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readersu > 나의 가슴이 요정도로만 떨려서는 아무것도 흔들 수 없지만,

9월 15일 수요일,  상수 <이리카페>에서 장석남 시인의 낭독회가 있었다. 요즘 시심이 발동했는지 줄기차게 시들을 읽고 있는데, 우연히 집에 있던 그의 시집 『젖은 눈』을 읽으며 감동을 먹었더랬다. '아니, 이 시집의 시들을 왜 이제서야 읽은 거야?' 물론 그 전에도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며 '아, 좋구나!' 생각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땐 그 뿐이었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언제나처럼 시를 읽을 때 그때 뿐이었으니까. 한데 정말, 요즘은 시를 읽으면 마치 습자지에 물이 스며들듯 시들이 내 가슴에 스며들고 잉크가 번지듯 마음 속으로 그 시들이 번져 들어온다. 그런 것 같다. 시든 뭐든 다 때가 있나보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일에 있어서는.  

그러던 차에 얼마 전 장석남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뺨에 서쪽을 빛내다』를 출간했다는 소식과 낭독회 소식이 들렸다. 여럿 시인의 낭독회를 가보긴 했으나 시인의 단독 낭독회라곤 올 봄에 있었던 이병률 시인의 낭독회가 처음이었기에 시심이 충만한(!) 이때 낭독회를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렇게, 낭독회를 가게 되었는데 좋더라. 시인의 목소리로 시낭송을 듣는 일은. 

장석남 시인과는 아주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였다. 둘이서 말을 나눠본 적은 거의 없었지만 얼굴을 보면 아는, 그런 사이?(이건 어떤 관계인지 나도 모르겠다^^) 작년에 봤을 때보다 살이 쏙 빠져 있었던 것 같고(우연한 자리에서 너무나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었다), 교수님이면서도 조금 어색해했던 것 같고, 하지만 낭독은 멋지게 해주었던 것 같다. 그가 새 시집의 제목을 『뺨에 서쪽을 빛내다』라고 한 이유는 저녁 노을의 부끄러움을 표현하고자 했던 거란다. 고향이 서쪽인 그는(인천 덕적도) 떨어지는 해를 보며 자랐는데 살아온 정서가 그 방향인지라 이 세상 살아가는 일이 부끄럽기도 하고 서쪽을 빛내야 하기도 하다는 것??(이런 제대로 듣지 않은 티가 나신다) 암튼, 난 그런 말보다 기억에 남는 말이 해질 녘의 붉은 빛이 서쪽을 향한 뺨을 빛나게 해준다는 말. 그런 의미. 그런 게 훨씬 좋다. 그래서 나도 가끔 해질녘에 공원을 돌며 뺨을 서쪽으로 비춰봐야지.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으니까(그딴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시인의 말이 남아 있지 않는 거-.-;) 

대충 기억나는 말들은 이런 것,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막막하다. 영향 받은 시인은 모두인 것 같고 한때는 김수영의 흉내를 노골적으로 낸 적이 있다. 내 인생의 시는 없는데, 그렇다면 그 시를 '내'가 써 봐야야겠다. 사실 그는 자기가 쓴 시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바뀌기도 했기 때문이란다. 시 속의 '나'는 '내'가 지향하는 '나'라고 했다. 30대로 돌아간다면 그는 스님이 되고 싶다고 했고(문득 심정적으론 불교에 관심이 있다는 또 다른 시인이 생각났다) 집필 습관 따위는 없으며, 시란, 무언가를 주는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을 비춰 보는 거울인 것 같다고 했다.  

역시 시인의 시 낭송은 듣기에 참 좋다. 소설 낭독도 나름 나쁘지 않은데 짧은 시를 읽어주는 그 강렬함! ㅎㅎ 좋았다는 얘기다. 아참, 이번 낭독회에는 '하이 미스터 메모리즈'가 나와 노래를 불렀다. 언젠가 북콘서트에서 그를 본 적이 있었는데 꽤 웃겼고 불러준 노래는 좋았다. 이날도 그는 열정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기억에 남는 노래는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숙취' 풀어야 할 숙취는 없지만 이 노래는 재미있다.   

이날 낭송한 시들은 「서쪽1」, 「부뚜막」, 「오막살이 집 한 채」였다. 새 시집을 읽지 않고 간 상황이어서 처음 들은 시들, 좋더라. 특히 마지막 「오막살이 집 한 채」는 정말 좋았는데, 낭독하는 모습 녹음하려다 그만 놓쳐버리고 말아 아쉬웠다. 그 시는 이런 내용! 

