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만 해도 매달 내려가던 집엘 올해는 몇 번 가보질 못했네요. 지난 6월에 가고 처음이니 부모님이 무척 기다리고 계신답니다. 보답으로 일주일 내내 부모님과 함께 하기로 작정했어요. 한데 다들 걱정을 하네요. 일주일 동안 답답해서 어떻게 지낼 거냐고-.-;;; 하긴 지금은 좋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삼일만 지나면 엄마랑 티격대겠죠? 이럴 때 『보통의 존재』에서 이석원이 한 말이 생각나요. "내가 나이도 있고 나름 효심도 있는 편이어서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도 깊은데(…)이런 상황이 닥칠 때마다 사실 엉뚱한 말을 하는 엄마보다도 내가 더 이해가 안 간다. 아니라고 말하면 될 것을, 좋게 설명하면 될 것을. 다른 사람에게는 그토록 예의바르게 대하면서 정작 내 어머니한테만 이러는 이유를 나도 정말 모르겠다."  진짜, 공감가는 말이 아닐 수 없어요. 그래서 이번 추석엔 그러지 않기 위해, 답답함을 물리치고, 부모님께 효심 깊은 내가 되기 위해 읽을 책을 준비했어요. 엄마와 혹시라도 티격댈 일이 생기면 잽싸게 이 책들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겠어요^0^  

 


김경욱과 김중혁, 두 동갑내기 작가의 신작이에요. 『동화처럼』과 『좀비들』, 김경욱 작가의 문체를 좋아하는 편이라 책이 나오자마자 읽어보려 했는데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어요. 언젠가 저쪽 어느 동네에서 작가와 만남도 있었는데 그 행사도 못 가보고 무쟈게 아쉬워하는 중이에요. 이 책은 연애소설이랍니다. 평범한 남녀가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하는 우여곡절 이야기를 현대판 동화처럼 들려준다고 하는데, 동화로 시작해 연애소설을 거쳐 성장소설로 마무리되는 연애성장소설이라고 하네요. 이혼은커녕 결혼도 안 해본 제가 읽기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연애소설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편이라 기대를 하고 있어요. 더구나 김경욱의 문체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을 거예요. 그리고 김중혁 작가의 『좀비들』, 이 책을 집필하고 있다는 소식을 몇 년전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이 나왔을 때, 낭독겸 독자와 만남을 하면서 처음 들었었어요. 그로부터 벌써 몇 년이나 흐른 걸까요? 스스로 '일매'라는 호칭을 붙일 만큼 오랫동안 끌었던 책이었는데 드디어 세상밖으로 나왔네요. 정말 기나긴 산고 끝에 나온 소설이라 자못 기대가 된답니다. 더구나 김중혁 작가의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이 좀비라는 존재를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한데, 김연수 작가가 그러더군요. 책에 좀비 내용도 안 나오는데 왜 제목이 좀비들인 줄 모르겠다며ㅎㅎ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이 책의 정체가 뭔지 더더 궁금해진답니다. 아무튼 이 두 작가의 책을 이번에 다 읽어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읽을 책은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반딧불이』랍니다. 공교롭게 두 권의 책을 한 친구에게 선물 받았는데, 둘 다 너무나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라 완전 기대만땅이에요. 하루키의 책은 일단 얇으니까, 두어 시간만 투자하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래 전에 하루키의 수많은 단편들을 읽어내면서 이제 그만 읽자 하고 다짐했었는데, 그 단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 그리워지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단편집들은 은근 기대가 된다는. 집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읽으면 딱 좋을 책일 것 같아요. 간만에 하루키의 단편을 즐기겠어요. 『더블린 사람들』은 아무래도 조금 우울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즐거운 추석날 읽어도 될지 고민이 되긴 해요. 전 약간의 징크스를 가진 사람이라 즐거운 날엔 언제나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ㅎㅎ 희망이 보이지 않는 더블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칫, 내 기분을 가라앉게 만들어버리면 어쩌나, 걱정스럽지만, 너무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라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기도 해요. 

 


하루에 한 권씩 읽어댄다면 네 권의 책으로 겨우 나흘을 버티겠군요. 그러면 머리도 잠시 쉴겸해서 시집을 읽어보겠어요. 요즘 시집에 필(!)이 꽂혀서 주구장창 시집을 읽고 있는데, 지금 내 곁에 있는 시집은 장석남 시인의 시집들, 이병률 시인의 시집들, 이성복 시인의 시집들, 읽어도 읽어도 새로운 느낌이 드는 시집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저께 장석남 시인의 낭독회에 다녀왔었습니다. 낭독은 역시 시인이 읽어줄 때 젤 멋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왜 시낭독회를 좋아하는지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소설의 낭독하고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 모시고 가까운 사찰에 나들이 갈 때 꼭 시집을 가지고 가겠어요. 가을빛 받으며 시를 읽으면 정말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드는군요^^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이 책들을 읽겠어요. 얼마 전에 젊은 작가 밴드 <말도 안돼>의 공연을 본 적이 있어요. 저로선 처음 보는 젊은 작가들(-.-)이어서 새삼 놀라워했는데(한국 소설 좋아하므로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어도 웬만한 이름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X형 남자친구』를 제외하곤 정말, 아무도 모르겠는거예요) 연주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그래서 이들의 책을 읽어봐줘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소설가들이 소설도 쓰고 노래도 부르고 연주도 한다는 게 참 신기한 일인데 생각해보면 가수들도 책 내는 판국에 소설가라고 노래 부르지 말라는 법 없으니 그들이 소설도 잘 쓰고 노래도 잘 부르고 연주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작가가 되면 좋겠다 싶더군요.  

보컬인 노희준 작가의 『X형 남자친구』는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현실의 병폐를 보여준다고 하네요.(혹시 백가흠 작가 과?) 우리가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딘가에서 행해지고 있는 문제들, 가정폭력, 스토킹, 몰래카메라 등등의 이야기로 무심히 풀어놓았다고 해요. 훔, 기대가 되는 걸요. 베이스 하재영의 『스캔들』은 경장편 소설로 소문이 만들어낸 죽음을 다룬 책이라고 해요. 한 여배우의 죽음과 그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를 추적하며 소문에 투영된 사람들의 욕망을 조명한 책이랍니다. 마지막으로 기타 박상 작가의 『말이 되냐』는 밴드 명인 <말도 안돼>가 생각나는 제목이네요. 이 소설은 사회인 야구팀에서도 한참 모자라는 실력으로 팀의 패배에 결정적 역할을 하던 이원식이 환골탈태, 야구를 위해 태어난 사나이로 거듭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냈다고 하는데, 그날 밴드 공연에서 있었던 박상 작가의 행동들이 생각나 이 책의 유쾌함이 저절로 느껴지는 듯하네요. 이 책은 스포츠서울에 연재됐던 소설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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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15: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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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15: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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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15: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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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15: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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