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숨은 아이

엄청난 속도로 엄청난 분량의 책을 읽는 혜원이. 항상 나와 책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다. 책에 대해 물어보면 작은 흐트러짐도 없이 책에 대해 줄줄 이야기를 한다. 내용은 물론이고, 머리말과 작가의 말까지 빠짐없이 외우고 있을 정도다. 
(...)
첫 시간에 뮤지컬을 봤다. 노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시간도 꽤 길었다. 혜원이는 넋을 놓고 보는데, 노래만 나온다며 자는 아이도 있었다. 꽤 긴 시간이었는데 혜원이는 맨 앞에서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뮤지컬이 끝나자마자 혜원이는 도서관 컴퓨터에서 등장 배우를 조사하고, 삽입곡 '벨(Belle)'의 동영상을 찾아 보여 줬다. 한국 배우가 같은 노래를 부르는 것까지 보여 주며 열성이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시큰둥한 기색이었다. 
(...) 
잠시 후 혜원이가 화장실에 가자, 저래서 아이들이 혜원이를 싫어한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워낙 말을 잘해 말싸움에 이길 아이가 없어서, 정말 착한 아이들이 아니면 같이 다니기 힘들다고 했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흉볼 것이 끝이 없는 듯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혜원이가 자신의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 이야기를 하더라도 정보만 이야기할 뿐이었다.
(...)
2학기에는 방과 후에 활동하는 독서토론반을 만들었다. 혜원이를 포함해 일곱 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주제를 정해 관련된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글을 써 보기도 하는 활동이었다. 혜원이는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혜원이의 아이디어는 창의성은 느껴졌지만 글은 지루했다. 글 속에서 혜원이는 보이지 않았다.
(...)
혜원이는 학기 초에 반 아이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무슨 일이지 모르고 이유도 알고 싶지 않은데, 아이들이 뒤에서 욕을 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싫어한느 아이들은 늘 많으니 하며 그냥 쿨하게 넘기려고 했다. 자신만 마음에 담아 두지 않으면 피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
혜원이의 마음의 문이 열리는 순간, 그동안 혜원이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혜원이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혜원이가 좋아하는 책으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했던 시간들. 책의 주인공들을 통해 모든 아이들이 공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소통하고 싶어 한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염원했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이제 혜원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듯싶었다. 
(...)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에 나오는 책에 빠진 아이의 사례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걱정을 하지만 혜원이처럼 책에만 빠져 있는 아이들도 사실은 걱정이다. 고정원 선생님이 그런 아이들, 책 속에 숨어 자신을 감추고 사는 아이들을 위해 보여준 사례는 '상처받기 싫으니 책으로 성을 쌓은 아이'다. 그 속에 숨어서 자신에게 상처줄 만한 사람들을 선별하고 있었던 것. 혜원이는 다가온 친구에게 책이라는 벽부터 내밀었던 셈. 그러니 친구들을 바로 만날 수 없었고 왕따를 당하고 그로인해 상처를 받는다. 친구는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지 책이라는 지식전달자가 아니었는데 혜원이는 그걸 몰랐던 것. 

어른인 나도 가끔은 그런 것 같다. 혜원이 생각처럼 책은 내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친구도 귀찮고 삶도 지루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들도 지긋지긋하기만 할 때, 책을 읽으면 모든 게 만사오케이다.-.-;;; 잊고 싶은 일이 생기면 멍청하니 고민을 하는 것보다 그냥 무작정 책을 읽는다. 물론 해결하지 않고 도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괴로움이 사라지지 않지만;;; 

어쨌든, 혜원이처럼 책 속에 숨은 아이들에게 고정원 선생님은 고전을 읽어보라 권한다. 바로 아래에 있는 책들. 아하, 고전을 그 나이때 읽어보지 않은 나, 무쟈게 공감을 했다.  

이런 아이의 경우 흔히 말하는 고전이라고 하는 작품이나 토론의 여지가 있는 작품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레미제라블』과 『노틀담의 꼽추』를 함께 읽고 작가의 초기 작품과 말기 작품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노틀담의 꼽추』는 빅토르 위고가 쓴 초기 작품인데, 사람의 감정에 대해 극단적이며 과감하다. 반면 말기 작품인 『레미제라블』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훨씬 짙게 깔려 있다. 종이에 아이와 함께 등장인물을 분석하고 비교하면 좀 더 흥미를 느낄 수 있다. 

빨간머리 앤』과 『작은 아씨들』은 특히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마음에 들어 할 고전 작품이다. 앤의 상상력과 조의 작가가 되고 싶은 바람은 문학소녀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아이의 지식욕을 점검해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몇몇 나라에 대한 작가의 편견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아시아를 무척이나 미개한 나라로 그려 놓아 아이와 흥분하며 비판했던 기억이 있다. 