나의 가슴이 요정도로만 떨려서는 아무것도 흔들 수 없지만 저렇게 멀리 있는, 저녁빛 받는 연(蓮)잎이라든가 어둠에 박혀오는 별이라든가 하는 건 떨게 할 수 있으니 내려가는 물소리를 붙잡고서 같이 집이나 한 채 짓자고 앉아 있는 밤입니다 떨림 속에 집이 한 채 앉으면 시라고 해야 할지 사원이라 해야 할지 꽃이라 해야 할지 아님 당신이라 해야 할지 여전히 앉아 있을 뿐입니다 
나의 가슴이 이렇게 떨리지만 떨게 할 수 있는 것은 멀고 멀군요 이 떨림이 멈추기 전에 그 속에 집을 한 채 앉히는 일이 내 평생의 일인 줄 누가 알까요
  

 낭독회가 끝나고 사인을 받았다. 먼저 인사를 하니 알아보더라. 역시 말은 제대로 나눠본 적 없는 사이지만 얼굴은 아는 사이?!^^; 자신의 이름만 사인을 해주려는 시인에게  「맨발로 걷기」에 나온 "생각"과 관련한 문장을 써달라고 하니 급 당황해하는 모습이라닛! ㅎㅎ 그도 그럴 것이 앞에 있는 분들은 모두 이름과 날짜, 시인의 사인만 받았기 때문. 나는, 당황하거나 말거나(ㅋㅋ) 적어온 문장을 들이밀며 적어달라 했다. 사실은 가져간 다른 시집에도 적을, 다른 문장이 더 있었는데 너무!! 당황해하셔서 더 이상 받지 못했다는. 억지로라도 받을 걸 그랬나? 좀 아.깝.다.  

사인회가 끝나고 어쩌다가 뒷풀이에 남아 드문드문 대화를 하다가 왔다. 그도 나도 얼굴만 알던 사이라(^^) 대화의 도마 위엔 엉뚱한 녀석들 셋! -.- 조만간 김중혁 작가와 같이 북콘서트를 한다고 하든데, 그것도 재미있겠다! 

 

 불을 끄면 

불을 끄면 모두 눈을 달고 살아나서 무서웠지 

눈 감았지 

철이 들면서 불을 끄면 

다 보이지 않으니 좋다, 

웃음이 솟아도 

눈물이 불쑥 와도 

좋다, 

그렇다가도 

끝내 다시 불을 켜서 

한꺼번에 서른도 마흔도 또 쉰도 먹는 날이 있었지 

불을 끄면 

그대로 새벽 포구와도 같아져서 

미끄러지는 미명들을 받아안고 

맥박을 세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00인의 책마을》에 보면 '책수다'라는 책소개 페이지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주제에 맞는 책을 추천해준 글들이죠. 흔히 보는 그런 책소개가 아니라 친구에게 수다를 떨듯이 책을 추천해주는 그런 공간입니다. 그 중 하나인 <한 권의 책, 작가에 빠지게 하다>에 추천된 몇 권의 책을 소개해보렵니다. 전작주의란, 어느 날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한 작가에게 빠지는 일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자석이다. 짧지만 지적이고 아름다운 산문을 읽고 난 뒤의 침묵의 여운이 얼마나 크며 또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가를 너무나도 잘 보여 주고 있어서 나는 그가 쓴 책이라면 무조건 사서 읽고 있다. 죽기 전까지 그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은, 그러니 행복이라고 말해야 되리라. _은이후니 

 전 아직 미셸 투르니에를 접수(?)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투르니에를 소개해주지만 읽어도 읽어도 도무지 제 맘에 들어오질 않았더랬습니다. 그래서 미셸 투르니에를 좋아하는 선생님께 제가 좋아할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투르니에의 책 중에 제 취향에 맞을만한 것으로. 은이후니 님이 소개하신 이 책 《짧은 글 긴 침묵》은 추천 받은 투르니에의 책 중에 한 권입니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죽기 전까지 그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만큼이라고 하시니 저도 곧 그런 행복을 맞을 준비를 하고 투르니에를 만나봐야겠어요^^


바다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바다 향이 물씬 느껴졌던 책. 처음 마주했던 작가였는데 다른 책들도 너무 읽어 보고 싶었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홍합》도 읽었는데 역시 좋았다. 기회가 되면 한창훈 작가의 책을 다 찾아 읽을 예정이다. _ 빛나는 

