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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ㅣ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4
김영주 지음 / 컬처그라퍼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어디에서 보았을까, 아님 어디에서 들었을까? '프로방스'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파스텔 톤의 창문들과 예쁜 꽃들, 그리고 진한 코발트색 하늘이 떠오른다. 그곳에 관한 정보도, 따로 여행 서적을 읽은 것도 없이 피터 메일 <프로방스>를 구입하고선 혼자 흐뭇해 하다가, 마치 그곳에 다녀온 사람마냥 잊고 있었다. 아마도 세상엔 "프로방스"보다 더 멋진 곳이 많았고, 피터 메일보다 더 재미있게 세계 곳곳의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가 김영주의 『프로방스』를 만났다.
그가 처음 떠났던 "캘리포니아"에서의 '머무는 여행'을 책으로 담은『캘리포니아』를 읽은 후부터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머무는 여행'이라는 부제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김영주와 같은 '머무는 여행'을 하면서 그와 같은 글을 써보리라 상상을 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나온 『토스카나』를 읽고는 "토스카나"로의 여행을 꿈꾸기도 했었다. 다이안 레인이 주연했던 영화 속에서처럼 나도 언젠가 '토스타나'로 가서 그곳에서 살아보리라. 다짐을 하기도 했다. 또 세 번째 책,『뉴욕』은 아직도 읽지 않은 상태로 있지만 어릴 때부터 꼭 한번 가보리라 다짐했던 "뉴욕"인지라 안 읽었다기보다는 읽고선 "뉴욕"에 대한 상사병이 도질까봐 차마 읽지 못하고 있다. 라고 변명을 해야겠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뉴욕』을 읽지 못했는데 "프로방스"라니!
언젠가 드라마로 인상파 화가들의 이야길 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 세잔은 엑상 프로방스의 풍경들을 그림으로 많이 담았다. 사실 난 "프로방스"라는 이름만 알고 있었지 그곳의 정보는 하나도 모르는 상황이었던지라 세잔이 말하는 "엑상 프로방스"가 내가 알고 있는 그 "프로방스"에 속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 또한 막연하게나마 파란 하늘, 아름다운 꽃, 파스텔 톤의 창문들로만 머릿속에 그려둔 "프로방스"가 사실 그렇게 넓고 갈 곳이 많다는 것 역시 김영주의 『프로방스』를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책을 읽다가 이번엔 "프로방스"에 빠져들고 말았다.
김영주의 여행은 좀 특별나다. 다른 여행자들의 여행과는 좀 다른 편이다. 그건 아마도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떠나는 여행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자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긴 난다. 혹자는 럭셔리한 그녀의 여행에 대해 말을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머무는 여행'의 취지에서 조금 어긋난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녀의 여행은 그녀 나름의 여행이다. 순전히 여행자의 계획에 따른 것이고 책을 읽는 우리는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녀는 늘 혼자 떠나던 여행에 이번엔 친구와 같이 떠난다. 친구와의 여행은 좀 더 친밀해지거나 싸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에 여행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절대로 권하지 않을 텐데, 둘은 용감했다. 그리고 그들은 전자의 경우로 마무리 한다. 아비뇽을 시작으로 떠난 여행에서 그들이 제일 많이 찾은 곳은 축제의 현장이었다. 가는 곳마다 행운스럽게도(!) 축제를 열고 있었으므로 그들의 생활상을 더더 잘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여행의 재미도 맛보았겠지.
지난 여행 책들에 비해 이젠 전업 여행 작가의 분위기가 은근히 드러남과 동시에, 그곳에서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전편들에 비해 훨씬 성숙하고 전문가적이다. 그래서 읽는 재미마저 생겼다.
수 많은 여행 책 속에서 내 취향의 책을 찾기란 어려운데,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시리즈는 나와는 맞는 것 같다. 해서, 그녀의 모처럼 만의 수다에 오래도록 읽었다. 이제 읽지 못한 『뉴욕』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