이광수의 작품들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쉽게 읽을 수 있다. 특히, 『무정』을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는데, 작가의 친일과 작품과의 관련성을 이야기할 수 있어 흥미롭다. 서정주의 시를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홍길동전』, 『춘향전』 등의 고전 작품들도 아이의 지식욕을 자극할 수 있다. 어렸을 때 동화책으로 읽던 것과 커서 소설책으로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동화책과 소설책의 내용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전 작품들 속의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아이의 현실과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그러면 책 속에 숨어 있는 아이에게 현실과 통하는 길을 넓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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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취향은 쉬운 책들이지만 가끔은 어려운(^^) 책도 읽기는 합니다. 그동안 인문학 쪽으론 눈을 잘 안 돌렸는데 이번 주엔 어째 인문학 돋게(!) 만드는 몇 권의 책을 만나게 되어 한번 올려봅니다. 소설이나 다른 책에 비해 가격이 좀 쎈 편이라 인문 도서들은 주로 생일 선물로 잘 받습니다. 선물로 받아 놓고선 책꽂이에 폼나게 꽂아두고 소설이 지겨울 때나 혹은 괜히 뭔가 지식을 쌓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 꺼내서 한 장씩 읽어보죠. 그때의 쾌감이란 뭐랄까, 굉장히 많은 것을 알게 되는 느낌? 아하하;;; 네네, 제가 좀 아는 척, 잘난 척, 잘합니다. 얕은 지식으로^^; 뭐 나쁘지 않아요. 그러니까 인문 도서 안 읽는 분들, 이런 책들도 한번 읽어보아요. 저처럼 어딘가에 가서 잘난 척! 할 수 있어요^^;  

 

이슬람에 관한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언제일까, 항상 그 '첫'이라는 게 놀라운 일일 수 있어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이지만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은 없다. 하지만 항상 이슬람을 떠올리면 떠오르는 책이 있으니 그건 바로 『악마의 시』, 살만 루시디의 책이다. 아마도 그 책이 출간된 당시 이슬람 나라에서 살만 루시디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고 그는 대외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슬람에 대해 어떤 이야길 풀었기에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일까? 그 궁금증이 두 권의 두꺼운 책을 읽게 만들었다. 근데 의외였다. 생각보다 재미있었기 때문(-.-) 내 기준에서 재미있음은 이슬람 종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이슬람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그건 일종의 환상 소설일 뿐인데 왜 그들은 그렇게 흥분 난리였을까. 물론 '예언자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부정적으로 그리고, 그의 열두 아내를 창녀에 비유하면서, 코란의 일부를 '악마의 시'라고 언급' 했으니 이슬람을 믿는 그들에겐 모독이 될 수도 있는. 

아무튼 그 책을 읽은 후부터 이슬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고, 언젠가 읽었던 또 다른 이슬람에 관한 책(주로 여성들의 이야기)들에서 억압(그들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 오래전부터 내려온 일종의 관습일테니까)받는 이슬람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조선시대의 여성들조차도 그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래도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구나 와 같은 좀 어처구니없는(-.-) 착각도 했으니까. 그래서『이슬람 여성의 숨겨진 욕망』의 표지를 처음 본 순간, 아니 제목에서 '이슬람 여성'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부터 이 책은 이미 내 맘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어떤 이야기가 실렸을지, 저자는 이슬람 여성에 대해 어떤 이야길 풀어놓을지 궁금했기에. 책소개에 이런 글이 실려 있다. "할례, 조혼, 은둔생활, 명예살인…. 대다수 현대인에게 이슬람 여성의 삶은‘타인의 고통’일 뿐이다." 어쩌면 나도 '타인'이기 때문에 그냥 궁금해할 뿐일지도 모른다. 그들과 비교하며 그래도 내 삶은 행복하구나 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타인'의 고통이니까. 

프롤로그를 읽는 동안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이슬람이 처음부터 '할례나 은둔생활을 여성의 의무로 삼지 않으며, 종교적인 의무를 수행하는 데 남녀 구분을 두지 않음을 지적한' 점에 대해 공감이 갔고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이들이 현재의 삶을 살게 된 것은 어떤 일이 벌어졌기 때문인가? 당장 읽고 싶지만 주말내내 이 책을 탐독할 생각이다. 믿음에 갇힌 이슬람 여성들의 숨겨진 욕망이 과연 무엇인지 기대를 하면서. 참, 이 책의 저자 이름이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더니 『피플 오브 더 북』을 쓴 사람이다. 책을 읽다가 말았는데 다시 잡아야겠다. 퓰리처상 수상자! 