 한창훈 작가의 책은 구수합니다. 고향의 맛이 느껴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사투리가 정겹습니다. 저도 한창훈이란 작가를 이 책으로 만났습니다. 그의 글이 얼마나 좋았는지 저 역시 그의 전작주의가가 되고 싶었죠. 그의 책들을 모두 사놓고 한권씩 한권씩, 아껴가며 읽고 있는 중인데, 소설에서 구수함과 유머를 구사하던 그가 이번에 아주 독특한 산문집을 펴냈답니다. 바로 거문도 바다 사나이에 걸맞는 그런 책.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도 가라》  책을 펼치는 순간, 식욕을 당겨주는 멋진 책! 그 책을 읽는 순간 당장 바다로 뛰어들고 싶은 생각이 드는 그런 책. 역시 거문도 바다 사나이는 멋집니다^^


최근 나의 독서를 사로잡고 있는 이 사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키스하기 전에 하는 말들》에 이어 접하게 된 보통의 세 번째 이야기. 이 책을 학교를 오가는 길에 들고 다니며 간간이 읽었는데, 학교에 도착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옆에 있던 선생님이 그러신다 "선생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아닌가요?" "(흐뭇하게 웃으며)네~ 맞습니다. 슬픔이죠. 이건 다른 책이에요." 이 선생님과 같은 질문을 내게 던진 사람이 몇 있다. _ drumset 

 알랭 드 보통을 아는 순간, 누구나 전작주의에 빠져들지 않고서는 못배길 것이라 저는 장담합니다. 그의 독특한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필두로 이토록 책 넘김이 아쉬운 작가는 처음 만났던 것 같습니다. 위의 책은 소설이 아닙니다. 철학책이라고 할 수 있죠. 한데 내가 그동안 왜 철학을 멀리 했던가, 후회가 들 정도로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매력적입니다. 알랭 드 보통은 소설 뿐만 아니라 인문, 심리, 여행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의 독특한 문체와 스토리를 선보이는데 읽는 족족 그에게 빠져들게 합니다. 이렇게 멋진 작가라닛! 이런 남자라면 평생을 같이 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결코 '죽음'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심각해지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여러 이야기를 통해 오히려 '삶'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그의 가벼움과 경쾌함이 너무 좋다. 아, 난 이사카 고타로의 전작주의자가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_ 노부타 

제가 이사카 고타로를 만난 것은 《사신치바》를 통해서입니다. 일본 현대 작가의 책은 몇몇의 작가를 제외하곤 그다지 좋아할 만한 작가를 만나지 못한 터라 우연히 친구에게 빌려본 《사신치바》를 읽고 많이 놀라워했었죠. 이런 독특한 소설이 있다니! 추리나 호러부분을 제외한 일본 작가들의 가벼움을 익히 알던 터라 그런 류의 작가이겠거니 했는데 이사카 고타로는 좀 달랐던 것 같아요. 그 후에 이 책을 만났어요. 《종말의 바보》, 노부타 님의 추천처럼 '죽음'을 이야기 하면서도 이토록 경쾌하다니욧! 이후 저도 이사카 고타로의 책이라면 무조건 콜!  

 

이외에 <한 권의 책, 작가에 빠지게 하다>에 추천 된 책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모든 책들이 소개된 《100인의 책마을》엔 이 외에, 


 <고통을 이겨 낸 삶의 에세이>, <삶을 치유하는 책>, <느리게 살기 혹은 더불어 살기>, <문학 속에서 만난 가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편지글로 엮은 책>, <영혼을 사로잡은 문장>, <옛사람들의 흔적을 찾아서>, <내 삶을 바꾼 책들>, <교육의 희망을 찾아가는 길>, <종교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생태 환경>, <자본주의가 바꾸는 문화>, <자본주의식 소비에서 벗어나기>, <세계를 뒤흔든 인물들의 평전>, <고전 영화의 배경을 이해시켜 주는 책>, <사진 읽어 주는 책>, <책을 읽고 나니 그곳이 궁금하다>, <소설에서 음악을 만나다>, <과학, 교양으로 다가오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뛰어넘는 저자들>, <미래를 예측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주제로 한 '책수다'가 실려 있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한 주제씩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년까지만 해도 매달 내려가던 집엘 올해는 몇 번 가보질 못했네요. 지난 6월에 가고 처음이니 부모님이 무척 기다리고 계신답니다. 보답으로 일주일 내내 부모님과 함께 하기로 작정했어요. 한데 다들 걱정을 하네요. 일주일 동안 답답해서 어떻게 지낼 거냐고-.-;;; 하긴 지금은 좋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삼일만 지나면 엄마랑 티격대겠죠? 이럴 때 『보통의 존재』에서 이석원이 한 말이 생각나요. "내가 나이도 있고 나름 효심도 있는 편이어서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도 깊은데(…)이런 상황이 닥칠 때마다 사실 엉뚱한 말을 하는 엄마보다도 내가 더 이해가 안 간다. 아니라고 말하면 될 것을, 좋게 설명하면 될 것을. 다른 사람에게는 그토록 예의바르게 대하면서 정작 내 어머니한테만 이러는 이유를 나도 정말 모르겠다."  진짜, 공감가는 말이 아닐 수 없어요. 그래서 이번 추석엔 그러지 않기 위해, 답답함을 물리치고, 부모님께 효심 깊은 내가 되기 위해 읽을 책을 준비했어요. 엄마와 혹시라도 티격댈 일이 생기면 잽싸게 이 책들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겠어요^0^  

