있던 그 미시마 유키오가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것에 다들 놀라워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비틀거리는 여인』으로 미시마 유키오를 처음 만난 나는, 누군가는 어려워서 못 읽었다 하고, 또 누군가는 읽을 생각도 안 했다는 꼴통보수주의자로서의 미시마 유키오가 아니라 섬세하고 완성도 높은 문학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으로 그를 만나게 된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았다면 미시마 유키오의 진정한 문학성을 알지 못했을 거다.

에쓰코의 남편 료스케는 여성 편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에쓰코의 기억으로 료스케와 결혼 후 가장 행복했던 때는 신혼여행때와 료스케가 발병하기 전 사흘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다가 장티푸스라는 병을 안고 마침내 에쓰코에게로 돌아와 에쓰코에게 간호를 받던 16일 동안뿐이었다. 그 기간 동안 에쓰코는 료스케를 위해 진정으로 간호했으며 또 한편으론 그가 죽기를 진정으로 바랐다. 결국 료스케가 죽자 시아버지 야카치의 부름으로 마이덴의 스기모토가로 들어간다. 그곳은 시아버지 야카치를 비롯하여 첫째 아들부부인 켄스케와 치요코, 셋째 아들의 며느리인 아사코와 아이들, 그리고 하녀인 미요와 사부로가 같이 살고 있었다. 남편을 잃은 지 1년도 안 된 젊은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의탁하러 들어온 것에 대해 가족들은 의아해했지만 에쓰코는 ‘따분한 듯, 마음이 내키지 않은 듯,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단정치 못한 활달함으로 온종일 이 울타리 안을 왔다 갔다 하는, 날개가 퇴화하여 날지 못하는 한 마리 날짐승 같은’ 태도를 보여줄 뿐이었다.

미묘한 가족 관계 속에서 켄스케 부부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감초처럼 등장하여 한마디씩 던질 뿐, 이 책의 주된 이야기는 에쓰코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생각하는 에쓰코의 감정이다. 시아버지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짜 일기를 쓰고, 시아버지와의 동침이 처음부터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한 아무렇지 않은 그녀의 감정 표현처럼 구멍이 없는 동전에 구멍을 뚫을 각오로 이 따분한 시골 생활을 견뎌내는 단순함만 존재한다. 행복하다고 부정할 수 없고, 증거도 없는 만들어진 ‘믿음’과 어리석은 ‘연극’ 같은 생활 말이다. 그런 삶 속에 사부로라는 하인이 에쓰코의 마음에 들어온다. 사부로를 향한 에쓰코의 마음은 제목처럼 '사랑의 갈증'이다. 온 가족이 다 알아채도록 사부로를 향한 마음을 여는데 정작 사부로만은 무지하게도 그 사랑을 끝까지 알아채지 못한다. 그에게 있어 에쓰코는 '성가신 주인집에 살러 온 성가신 부인이라는 존재'이며, 그에겐 오로지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욕망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미요에 대한 사부로의 사랑이 별 것 아니었음을 알게 된 에쓰코는 사부로에게 듣고 싶던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 용기를 낸다. 그리고 사부로는 여전한 무지로 에쓰코가 원하는 대답을 해 주었지만 ‘너무나도 역력하게 거짓말을 알리는 이 말투, 사랑하지 않는다고 직접 말하는 것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리는 이 말투’로 인해 에쓰코가 마음을 고쳐 먹게 만든다. 일순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자신을 대하는 에쓰코를 이해하지 못한 사부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표정을 짓지만 순간적으로 그동안 없었던 감정이 생기며 에쓰코에게 여자를 느낀다. 그리고…….

미시마 유키오는 한 여자의 사랑에 대한 갈증을 한 편의 잔혹극으로 끝내버렸다. 이 책에서 눈여겨 볼 것은 에쓰코의 감정이다. 남자인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표현하는 여자 에쓰코의 감정은 그야말로 하나같이 문학적이면서 무게감이 있다. 내뱉는 한마디 말마다 에쓰코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그 울림은 미시마 유키오가 어떻게 세 차례씩이나 노벨 문학상 후보에 거론되었는지 보여주고도 남음이다.

비틀거리는 여인』에서 보여준 세쓰코의 귀여운 행각과는 대조가 되는 에쓰코(그러고 보니 이름이 비슷하군) 의 미래는 과연 그녀의 생각처럼 그후로도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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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2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특이해요. 실제 책으로 보면 어떨런지.

readersu 2007-03-2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는 역시 로맨스 소설같지만..^^
내용은 멋집(?)니다..그 시대 일본소설답다고 해야하나...느낌상..^^;;;
마지막 무지한 사부로와 에쓰코가 나오는 장면에서 사부로의 생각은 그야말로!!! ^^
 
양영순의 천일야화 1~6권 박스 세트
양영순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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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The Arabian Nights' Entertainment)라고도 부르는 '천일야화'를 나는 아직 읽지 못했다. 읽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완역본이 의외로 어렵고 지루하다는 소릴 들었기에 그저 어릴 때 읽은 '신드밧드의 모험'을 읽은 걸로 만족했다. 그런데 친구가 생일 선물로 '천일야화'라 이름 붙여진 만화를 사 달라고 하기에 먼저보겠다는!!! 조건으로 샀는데 난 그 어려운 '천일야화'를 요즘 아이들에게 유행하는 만화로 볼 수 있게되었다고 혼자 속으로 뿌듯했나다...하지만- -;; 이 만화책은 '제목과 모티브만 '천일야화이고 그 나머진 오로지 양영순의 '천일야화'였다. 약간 실망스러웠지만 간만에 보는(300도 만화이긴 했으나) 만화여서 3일밤 동안 잘 보고 읽었다는...
 
시작은 원작과 같다. 아내의 배신으로 매일밤마다 동침한 여자를 다음날 죽여버리는 왕에게 '세라쟈드'가 자청하여 왕에게로 가서 이야기를 해준다. 세라쟈드는 이야기 요법이라는 궁중에서 내려오는 치료법을 제시하며 동생과 함께 왕에게 최면걸듯 이야기를 해준다.그 이야기속으로 빠져들면 이야기 속의 주인공 ''가 되는 기이한 체험으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주로 마신의 이야기다. 원작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어떤 게 진짜고 어떤 게 양영순 스타일인지 잘 모르겠으나 이 만화의 주된 이야기에는 마신이 등장한다. 좀 징그럽고 괴기스럽지만 흥미롭다. 또 마지막에 보여주는 반전이란~만화치고 제법 재미있다.
 
이 만화는 양영순이 파란닷컴에서 스크롤내려가며 연재하던 것을 만화책으로 묶어 낸 것이다. 그러고보니 비슷한 그림과 이야기를 한 번 정도는 본 느낌이 있다. 워낙 인기가 좋았던 작품이라 단행본으로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좋아라 했다고 한다. 나도 푹 빠져 읽은 것을 생각하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색다른 '천일야화' 친구 덕분에 눈요기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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