 

명품, 제목에서 이 단어를 처음 봤을 때, 이건 또 어떤 명품에 관한 책이야? 했다. '판타지'는 보이지도 않았다. 오로지 단어 '명품'에만 눈이 갔으니까. 부제에 적힌 '패션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나, 샤넬에서 유니클로까지'를 보면서도 명품에 관한 그렇고 그런 책이거니 했는데, 책을 펼쳐보니 달랐다. 『명품 판타지』, 이 제목에서 중요한 것은 '판타지'였다. 우린 지금 '판타지'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 목차에서 보이는 소제목들은 궁금함을 유도 했고, 하나의 주제에 맞는 길지 않은 글들은 편하게 읽기 쉬워보였다. 또 분명 사회과학 책임에도 곳곳에 들어 있는 일러스트는 독특하고 예뻤다(예쁜 것 참 좋아해요; 어쩌면 이 그림 때문에 나처럼 문학 좋아하는 사람이 사회과학책을 탐독하게 되는지도 몰라-.-;). 제목과 표지에서 보이던 딱딱함은 책을 펼치자마자 사라졌고, 독서의 유혹이 확! 밀려왔다.  

저자인 김윤성은 사회과학 책임에도 일러스트를 넣은 이유는 제목에 들어간 판타지 때문이라고 했다. 판타지에 관한 책이니 그림을 보면서 더욱더 상상력을 키우라고. 그건 맞는 소리다. 그림으로 인해 우린 더욱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그 그림을 그린 류미연이 뒷부분에 풀어놓은 작업노트도 이 책의 독특한 구성 중에 하나. 

『명품 판타지』의 저자 김윤성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판타지는 여러 가지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화려한 옷과 반짝이는 보석, 잘 빠진 자동차와 금칠한 그릇이 나오는 판타지를 아주 좋아한다. 이런 판타지를 패션, 우리말로는 유행이라고 하는데 특히나 옷이 만드는 판타지가 가장 인기 있었기에 패션 그 자체가 옷을 부르는 이름이 되었다. 나는 럭셔리Luxury가 주인공인 화려한 판타지를 올리는 무대와 수많은 장치들이 촘촘하게 돌아가는 무대 뒤를 꼼꼼히 뜯어보고 있다."며 제목처럼 명품에 갖고 있는 우리들의 환상에 대해 풀어 놓았다. 명품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샤넬을 기본으로 모더니즘, 매혹, 영리함, 스타일까지 사회과학과 명품을 적절히 비유하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흥미롭다. 그는 앞으로 '아파트'와 '대학'에 갖는 판타지에 대해서도 풀어볼 생각이란다. 

 

고고학을 생각하면 항상 인디아나 존스가 생각났는데, 허수경 시인을 알고부터는 고고학하면 허수경 시인이 떠오른다. 어쩐지 인디아나 존스처럼 멋진 모험을 즐기며 살 것 같기도 한데 실상은 그렇지도 않단다. 그럼에도 고고학은 흥미롭다. 그 흥미로움을 배가시켜줄 고고학에 관한 책 한 권이 나왔다. 예전에 고고학 관련한 책을 두 권이나 구입을 하고도 아직 읽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좋아하는 주제를 가진 책이 또 나오면 눈이 저절로 가고 만다는. 이번에 나온 고고학 책『인류의 위대한 여행』은 저자가 '직접 전 세계를 누비며 고고학 및 고인류학 유적지와 박물관을 답사하고 현지 주민을 만나 함께 생활하는 여행기가 고인류학의 학문적 내용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BBC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책은 TV에서 다루지 못한 세세한 내용까지 모두 담고 있어 다큐멘터리보다도 재미있는 책이 되었다고 한다. 

책을 펼치면 나오는 하버드 대학 교수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이 세상에서 도시, 마을, 논밭이 없어진다면 어떨까요? 우리들이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크기가 아니라면 이 세상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어떤 물건이나 건축물도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각종 도구나 무기, 옷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한다면 어떨까요? 먹을거리를 가게에서 사지 않고 직접 발품을 팔아 자연 속을 누비며 식물을 채집하고 동물을 사냥해야 한다면 말입니다."  전혀 상상이 되지 않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인간이니까 그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고고학에서는 인간은 언제 어디서 처음 생겨났는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특징은 무엇인지, 어떻게 전 세계로 인간은 퍼져 나갔는지 과학적으로 밝혀준다. 이런 궁금증을 떠올리니까 어제 들었던 철학 강연이 생각나고 인간의 시초에 대해 말할 때마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당연 그 종교에 어울리는 답변을 했겠지만 무신론자에 철학 같은 것은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그 시작이 궁금할 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고고학이니 인류학이 궁금할지도 모른다. 만약 종교와 철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그런 것은 궁금하지도 않았을 것. 아무튼 이 책은 '고고학, 고인류학 초심독자들 뿐만 아니라 여행 마니아들에게까지도 의미 있는 고인류학답사'가 될 것이라는 책소개에 동감!! 