 


김경욱과 김중혁, 두 동갑내기 작가의 신작이에요. 『동화처럼』과 『좀비들』, 김경욱 작가의 문체를 좋아하는 편이라 책이 나오자마자 읽어보려 했는데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어요. 언젠가 저쪽 어느 동네에서 작가와 만남도 있었는데 그 행사도 못 가보고 무쟈게 아쉬워하는 중이에요. 이 책은 연애소설이랍니다. 평범한 남녀가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하는 우여곡절 이야기를 현대판 동화처럼 들려준다고 하는데, 동화로 시작해 연애소설을 거쳐 성장소설로 마무리되는 연애성장소설이라고 하네요. 이혼은커녕 결혼도 안 해본 제가 읽기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연애소설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편이라 기대를 하고 있어요. 더구나 김경욱의 문체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을 거예요. 그리고 김중혁 작가의 『좀비들』, 이 책을 집필하고 있다는 소식을 몇 년전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이 나왔을 때, 낭독겸 독자와 만남을 하면서 처음 들었었어요. 그로부터 벌써 몇 년이나 흐른 걸까요? 스스로 '일매'라는 호칭을 붙일 만큼 오랫동안 끌었던 책이었는데 드디어 세상밖으로 나왔네요. 정말 기나긴 산고 끝에 나온 소설이라 자못 기대가 된답니다. 더구나 김중혁 작가의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이 좀비라는 존재를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한데, 김연수 작가가 그러더군요. 책에 좀비 내용도 안 나오는데 왜 제목이 좀비들인 줄 모르겠다며ㅎㅎ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이 책의 정체가 뭔지 더더 궁금해진답니다. 아무튼 이 두 작가의 책을 이번에 다 읽어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읽을 책은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반딧불이』랍니다. 공교롭게 두 권의 책을 한 친구에게 선물 받았는데, 둘 다 너무나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라 완전 기대만땅이에요. 하루키의 책은 일단 얇으니까, 두어 시간만 투자하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래 전에 하루키의 수많은 단편들을 읽어내면서 이제 그만 읽자 하고 다짐했었는데, 그 단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 그리워지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단편집들은 은근 기대가 된다는. 집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읽으면 딱 좋을 책일 것 같아요. 간만에 하루키의 단편을 즐기겠어요. 『더블린 사람들』은 아무래도 조금 우울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즐거운 추석날 읽어도 될지 고민이 되긴 해요. 전 약간의 징크스를 가진 사람이라 즐거운 날엔 언제나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ㅎㅎ 희망이 보이지 않는 더블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칫, 내 기분을 가라앉게 만들어버리면 어쩌나, 걱정스럽지만, 너무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라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기도 해요. 

 


하루에 한 권씩 읽어댄다면 네 권의 책으로 겨우 나흘을 버티겠군요. 그러면 머리도 잠시 쉴겸해서 시집을 읽어보겠어요. 요즘 시집에 필(!)이 꽂혀서 주구장창 시집을 읽고 있는데, 지금 내 곁에 있는 시집은 장석남 시인의 시집들, 이병률 시인의 시집들, 이성복 시인의 시집들, 읽어도 읽어도 새로운 느낌이 드는 시집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저께 장석남 시인의 낭독회에 다녀왔었습니다. 낭독은 역시 시인이 읽어줄 때 젤 멋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왜 시낭독회를 좋아하는지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소설의 낭독하고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 모시고 가까운 사찰에 나들이 갈 때 꼭 시집을 가지고 가겠어요. 가을빛 받으며 시를 읽으면 정말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드는군요^^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이 책들을 읽겠어요. 얼마 전에 젊은 작가 밴드 <말도 안돼>의 공연을 본 적이 있어요. 저로선 처음 보는 젊은 작가들(-.-)이어서 새삼 놀라워했는데(한국 소설 좋아하므로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어도 웬만한 이름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X형 남자친구』를 제외하곤 정말, 아무도 모르겠는거예요) 연주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그래서 이들의 책을 읽어봐줘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소설가들이 소설도 쓰고 노래도 부르고 연주도 한다는 게 참 신기한 일인데 생각해보면 가수들도 책 내는 판국에 소설가라고 노래 부르지 말라는 법 없으니 그들이 소설도 잘 쓰고 노래도 잘 부르고 연주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작가가 되면 좋겠다 싶더군요.  

