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학동네 2011년 봄호 계간지를 읽었다. 아주 오랜만에. 샅샅히 훑어보진 않았지만 꽤 많이 읽었다. 박완서 선생에 대한 추모글엔 눈시울을 적셨고, 박민규 작가와의 대담은 재미있게 읽었고, 김중혁 작가의 인터뷰 기사라고나 할까, 그건 즐겁게 읽었다. 한창훈 작가의 단편은 가슴이 뭉클하면서 웃음이 나왔고, 젊은 평론가들의 발표된 한국 작가들의 단편에 관한 수다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 단편들이 모두 궁금해졌으니까, 더불어 김사과의 책에 꽂혔고, 신인 작가들의 단편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이제 좀 한국 작가의 책을 좀 읽자고! 그동안 안 읽은 것은 아니지만 한동안 너무 소홀했다. 읽었어도 리뷰조차 남기지도 않았으니;; 신간 코너에서 한국 작가의 책들을 골라봤다. 아무거나 고를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읽고 싶은 책들로 찜했는데 어쩌다 고르다보니 모두 여작가들. 또 고르고 보니 대부분이 한 출판사의 책. 어익후, 그럴 생각이 아니었음에도;;; 아무튼 한 권씩 한 권씩 읽어줄 테다. 이 책들!   

 

책을 쫌, 읽는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읽어보지 못한 작가들이 많다. 윤이형 작가 역시 그렇다. 이름만 들었고 읽어본 작품이 없다.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지 하고서도 못 읽고 있었다. 시간이 내게만 머물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보며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세월아, 네월아 읽고 있을 텐데. 

윤이형 작가의 신간 소설집 『큰 늑대 파랑』은 장르적 문법이 요소요소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보통 SF나 좀비, 싸이보그 같은 이야긴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더 많이 하는 소재인데 독특하게도 윤이형 작가는 그런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으니 어떻다고 말할 수 없지만 '미래적이고 묵시록적인 어조로 무장' 되었다고 하니 기대를 해도 실망하는 일 따윈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소개에서 본 7편의 단편 중 가장 끌리는 단편은 자전소설이라는 「」이다. "자전적 소설 「맘」에는 글 쓰는 딸과 딸이 쓴 소설을 읽고 오십년 후의 미래로 공간이동한 엄마가 등장한다. 노인미래연구소에 등록되어 아르바이트를 하던 엄마가 어느날 실종되는데, 엄마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타임워프 능력을 지닌 존재였다. 미래사회의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핵심은 소설쓰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엄마의 삶을 추적하는 글을 쓰고자 과거 행적을 조립하는 형식으로 소설을 쓰지만 엄마의 실제 인생은 기록을 비껴가고 엄마는 육체적인 공간이동 능력으로 미래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전통적인 묘사와 서술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해진 소설 쓰기에 대한 고민과 회의를 담고 있다. 한편 엄마가 찾아간 오십년 후의 미래사회에서는 “종이로 된 책들은 거의 사라졌지만, 이야기 자체는 사라지지 않아서 종이가 아닌 다른 형태로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었다. 전통적인 소설 쓰기는 사라져도 이야기의 고유성만은 존재하리라는 집착과 신뢰를 읽을 수 있다." 시간여행 같은 이야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윤이형이 그려낸 미래사회가 과연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백영옥 작가의 소설집이다. 그동안 그녀의 장편만 읽었던 터라 매우 기대되는 소설집이다. 더구나 유명세에 비해서는 처음으로 엮은 소설집이라고 하니 더욱 읽어보고 싶은 책. 앞에 몇 편은 언젠가 읽었던 것 같다. 책 소개에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처절한 욕망과 진심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전작인 『다어어트의 여왕』에서도 한국에서 살아가는 현대 여성들의 사랑과 욕망에 대해 잘 풀어낸 작가라 단편을 통해서는 그 욕망을 어찌 소화해냈을지. 언젠가 만난 자리에서 백영옥 작가는 그랬다. 단편보다 장편 쓰기가 더 쉽다고. 이야길 하다 보면 끊임없이 하게 되는데 그렇게 써놓은 것을 정리하는게 더 힘들다고. 대부분의 작가들이(아마 그렇지 않을까?) 장편보다는 단편이 훨씬 쉽다고 생각할 텐데.. 힘도 덜 들어갈 테고. 