 

인류학에 관한 책을 소개하고 나니 한 나라의 소수민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책도 어떻게 보면 인류학에 속하는 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소수민족. 지금도 이렇게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몇 백년이 지나면 분명 누군가는 그들의 발자취를 찾아 다니겠지 않겠는가. 

중국 소수민족의 눈물』, '소수'와 '눈물'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이 책도 다른 소수 민족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혹은 그곳을 다녀온 여행자들의 여행기를 통해 이젠 알만큼은 다 알아버렸으니 이 책 역시 기존의 여행서와 같은 것이라고 치부했을 터.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단다. 『중국 소수민족의 눈물』은 중국 소수민족의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 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사람'을 통해 읽어냈다는 점에서 그런 책들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첫 이야기에 나오는 <바스-같은 씨족 내에서 서로 사랑하는 지눠족 사람들을 부르는 호칭>에 관한 것은 오직 하나의 씨족만 사는 마을에서 종족 보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통혼을 할 수 밖에 없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뤘다. 지눠족 사람들은 같은 씨족의 형제자매들이 서로 사랑하기만 하면 혼인할 수 있다고 믿지만 현실에서 근친혼이 가져온 인구감소는 깊은 산림에서 외따로 살아가는 힘없는 민족에게는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래서 "같은 씨족 내에서는 혼인을 엄격히 금한다"는 금기가 생겨났단다. 하지만 외딴 곳에서, 그들만 살아가는 그곳에서 매일 부딪히며 살다보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사랑을 느낄 테고 그 대상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종족의 보존을 위해 다른 씨족의 사람과 결혼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떠나야 한다는 것은 그들에겐 슬픈 현실일 터. 그런 바스들을 위해 지눠족 사람들은 '관습법'이라는 미명하에 일 년에 한번 모든 부부가 자신들의 아내나 남편이 결혼 전에 사랑했던 연인과 회포를 풀 수 있게 해 주었단다. 그때 서로 사랑하면서도 혼인할 수 없었던 연인들이 서로 기대 앉아 함게 불렀던 노래가 <바스>라는 노래였다. 가사 중엔 이런 가사가(-.-;) 

이 즐거운 잔칫날
아내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함께 노래 부르는 것을 질투해서는 안 되지
이 장엄한 의식에서
남편은
아내가 다른 남자와 손을 잡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되지
그렇지 않으면
채로께서 가시 돋친 넝쿨로 너의 입을 꿰매 버릴 거야
채로께서 바늘로 너의 입술을 바느질해 버릴 거야
 

무시무시하지만 <바스>에 관한 이야기도 요즘 신세대들에겐 전설일 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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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 재미있는 책 한 권 소개!! 이 책 읽으면서 막 추천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내 취향은 문학이 아니면 여행 책, 그것도 아니면 미술 관련 책. 가끔 인문도 읽고 어린이 책도 읽고 요리책에도 관심을 가지지만;; 암튼, 지난주부터 필 꽂혀 읽고 있는 여행책! (또 여행책이냐? 고 한다면 이건 좀 차원이 다른 책이라고 하겠다) 

 

 『단 한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은 15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제목도 긴 책이다.
이 사이즈는 뭐라고 해야 하나? 같이 일하는 분이 이 책을 처음 보더니
뭐 이런…ㅋㅋ(아마도 일반적이지 않은 사이즈 때문에 놀란 듯!) 

사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표지만 보고선 어, 영어단어책이야? 했다.
보다시피 『끌림』보다도 작은 사이즈. 여자들의 작은 핸드백에도 들어갈 사이즈다.
이런 디자인은 책에 자신이 없으면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꽤 재미있을 책? 하고 넘겨보았는데
어랏, 여행 관련 책인데 사진이 하나도 없다. 작은 사이즈이긴 하지만 글자는 빽빽.
서문이나 읽어보자고 펼치니 생각보다 쉽게 읽힌다.

그리고 프롤로그에서 "나는 세계일주를 하고 싶었다"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그대로 올인.
그래그래, 나도 그랬어!!!!(지금은 뭐 책으로 세계일주 서너 번은 했지만;;) 


공감을 하며 두어 페이지 읽었는데 어랏, 이 책 재미있네 싶었다. 작가의 문체가 완전 내 취향이다. 적당히 지적이고 적당히 위트 있다. 문장은 술술 넘 잘 읽힌다. 사진 한 장 없는 데도 그가 말하는 그곳의 풍경이 마구 상상이 된다. 이런 여행책은 참으로 오랜만. 아, 그러고 보니 누군가 이 책의 번역가에 대해 쓴 글을 읽은 것 같다. 원래 작가의 문체인지, 번역의 힘인지 궁금하다는. 나도 읽으면서 내내 그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왜냐, 말했다시피 글이 내 맘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한데, 이 번역가 윤미나, 낯설지 않다. 그녀가 썼던 여행책 『굴라쉬 브런치』를 읽으며 너무 번지르르한 문체에 살짝, 짜증이 났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 내가 아는, 나랑 취향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신 아는 쌤은 내게 『굴라쉬 브런치』를 권하며 이것 완전 재밌다고, 읽어봤냐고 물으셨지만 나는 퉁한 표정으로 좀 짜증나서 읽다가 말았어요! 했던 적도 있었는데... 근데 내가 그녀가 번역한 책의 문체에 빠지다닛!!! 내가 그녀의 책을 잘못 이해한 거야? 더 읽었어야 하는 거야? 싶은=.=;;;