보컬인 노희준 작가의 『X형 남자친구』는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현실의 병폐를 보여준다고 하네요.(혹시 백가흠 작가 과?) 우리가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딘가에서 행해지고 있는 문제들, 가정폭력, 스토킹, 몰래카메라 등등의 이야기로 무심히 풀어놓았다고 해요. 훔, 기대가 되는 걸요. 베이스 하재영의 『스캔들』은 경장편 소설로 소문이 만들어낸 죽음을 다룬 책이라고 해요. 한 여배우의 죽음과 그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를 추적하며 소문에 투영된 사람들의 욕망을 조명한 책이랍니다. 마지막으로 기타 박상 작가의 『말이 되냐』는 밴드 명인 <말도 안돼>가 생각나는 제목이네요. 이 소설은 사회인 야구팀에서도 한참 모자라는 실력으로 팀의 패배에 결정적 역할을 하던 이원식이 환골탈태, 야구를 위해 태어난 사나이로 거듭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냈다고 하는데, 그날 밴드 공연에서 있었던 박상 작가의 행동들이 생각나 이 책의 유쾌함이 저절로 느껴지는 듯하네요. 이 책은 스포츠서울에 연재됐던 소설이라고 합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9-17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은 리뷰를 쓰는 일보다 페이퍼를 작성하는 일이 훨씬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그래서 신간이 나오면 그 신간들을 보며 어떤 책과 주제를 맞춰 엮어볼까 궁리하고 또 궁리해봅니다. 아래에 책은 나오는 순간 머릿속에 엮어볼 주제가 떠올랐는데, 책을 다 읽고도 올려야지 올려야지 생각만 하고 미루고 있었네요. 장석남의 시, <맨발로 걷기>에 이런 시구가 나옵니다. "생각 위에 찍힌 생각이 생각에 지워지는 것도 모르고" 그래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것도 아닌데, 저는 늘 생각만 하는 편입니다. 암튼 오늘 할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  했으니 이제 이 책들을 한번 엮어볼까 합니다. 오늘 엮어볼 책은 음식과 관련한 책 3권입니다. 음식의 역사와 바다의 먹거리 그리고 점점 잊혀져 가는 고향의 맛. 자, 침을 꿀꺽! 삼키면서 읽어볼까요?^^* 

 

저는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 고향은 내륙 지방이라 바다를 보기 위해선 서너 시간은 차를 타고 나가야 갈 수 있기 때문에 생선과 그다지 친해질 수 없었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생선을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았죠. 물론 주변에 꽤 깊은 강이 있어 민물 고기들은 먹을 수 있었지만 음식의 취향은 엄마를 닮는다고 하죠? 비릿한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시는 엄마 덕분(!)에 생선이라곤 딱 정해진 몇 개의 종류만 먹고 자랐답니다. 그래서 생선회라든가, 생선 구이라든가, 생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엔 침은커녕 유혹도 느끼지 못했는데, 그런 내 입맛을 확! 잡아당긴 책을 만났어요. 바로 소설가 한창훈 샘의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입니다. 일찌기 소설집 『나는 여기가 좋다』를 읽으면서  한창훈 샘이 지금 거주하고 있는 거문도의 생활상과 그곳에 사는 분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있었는데 그들이 즐겨먹는 생선들을 이렇게 맛깔나게 소개를 해주시다니 저처럼 생선을 즐기지 않는 사람조차도 깜빡 넘어가게 만드시더군요. 

한창훈 샘은 이 글을 쓰기 위해 직접 카메라를 장만하고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며 손수 사진을 찍었다고 해요. 거문도에서 태어나 평생 바다를 노래하며 이야기해 온 그는 바다로 나가 경험한 7살 때부터의 기억을 시작으로 40년 동안 생계를 위해 해온 낚시의 노하우를 이 책에 가득 담았답니다. 이 책은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읽고 그에 영감을 받아 쓰게 된 책인데, 정약전 선생이 바다를 좀 아는 거문도 섬사나이의 마음을 자극한 셈이죠. "네가 바다에 대해 알아?" 뭐 이렇게?^^  

