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의 역사
루스웨스트 하이머 외 지음, 김대웅 옮김 / 이마고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머리말에 나온 이야기처럼 스캔들이나 성을 이야기 하는 책은 아니다. 익히 알고 있는 스캔들의 역사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 본 역사속 인물들의 또다른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간은 누구나 '훔쳐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겉표지(재클린과 오나시스를 보라!)와 제목(간통에서 동성애까지 권력자들을 둘러싼)만 보고도 식상하고 그렇고 그런 다 아는 스캔들이야기라 ''하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함에 대한 흥미로움은 읽어보고 싶은 욕구를 충분히 자극하고도 남는다.(사실 이런 류의 책은 제법 재미가 있다. 사실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더욱.- -;;)
 
역사 속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들은 요즘 우리가 연예인들에게 갖는 관심사처럼, 왕이거나 권력자로서 나라에 지대한 업적을 남긴 일 외에, 그들의 '사적인' 생활에 호기심을 가지게 한다. 존경받거나 혹은 권력으로 인해 괜히 멋져보이기만 하는 유명인들. 여자든 섹스든 그런 것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나라를 위해, 나라를 향한 마음만 있을 것 같던 그들의 또 다른 면을(약간은 지저분하고 퇴폐적인) 엿보는 것은 상당히 재미가 있다. 그 호기심은 그들 역시 왕이거나 권력자 이전에 어쩔 수 없는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려는 너무나 평범한 인간들의 욕구일지도 모른다.
 
모두 16장으로 구성 된 이 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권력과 성의 관계, 왕과 그의 정부(情婦), 혹은 왕비의 정부(情夫), 정략결혼, 전리품으로 내세워진 아내들 등...역사적으로 조망한 권력과 섹스의 다양한 관계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왕과 관계를 가지고도 절대로 정부인이 되지 못한 중국 왕실의 과 오스만 제국 하렘의 여인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위해 기회가 생길 때마다 남자를 바꾸어 결국은 아르헨티나의 영부인까지 되었던 에바 페론, 보상심리에서 비롯된 존F.케네디의 여성 편력, 왕의 정부로서 침실과 왕의 집무실까지 점령하였던 퐁파드르 부인, 자유와 평등을 주장했으면서도 자신은 흑인 정부를 두고 노예를 소유하며 백인과 흑인의 결혼을 비난했던 토머스 제퍼슨, 금기의 벽 앞에 무릎을 끓을수 밖에 없었던 동성애 정치가들...그외 등등. 주로 권력과 섹스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요즘이라고 다를 것이 있겠냐마는 이책을 읽다보면 그 강도가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클린턴의 섹스스캔들에 아이디어를 얻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쓰기위해 등장하는 역사적인 인물들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에서 동일인임에도 그들의 전기물마다 쓰는 사람에 따라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글에 놀랐다고 한다. 아마도 증거가 없는 한, 모든 사건들이 추측소문에 의한 것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역사적 인물들이기에 섹스스캔들을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 그들이 보여주는 또다른 매력적인 부분들이 꽤 많다. 그들이 한 역사의 인물로 남아 이런 책에 등장한다는 것은 추잡한 스캔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 놓은 성과가 더 높은 평가를 얻었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나 영화가 모두 섹스에 관한 이야기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온 섹스스캔들만 두고 '어멋! 알고보니 그 왕이, 그 부인이, 그 대통령이...'하며 호들갑 떨며 그들을 판단할 일도 아니다. 또 나름 존경해마지 않던 그 ''이 내가 알고 있거나 혹은 내가 보고 들었던 내용이 아닌 이야기로 등장한다고 해서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을 거다. 왜냐하면 그들이 스캔들 덩어리의 삶이였든지, 존경받는 인물로서 멋진 삶을 살았든지 간에 그들의 삶을 엿보다보면 존경심이 때로는 놀라움과 재미까지 느낄만큼 그들은 어.쨌.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스캔들이나 성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고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했음에도 결국은 읽고보니 섹스스캔들에 관한 이야기라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미국의 유명한 성심리학자라고 하는 루스 웨스트하머의 '글빨'이 그다지 천박하지도 않고, 수준낮은 싸구려(섹스나 이야기 하고 인간의 질 낮은 욕망를 자극하는 글이 아닌) 글이 아님을 알게 되면 그 모순이 조금 이해 될 지도 모르겠다. 나로선 그동안 여러 권의 역사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행위들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그 책들 중에서는 그래도 루스 웨스트하머의 이 책이 나름대로 읽기에 편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권력과 섹스의 관계는 시대가 바뀌어도 늘 등장하는 스캔들의 일부분이지만 그 바탕엔 인간으로서의 본능과 유혹이 자리잡고 있다. 그것들이 권력을 가지면서 스스로에 의해 혹은 주변의 부축임에 의해 자연적으로 표출되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가끔은 평범함이 제일 인간적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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