해서 이 책을 읽은 후에, 던져 두었던,
침대 맡 언저리에 있을 <굴라쉬 브런치>를 다시 집어 읽어볼 생각이다.
(부디 그때의 내 생각이 틀렸기를 기대하면서!!)

 

아무튼 누구의 영향이 더 큰 것인지는 상관없이  이 책은 즐겁다.
빌 브라이슨의 여행 책이 생각났고, 김연수 작가의 여행 책도 생각났으며,
내 사랑(응?) 알랭 드 보통의 책도 생각이 났더랬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 유쾌해본 적은 참 오랜만인데, 그게 또 여행책이라서 더욱 그랬다.
물론 작가의 필력이 미국의 내로라 하는 잡지들에 칼럼을 쓰는 대단한 인물이므로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번역이 개판이면 정말 읽기 힘들 텐데, 이렇게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은(사실 내가 번역에 대해 뭘 알겠냐마는 글을 읽는데 막힘 없이 술술 재미있게 이해를 하며 쉽게 읽히므로 나는 그것이 번역을 잘해서, 혹은 작가의 필력이라고 생각...했으나, 어쩌면 편집자의 능력일 수도....헤헤) 모든 것이 조화롭게 잘 어울렸다는 사실. 

처음엔 너무 작다 싶었다.
디자인도, 처음엔 영어단어150어휘 어쩌고(겨우 150개일리 만무) 같다고 생각하고(숫자가 워낙 크게 보이니 당연!) 제목도 길어서 나는 앞에 문장 다 잘라먹고(젤 중요한 것을!!) <150일간의 세계일주>라고 해버리기도 했다.

한데,
 


가방에 넣어 다니다 보니 가볍기도 하고 작은 가방에도 쏙~들어갈 만큼 작고,
그렇다고 글씨가 작은 것도 아니고, 볼수록 맘에 들더라는...
이런 책이라면 서너 권은 들고 다녀도 어깨가 하나도 아프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난 보통 두세 권의 책을 넣어다니므로 항상 보조가방이 필요하다-.-;) 

지금 반 정도를 읽었는데,
그들의 여행이 궁금하면서도 사실은 다 읽어버릴까봐 살짝 아쉽기도 하다.
첨엔 시큰둥하다가 이젠 보는 사람들마다 읽어보라며,
여행책이라고 우습게 알지 말고, 재밌다며 막 추천하고 다닌다나 어쩐다나. 

책을 읽으며
독일에서 핀란드로 가는 여객선은 결코 타고 싶지 않으나
필라델피아에서 앤트워프로 가는 화물선은 한번 타보고 싶어졌다.
폐쇄공포증은 있지만 바다에서 만나는 안개도 궁금하고 고래도 만나보고 싶으며
화물선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듯 다녀보고 싶기도 했다.
물론 세스 스티븐슨과 레베카가 탄 그 화물선! 

덧, 위의 글은 지난 주에 썼고 반 이상을 넘기면서
(아직 완독 못함; 일이 밀려 다른 책을 읽느라-.-; 하지만 오늘내일 끝낼 거임)
그들이 한국을 안 들르고 간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살포시 했다.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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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문학동네 2011년 봄호 계간지를 읽었다. 아주 오랜만에. 샅샅히 훑어보진 않았지만 꽤 많이 읽었다. 박완서 선생에 대한 추모글엔 눈시울을 적셨고, 박민규 작가와의 대담은 재미있게 읽었고, 김중혁 작가의 인터뷰 기사라고나 할까, 그건 즐겁게 읽었다. 한창훈 작가의 단편은 가슴이 뭉클하면서 웃음이 나왔고, 젊은 평론가들의 발표된 한국 작가들의 단편에 관한 수다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 단편들이 모두 궁금해졌으니까, 더불어 김사과의 책에 꽂혔고, 신인 작가들의 단편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이제 좀 한국 작가의 책을 좀 읽자고! 그동안 안 읽은 것은 아니지만 한동안 너무 소홀했다. 읽었어도 리뷰조차 남기지도 않았으니;; 신간 코너에서 한국 작가의 책들을 골라봤다. 아무거나 고를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읽고 싶은 책들로 찜했는데 어쩌다 고르다보니 모두 여작가들. 또 고르고 보니 대부분이 한 출판사의 책. 어익후, 그럴 생각이 아니었음에도;;; 아무튼 한 권씩 한 권씩 읽어줄 테다. 이 책들!   

