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시간이 좀 지났다고 해도 추억이란 남아 있는 법인데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왜 이들처럼 추억으로 남아 내 기억 속에 떠오르는 영상들이 없는 걸까, 한심스러워한다. 어쨌든 이번엔 오현종이다. 학창시절의 이야기는 작가들에겐 숙제와도 같은 것인가보다. 적어도 작가 생활 중에 한번쯤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글로 추억해내니 말이다. 오현종의 경우 비슷한 세대는 아니지만 충분히 공감이 가는 세대인데다 그 시기의 문화들이 엿보여 그의 추억으로 나는 또다른 내 추억들을 기억할 수 있어 좋았다. 

서른을 넘긴 어느날 버지니아 총기 사건 뉴스를 접하며 은효는 학창시절을 추억한다.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던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 때도 그럴까봐 지레 겁을 먹은 은효는 도대체 외국어고등학교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면서 지원, 입학을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그다지 잘하며 살진 못한다. 외국어 고등학교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고관대작(!)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인지라 잠자리 안경에 치아 교정기를 달고 비쩍 마른 체형의 여자아이였던 은효에게 눈을 돌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등학교의 생활만큼은  왕따를 당했던 중학 시절보단 잘 보낸다.  

남들 다하는 비밀 과외는 엄마에게 졸라 딱 한번 해 본 것이 다이고,  상위권에 드는 성적을 자랑하지도 못한다. 외국어 하나 정도는 손쉽게 하는 하는 아이들의 틈새에서 바득바득 애를 써야 하고,  다른 애들에 비해 지극히 평범한 집에서 자라며 집으로 친구 초대 한번 제대로 못해 속상해한다. 그럼에도 행복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 시절은 아름답고 빛이 나니깐.

생각해보면 그렇다. 누구나 학창시절이 있었고 세대가 다르지만 그 시절을 추억하면 그때만큼 아름다운 때가 없었음을 알게 된다. 야자에, 시험에, 제대로 숨 쉴 틈조차 없어 얼른 벗어나고 싶어 안달을 부리지만 그 또한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어 생활에 힘들 때마다 방울방울 피어오르는 에너지 같은 기억들이다.  

매번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고 책을 읽다가 추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현종을 통해 또 한번 그 아름다웠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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