한창훈 샘은 이 책에서 30여종의 '갯것'들을 잡고, 다루고, 먹는 법을 가르쳐주십니다. 더불어 그가 풀어내는 바닷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슴뭉클하다가 끝에가서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기들로 가득해요. 처음엔 진지하게 나가다가 뜬금없는 마무리로 독자를 즐겁게 해준다고 할까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침만 고이는 게 아니라 웃음까지 고이게 만드는 책이랍니다. 한창훈 샘은 "한 번도 못 먹어봤다는 말은 한 번도 못 가봤다는 말보다 더 불쌍하다."고 하셨는데, 에효,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도대체 이런 생선이 있었단 말인가? 이런 것도 먹는 것이란 말인가? 불쌍한 소릴 연방해대었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꼭 이 불쌍한 티를 싹 치워버릴 생각이랍니다! 거문도에 가서 치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일 것 같다는!^^ 

 

두 번째 책은 음식의 역사를 다룬 책 『팬더 곰의 밥상견문록- 식전』이에요. 우리 밥상에 매일 올라오는 반찬과 밥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고 언제부터 우리 밥상에 올라온 것인가? '밥맛, 입맛, 손맛으로 돌아보는 한국인의 밥상문화 오천 년!'이라고나 할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우리 밥상에 늘 빠지지 않고 우리 고유의 음식이라 생각했던 김치의 역사가 사실은 100년 정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예요. 그럼 100년 이전엔 김치라는게 없었던 걸까요? 고려시대엔 배추가 식용이기보다는 약용으로 쓰였고 16세기에 배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지만 종자가 달라 김치를 담그기보다는 겉절이 정도의 반찬밖에 만들 수 없었다고 하네요. 하긴 요즘 날씨 탓에 배추 가격이며 야채 가격이 많이 올라 서민의 반찬이라 할 수도 없는 지경이 되긴 했지만 서민들이 서민의 반찬이라 부르며 김치를 먹어댄 것은 겨우 100년이라니 참 놀라운 사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반찬보다는 밥을 많이 먹는 편이라고 해요. 생각해보니 '밥심'이라는 말의 의미가 그런 것 같더군요. 개화기에 외국 사람들이 남긴 글을 보면 한국 사람들이 먹는 밥의 양을 보며 놀라는 표현이 많았다고 해요. 그도 그럴 것이 우린 정말 서양 사람들과는 다르게 반찬보다 밥, 일단은 밥을 많이 먹어야 배가 부른 느낌을 가지잖아요. 저도 마찬가지거든요.ㅎㅎ 

저는 오늘 가을을 맞아 여름에 빠진 기운을 보신(^^)하기 위해 추어탕을 먹었어요. 추어탕 집에 가니 산초=초피가 있더군요. 우리나라엔 오래 전에 고춧가루가 없었고 고춧가루 이전에 매운 맛을 위해 많이 쓴 게 산초 혹은 초피라고 하네요. 저는 이걸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요. 그저 추어탕엔 그걸 넣어 먹더라 는 정도만 알고 있고, 산초 특유의 향이 난다는 것만 알고 있는데 이 재료가 사라진 이유는 고춧가루처럼 대량 생산을 할 수 업었기 때문이랍니다.  

아무튼, 김치를 비롯하여 된장찌개, 국수가 쌀밥보다 귀했던 이유, 보릿고개 , 개고기, 냉면, 요즘도 말이 많은 경상도 음식과 전라도 음식에 관한 이야기 등등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많은 반찬들과 음식들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이 책에 들어 있어요. 역시 읽고나면 입맛 당기는 책이죠. 이건 요리책이 아니라 음식의 역사를 다룬 책인데도 말예요. 음식은 "실제로는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등 여러 요소가 혼합된, 그야말로 인간 문화의 정수다. 그렇기에 우리 밥상을 새로이 톺아보는 일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인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음식을 제대로 알고 나면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오늘 추어탕을 먹고 나니 사실은 공선옥 작가의 『행복한 만찬』이 많이 생각났어요. 논이 없어 미꾸라지를 잡지 못했고, 머스매가 없이 가시내들만 있는 집이라 종아리에 흙탕물 묻히며 미꾸라지를 잡을 일이 없었기 때문에 집에서 추어탕을 끓여본 적이 없다던 글이 생각났기 때문이죠. 추어탕이 없으면 가을이 없다는 공선옥 작가는 미꾸라지를 잡아 오면 "소금으로 숨을 죽인 다음에 폭 고아서 얼개미에 내린 다음에 씰가리(*시래기.)를 넣고 된장기도 좀 하고 확독에다 쌀과 생고추와 마늘을 함께 갈아 붓고 거기에 젬피가루를 넣으면 걸쭉한 추어탕이 완성된다."며 가을걷이가 한창일 때 일꾼들에게 고깃국도 아닌 추어탕 한 그릇 먹임으로써 "아, 몸과 마음에 꽉 찬 가을, 꽉 찬 행복! 그 정도는 먹어야 ‘아, 우리가 먹고 살려고 일을 하는구나.’ 실감이 난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저는 추어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네, 전 물 속에 사는 것들은 모두-.-;;) 오늘 점심으로 추어탕을 먹으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여름 동안 고생한 내 몸을 위해 보신으로 맛있게 먹어봐야겠구나 하고요. 그래서 맛있었냐구요? 네! 나쁘지 않더라구요. 먹고 나니 힘이 불끈! 솟는 것도 같고^^; 