 

책을 쫌, 읽는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읽어보지 못한 작가들이 많다. 윤이형 작가 역시 그렇다. 이름만 들었고 읽어본 작품이 없다.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지 하고서도 못 읽고 있었다. 시간이 내게만 머물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보며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세월아, 네월아 읽고 있을 텐데. 

윤이형 작가의 신간 소설집 『큰 늑대 파랑』은 장르적 문법이 요소요소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보통 SF나 좀비, 싸이보그 같은 이야긴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더 많이 하는 소재인데 독특하게도 윤이형 작가는 그런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으니 어떻다고 말할 수 없지만 '미래적이고 묵시록적인 어조로 무장' 되었다고 하니 기대를 해도 실망하는 일 따윈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소개에서 본 7편의 단편 중 가장 끌리는 단편은 자전소설이라는 「」이다. "자전적 소설 「맘」에는 글 쓰는 딸과 딸이 쓴 소설을 읽고 오십년 후의 미래로 공간이동한 엄마가 등장한다. 노인미래연구소에 등록되어 아르바이트를 하던 엄마가 어느날 실종되는데, 엄마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타임워프 능력을 지닌 존재였다. 미래사회의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핵심은 소설쓰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엄마의 삶을 추적하는 글을 쓰고자 과거 행적을 조립하는 형식으로 소설을 쓰지만 엄마의 실제 인생은 기록을 비껴가고 엄마는 육체적인 공간이동 능력으로 미래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전통적인 묘사와 서술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해진 소설 쓰기에 대한 고민과 회의를 담고 있다. 한편 엄마가 찾아간 오십년 후의 미래사회에서는 “종이로 된 책들은 거의 사라졌지만, 이야기 자체는 사라지지 않아서 종이가 아닌 다른 형태로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었다. 전통적인 소설 쓰기는 사라져도 이야기의 고유성만은 존재하리라는 집착과 신뢰를 읽을 수 있다." 시간여행 같은 이야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윤이형이 그려낸 미래사회가 과연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백영옥 작가의 소설집이다. 그동안 그녀의 장편만 읽었던 터라 매우 기대되는 소설집이다. 더구나 유명세에 비해서는 처음으로 엮은 소설집이라고 하니 더욱 읽어보고 싶은 책. 앞에 몇 편은 언젠가 읽었던 것 같다. 책 소개에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처절한 욕망과 진심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전작인 『다어어트의 여왕』에서도 한국에서 살아가는 현대 여성들의 사랑과 욕망에 대해 잘 풀어낸 작가라 단편을 통해서는 그 욕망을 어찌 소화해냈을지. 언젠가 만난 자리에서 백영옥 작가는 그랬다. 단편보다 장편 쓰기가 더 쉽다고. 이야길 하다 보면 끊임없이 하게 되는데 그렇게 써놓은 것을 정리하는게 더 힘들다고. 대부분의 작가들이(아마 그렇지 않을까?) 장편보다는 단편이 훨씬 쉽다고 생각할 텐데.. 힘도 덜 들어갈 테고. 

아무튼 기대되는 백영옥 작가의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는 모두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한데 각 소설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직업이 매우 다양하다. 영수증 처리 담당 직원, 갈빗집 사장님, 청첩장 디자이너, 기업의 CEO, 출판사 편집자, 인터넷서점 북에디터.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직업인 듯하면서도 그 직업에 대해 그렇다고 잘 아는 척 하기는 힘든, 도대체 저들은 어떤 일을 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는. 출판사 책 소개에 그 직업에 대해 이렇게 얘길 한다. "생계 유지의 수단이자 자아 성취의 수단인 직업이 도리어 그들의 ‘자아’를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안으로 꽁꽁 숨겨둘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아이러니. ‘직업’이라는 껍데기를 한 꺼풀 벗겨내고 나면 초라한 모습의 자아가 고스란히 드러나버리고 말 것 같아서 주저하기도 하고, 때론 패닉상태에 빠지기도 하지만, 끝내 이들이 선택하는 것은 참된 자아와 마주할 ‘용기’, 바로 그것이다." 어쩐지 그녀의 유쾌한 문장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하재영 작가의 장편을 사두고 아직도 읽지 않고 있는 처지라 그녀의 소설이 어떻고저떻고 말은 못하겠다. 하지만 그녀 역시 처음으로 내는 소설집이라 매우 궁금해졌다.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작품세계를 선보인다는 하재영 작가의 『달팽이들』은 " ‘관계’ 속에서 오히려 존재감을 잃고 결국 콤플렉스 덩어리로 전락하고 마는 그의 주인공들은 그럼에도 냉소하되 절망하지 않고 담담하되 유머를 잃지 않아 더욱 공감을 자아낸다."고 한다. 콤플렉스, 세상에 어느 누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을까. 인기 있는 연예인조차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 그것에 대해 하재영 작가는 섬세하고 균형감 있게 톡톡튀는 문체를 선보인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모두 8편의 단편이 수록된 책에는 아내도 엄마도 아닌 여성들이 존재한단다. 아직 성인 여성이 되지 못한 소녀, 수없이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어떤 지속적인 관계도 가질 수 없는 이십대 여성, 타인과의 관계 자체를 거부하는 이십대 독신녀, 삼십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뚜렷한 직업도 가정도 가질 생각을 하지 않는 여성 등등 "하재영이 그린 여성들의 내면에는 남성과의 지속적인 관계에 대한 근원적인 불신이 자리하고 있으며, 여성과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끼리조차도 연대의 고리를 찾지 못한다.”고 했다. 책 소개를 보고 나니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들면서 그 여성들이 궁금해졌다. 