아무튼 기대되는 백영옥 작가의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는 모두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한데 각 소설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직업이 매우 다양하다. 영수증 처리 담당 직원, 갈빗집 사장님, 청첩장 디자이너, 기업의 CEO, 출판사 편집자, 인터넷서점 북에디터.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직업인 듯하면서도 그 직업에 대해 그렇다고 잘 아는 척 하기는 힘든, 도대체 저들은 어떤 일을 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는. 출판사 책 소개에 그 직업에 대해 이렇게 얘길 한다. "생계 유지의 수단이자 자아 성취의 수단인 직업이 도리어 그들의 ‘자아’를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안으로 꽁꽁 숨겨둘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아이러니. ‘직업’이라는 껍데기를 한 꺼풀 벗겨내고 나면 초라한 모습의 자아가 고스란히 드러나버리고 말 것 같아서 주저하기도 하고, 때론 패닉상태에 빠지기도 하지만, 끝내 이들이 선택하는 것은 참된 자아와 마주할 ‘용기’, 바로 그것이다." 어쩐지 그녀의 유쾌한 문장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하재영 작가의 장편을 사두고 아직도 읽지 않고 있는 처지라 그녀의 소설이 어떻고저떻고 말은 못하겠다. 하지만 그녀 역시 처음으로 내는 소설집이라 매우 궁금해졌다.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작품세계를 선보인다는 하재영 작가의 『달팽이들』은 " ‘관계’ 속에서 오히려 존재감을 잃고 결국 콤플렉스 덩어리로 전락하고 마는 그의 주인공들은 그럼에도 냉소하되 절망하지 않고 담담하되 유머를 잃지 않아 더욱 공감을 자아낸다."고 한다. 콤플렉스, 세상에 어느 누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을까. 인기 있는 연예인조차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 그것에 대해 하재영 작가는 섬세하고 균형감 있게 톡톡튀는 문체를 선보인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모두 8편의 단편이 수록된 책에는 아내도 엄마도 아닌 여성들이 존재한단다. 아직 성인 여성이 되지 못한 소녀, 수없이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어떤 지속적인 관계도 가질 수 없는 이십대 여성, 타인과의 관계 자체를 거부하는 이십대 독신녀, 삼십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뚜렷한 직업도 가정도 가질 생각을 하지 않는 여성 등등 "하재영이 그린 여성들의 내면에는 남성과의 지속적인 관계에 대한 근원적인 불신이 자리하고 있으며, 여성과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끼리조차도 연대의 고리를 찾지 못한다.”고 했다. 책 소개를 보고 나니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들면서 그 여성들이 궁금해졌다. 

"욕망과 관계의 사회학을 무심한 듯 유머러스하게 담아내는 솜씨가 빼어난 작가의 앞날이 더욱 주목"된다는 해설처럼 무심한 유머,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콤플렉스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  

 

그리고 궁금한 다른 그녀들의 소설, 우연하게도 『7년의 밤』과 『아가미』를 제외하면 모두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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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3-0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보통의 연애와 아가미가 읽어보고 싶어요.

readersu 2011-03-09 11:09   좋아요 0 | URL
저도 백영옥 작가의 소설집이 어떨지 기대^^
아가미, 구병모 작가의 전작을 생각하면 역시 기대가 되는 작품이에요^^

시간의안그림자 2011-03-1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을 들여다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달을 기준으로 볼 때 책 1권도 제대로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을 때면 '웃기는 기사다' 혼잣말로 중얼 거립니다. 책을 읽는 것이 안 읽는 것 보다는 중요하겠지요^^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읽고 느끼고 자신의 인생에 느낌표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항상 해 봅니다^^ 정말 좋은 페이퍼 글귀들 들었습니다^^ 본인도 그동안 얼마나 소설의 쟝르가 지니고 있던 존재적 가치에 대해 안일함으로 대해 왔는지... 부끄럽다는 생각을 정말로 해봅니다^^ 이 페이퍼의 의미들을 가치있게 인지하여 제대로 소설릉 읽어 볼 수 있는 자세를 지닐 것 입니다^^ 책들이 공존하고 있는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다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너무 좋습니다^^ 책이 있기에, 책을 볼 수 있기에 내일의 꿈도 꾸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무심코 지나쳐 왔거나, 안일함으로 지나쳐 갔던 타인들의 일상이 글 속이지만 텔레비젼을 보면서 느끼는 것 이상으로 단절의 부재란 외로움을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좋은 작가가 된다는 것이 자신보다는 남의 인생을 얼마나 많이 생각학고 느껴 봐야 되는지도 알 것 같네요^^ 좋은 페이퍼 많이 쓰주세요^^ 감기 조심 하고요^^

readersu 2011-03-21 18:45   좋아요 0 | URL
어이쿠;; 이런 긴 댓글을^^;;
저도 그런 기사 나올 때마다 웃긴다 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엔 워낙 책 좋아하는 친구들만 있어서 말이죠;
반이법 님도 감기 조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