공선옥 작가의 『행복한 만찬』엔 추어탕 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잊고 지내던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어릴 때 반찬으로 많이 만들어 먹었던 재료들, 봄이 오면 쑥 캐러 가던 일, 찹쌀 풀을 먹여 만든 김부각이나 가죽 부각, 감자처럼 생긴 토란, 포슬포슬한 하지 감자의 추억 등등 공선옥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함께 우리 입맛을 자극하죠.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먹고 싶은 음식들은 물론이거니와 어릴 때 추억들이 그 요리들과 같이 떠올라 향수를 자극해요.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엄마가 그리워지고 엄마의 반찬들이 먹고 싶어지고 또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죠.

이렇게 보잘 것 없다고 치부대던 우리네 밥상, 햄버거나 피자, 스테이크 같은 서양 요리에 많이 밀렸지만 이렇게 책으로 만나보고 나니 웰빙을 하려면, 다이어트를 하려면 이런 음식들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앗! 이걸 쓰다 보니 저녁 시간, 아까부터 계속 뱃속에서 쪼르록~ 소리만 들리는데 저녁으로 뭘 만들어먹을까, 고민이 되네요.(헉, 근데 제 집 냉장고가 고장 난지 어언 한 달째! 그러고 보니 집에서 반찬 만들어 따뜻한 밥 먹어본지도 ㅠㅠ 이런 글을 써놓고 라면에 밥말아먹을 신세라닛!)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이에자이트 2010-09-15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겹살이 대중화된 것도 30년이 채 안되었지요.그전엔 목살을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우리가 고유의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의외로 역사가 짧다고 합니다.아구도 예전엔 잡히면 그냥 버린 천덕꾸러기였지요.그러고 보면 전통음식이라고 알고 있는 음식들도 역사가 짧은 게 많아요.

readersu 2010-09-16 14: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몰랐던 음식의 역사, 읽어보니 넘 재밌더라구요^^
 

판타지를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이 얘기도 판타지 소설에 대해 말할 때마다 써먹는 문장 같습니다-.-;;;), 그럼에도 가끔은 판타지 소설을 읽게 되는데 말이죠. 이번에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판타지 소설이 출간되어 한번 엮어봤습니다. 판타지를 잘 안 읽으니 그 중에 제가 읽었던 소설로만 소개를 하게 되는데, 제가 그런 책만 읽어서 그런 건지 아님 판타지라는 세계가 판타스틱(!)하여 대부분 다른 세계로 가는 설정이어야만 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읽은 책들이 어째, 다들 뭔가를 통해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이야기들이네요. 옷장을 통해, 혹은 거울을 통해, 아님 눈에 드러나지 않는 묘한 문을 통해 넘어간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담긴 세 편의 판타지 소설!   

 

그 첫 번째로 지금 예판하고 있는 소설 『레크리스』입니다. 이 책의 매력은 전 세계 19개국 동시 출간이라는 점이에요. 그동안 영화는 동시 개봉이라는 소릴 많이 들었지만 소설을 동시 출간한다는 이야긴 듣아보지 못했어요. 그것만으로도 눈길을 끄는데 글쎄, 이 책의 표지를 보세요. 이거이거 완전 대박! 판타지 소설 광팬이 아닌 제게도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이 호러물 같은 표지는 이 소설을 당장 읽어봐야 할 것처럼 보이지 뭐예요. 그래서 책소개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우선, 코넬리아 푼케라는 작가는 소설 『잉크하트』로도 유명한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해리포터』의 조앤K롤링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는 판타지 작가라네요. 

이 책에서 다른 세계로 통하는 도구는 바로 "거울"입니다. 그녀가 거울울 택한 이유는 어린 시절 그녀를 두렵게 했던 그림형제 동화가 실제로 존재하는 거울 너머의 세계였기 때문이라네요. 아무튼 거울은 이 책에서 현실을 비춰주는 세계인데, 거울 너머에 있는 세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흡사하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제이콥이 사라진 아버지의 글씨체로 적힌 뜻을 알 수 없는 그림과 이상한 메모를 발견하고 아버지가 사라지기 전 거울을 달던 그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기억해내고 아버지 서재에 있는 거울 저편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시작되죠. 과연, 거울 저편의 세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빨리 이 책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뿐이네요.  