"욕망과 관계의 사회학을 무심한 듯 유머러스하게 담아내는 솜씨가 빼어난 작가의 앞날이 더욱 주목"된다는 해설처럼 무심한 유머,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콤플렉스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  

 

그리고 궁금한 다른 그녀들의 소설, 우연하게도 『7년의 밤』과 『아가미』를 제외하면 모두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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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3-0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보통의 연애와 아가미가 읽어보고 싶어요.

readersu 2011-03-09 11:09   좋아요 0 | URL
저도 백영옥 작가의 소설집이 어떨지 기대^^
아가미, 구병모 작가의 전작을 생각하면 역시 기대가 되는 작품이에요^^

시간의안그림자 2011-03-1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을 들여다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달을 기준으로 볼 때 책 1권도 제대로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을 때면 '웃기는 기사다' 혼잣말로 중얼 거립니다. 책을 읽는 것이 안 읽는 것 보다는 중요하겠지요^^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읽고 느끼고 자신의 인생에 느낌표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항상 해 봅니다^^ 정말 좋은 페이퍼 글귀들 들었습니다^^ 본인도 그동안 얼마나 소설의 쟝르가 지니고 있던 존재적 가치에 대해 안일함으로 대해 왔는지... 부끄럽다는 생각을 정말로 해봅니다^^ 이 페이퍼의 의미들을 가치있게 인지하여 제대로 소설릉 읽어 볼 수 있는 자세를 지닐 것 입니다^^ 책들이 공존하고 있는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다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너무 좋습니다^^ 책이 있기에, 책을 볼 수 있기에 내일의 꿈도 꾸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무심코 지나쳐 왔거나, 안일함으로 지나쳐 갔던 타인들의 일상이 글 속이지만 텔레비젼을 보면서 느끼는 것 이상으로 단절의 부재란 외로움을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좋은 작가가 된다는 것이 자신보다는 남의 인생을 얼마나 많이 생각학고 느껴 봐야 되는지도 알 것 같네요^^ 좋은 페이퍼 많이 쓰주세요^^ 감기 조심 하고요^^

readersu 2011-03-21 18:45   좋아요 0 | URL
어이쿠;; 이런 긴 댓글을^^;;
저도 그런 기사 나올 때마다 웃긴다 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엔 워낙 책 좋아하는 친구들만 있어서 말이죠;
반이법 님도 감기 조심 하세요^^
 

주말도 아닌 데 주말이라도 된 듯 늦잠을 자고 있을 때, 눈이 내렸단다. 3월의 첫 날에. 늦잠을 잔 주제에 졸린 눈을 비비며 트윗을 훑어보니 은희경 쌤의 멘션이 눈에 들어왔다. "first of march. 쏟아지거나 쌓일 힘은 없고, 지난 겨울의 기억 속으로 잠시 다녀가기만 하라는 3월의 눈. 소리 없이 아프지 않게" 어찌나 공감이 되는 말이던지... 

지난 주 일요일, 고인이 된 이석주의 사진 전시회(라고 생각하고 갔으나 전시회라기보다는...딱히 표현 할 말이 없네. 암튼)를 다녀오며 눈, 겨울, 여행, 이런 것과 관련한 책을 몇 권 찾아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더랬다(아래와 같은 것들. 물론 이석주의 책도 포함이다. 어제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여러 권의 책을 올릴 생각이었으나). 그런 맘을 먹은 차에 은희경 쌤의 멘션은 참, 좋았다. 또 3월의 첫 날에 내린 눈은 내 포스팅의 문장 하나를 추가할 수 있게 되어 고마운 소재(3월 첫날에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난 필시 '지난 겨울 지긋지긋한 눈~'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했을 것)였던 것. 사실, 지난 겨울에(그래, 오늘 좀 춥긴 하지만 그래도 이젠 봄이다) 그렇게 눈이 내렸어도 눈이 내린다고 하면 그래도 조금은 설레인다. 새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 그냥 푸근해진다(물론 녹은 눈을 보면 푸근했던 마음이 이내 사라지고 말지만, 눈의 장점만 생각해보자).  