작가인 코넬리아 푼케는 19개국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런 글을 남겼어요. 

"나는 독자들이 거울 뒤 세상에서 어떤 모습이 될지 몹시 기대되고 설렌답니다. 어쩌면 제이콥의 모습이 될 수도 있겠고, 아니면 털과 인간의 피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여우의 모습이 될 수도 있겠죠? 어쩌면 외모는 우리와 매우 흡사하지만 벽옥과 자수정 피부를 지닌 고일족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 모두가 거울을 통해 이 세계로 들어오는 그 순간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기대됩니다. 내게 그랬듯, 거울 저편의 세계가 여러분 마음에 들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편지를 읽고 나니 더욱 기대되는 작품, 『레크리스-거울 저편의 세계』 기다려보겠어요!!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서 이 책을 모른다면 그야말로 간첩(?). 영화로도 소개되어 인기를 끌었던 『나니아 나라 이야기: 사자와 마녀와 옷장』입니다. 제가 읽은 이 책에서 다른 세계로 가는 방법은 바로 "옷장"입니다. 나니아 이야기는 개별적으로 그 통로가 다 다른데 "액자"를 통해 가기도 하고 "비상구"를 통하기도 하죠. 이 책은 영화로도 소개되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나니아 나라 이야기는 출간된지 51년이나 된 판타지 소설이랍니다. 판타지는 호불호도 명확하여 판타지를 읽는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구별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나니아 나라 이야기: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전쟁이 한창이던 어느 때, 노교수가 된 디고리의 집에 페번시 가의 네 아이들이 공습을 피해 지내러 오면서 시작됩니다. 놀 것이 마땅치않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공간이 된 디고리의 집은 당연히 놀이공간이 되고 아이들은 집안 구석구석을 탐험하듯 돌아다니게 되죠. 그러다 우연히 발견되는 옷장 속의 나라, 오래 전 디고리가 찾아갔던 때와는 달리 영원히 겨울만 계속되는 그런 나라였죠. 어쩌다가 추운 겨울나라가 되었던 걸까요? 또 나니아로 들어간 네 아이들은 어떻게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이 책의 매력은 7권에 달하는 책을 따로 따로 읽어도 무난하게 읽힌다는 점. 한데 그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읽고 나면 다른 나니아 이야기를 찾아보게 되고, 그 책을 읽다보면 이전에 읽은 책과 연결되어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다른 판타지 소설, 『써틴』은 위의 소설들과는 조금 다른 형식을 띠고 있지만 비밀의 문을 통해 다른 세계랄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넘어가는 것은 비슷합니다. 이 소설은 오래된 동화『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프로 한 소설입니다. 현존하는 독일어권(그러고 보니 『레크리스』와 마찬가지로 이 작가도 독일 작가) 작가 중에 가장 많은 책을 팔았다고 알려진 작가입니다. 『니벨룽엔의 반지』를 지은 작가라고 하니 책은 안 읽었어도 제게도 익숙한 제목을  보니 유명하긴 유명한 작가(-.-) 

암튼, 이 소설은 읽기 시작하면 정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함이 있어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고 할까요. 이야기의 시작은 아빠가 죽고 엄마와 함께 영국에서 살던 써틴이 엄마마저 죽자 엄마의 유언에 따라 마지막으로 남은 혈육인 할아버지를 찾아 독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비행기에서 환상처럼 자신을 죽이려는 남자를 만나고  우여곡절 끝에 할아버지 집을 찾아가지만 그 또한 안심할 수 없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무시무시하게 생긴 낡은 할아버지 집에서 우연히 비밀의 문을 발견하고 그 문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 갇히고 말죠. 미로처럼 수 많은 방들과 복도,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여섯 명의 아이들! 도대체 이 아이들은 왜 이곳에 있고, 이 아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들은 다들 그렇지만 써틴 역시 평범에 지나지 않는 소녀일 뿐이었어요. 하지만 나니아의 아이들이나 『레크리스』의 제이콥처럼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위해 자신의 위험도 무릅쓰고 싸우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어찌 생각하면 너무 뻔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판타지 소설이 인기가 좋은 것은 흥미진진함에 있을 거예요. 

오늘 이 책들을 소개하다 보니 집으로 돌아가 거울이나 문이나 혹은 옷장 속이라도 한번 살펴보고 싶군요-.-;; 현실이 불만스러운가? 왜 자꾸 다른 세계로 가보고 싶은 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