이석주의 사진집 『넌 혼자 올 수 있니』를 볼 때도 그랬다. 시를 읽을 땐 조금 어려웠던 강성은의 짧은 글들도 난해하지만 나쁘지 않았고, 온통 새하얀 이석주의 사진들도 너무 좋았다. 당장이라도 눈이 쌓인 그곳으로 가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을 먹는다고 모두 실행에 옮길 수는 없는 일.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는 게 어딘가 싶은 맘이 들었다.  

이석주의 사진집에는 홋카이도의 겨울이 담겨 있다.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그 겨울의 풍경을 담기 위해 혼자 떠났단다. 그래서일까, 사진에 담긴 풍경들이 쓸쓸하다. 진짜, 겨울 같은 풍경이다. 눈, 눈, 눈. 오로지 눈들로 가득하다. 진짜 같은 겨울의 풍경이니 추울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렇지 않다. 이석주의 사진들은 따뜻함이 전해온다. 눈 속에 폭 파묻히고 싶은 마음,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 위를 걸으면 세상에 그 어떤 눈들보다도 다정하게 말을 걸 것만 같았다.   

그는 생애 마지막 여행이 될 것이라는 걸 알고 갔을까, 그랬다면 그 여행에서 그는 무엇을 보았던 걸까. 외로웠을까, 무섭진 않았을까. 사진집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는 행복했을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어느 누구의 만류에도 주저하지 않고 떠난 일, 사진으로 남아 그 마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석주의 사진집을 보니 또 다른 겨울이 생각났다. 겨울이라면 눈 말고는 전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곳의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도 모르면서 눈이 많다 라는 이유 하나로 그곳이 가고 싶었다.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이 나라들을 통틀어 스칸디나비아 반도라고 하던가? 아이슬란드와 핀란드의 겨울 풍경은 생선 김동영 작가의 『나만 위로할 것』을 통해 조금이라도 보았지만 다른 세 곳의 풍경은 잘 몰랐다. 표지에서 보여주는 황량한 자작나무의 풍경이 스웬덴 감독의 영화 <렛미인>에 나오는 한 장면을 닮아서 그 영화가 떠오르고 영화 속 황량한 겨울 풍경들이 같이 떠올랐을 것이다. 아무튼, 

백야보다 매혹적인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을 담은 윤창호의 『윈터홀릭』은 북유럽에 막연한 동경을 가진 저자의 마음처럼, 겨울을 좋아하는 겨울 여행자답게 스칸디나비아 반도라 불리는 다섯 나라의 겨울 풍경들이 아름답게 담겨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표지의 사진처럼 그 나라들의 풍경이 겨울스럽지 않다는 점. 내가 생각했던 겨울은 뭘까, 바라보기만 해도 코가 빨개지거나 눈이 시큰거려지는 쓸쓸함이랄까, 아님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이는 사람 한 명 없는 황량함이랄까, 어쩌면 그런 것을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한데 그런 느낌보다 와, 아름답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하는 북유럽의 풍경들은 겨울의 나라, 동토의 땅이지만 쓸쓸함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따뜻함이 훨씬 더 많이 보이는… 그렇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고, 저자인 윤창호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북유럽의 겨울을 외롭게 걷고, 걸으며 몸과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 사진과 글이라면 겨울을 온몸으로 느꼈을 테지. 언젠가는 나도 그가 느낀 그 겨울을 꼭 한번(아, 여행 책에 관한 글을 쓸 때마다 등장하는 말=.=) 가보고 말 테다.  

추운 것이 딱 질색인 나는 겨울이 싫다. 목이 사라질 정도로 어깨를 움츠리게 만드는 추위는 이토록 나태해질 수 있나 싶게 한없이 게으름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한다. 특히 추웠던 '지난 겨울'(어제보다 오늘이 더 춥다고 했으나 내 느낌엔 저 햇살이 오늘의 추위를 우습게 보는 듯하다. 그렇다! 이제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그 누가 뭐라해도 보오옴은 오고야 만다. 그러므로 이젠 지난 겨울!)을 생각하면 동면이라도 하고 싶었을 정도였다. 한데 이제 겨울의 끝에 서서 보니 그 알싸한 차가운 공기와 쓸쓸한 거리의 황량함이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니 올해의 겨울과는 좀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련가? 어쨌든 눈이 내린 3월이었으나 이젠 봄! 떠나는 겨울에게 잘 가라는 안부의 인사를 보내는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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