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0100 갤러리 18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김경연 옮김, 야센 유셀레프 그림, 유르크 슈비거 글 / 마루벌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스페인 소설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유명한 작품 <돈키호테>를 원작의 중요한 내용과 그에 잘 어울리는 화풍으로 등장인물의 상상을 그림 속에 멋지게 담아낸 그림책. 특이한 것은 화자가 우선 원작자인 세르반테스의 이력을 짧게 소개하면서 가끔 이야기 중간에 개입하여 세르반테스가 자신의 작품 속의 주인공들을 어떻게 하였는지를(예를 들면 "세르반테스에 의하면 ...")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점이다. 이런 독특한 형식 때문에 세르반테스가 실제 인물인지, 돈키호테처럼 작품 속의 가공의 인물인가 싶어지기도 한다. 바로 이 점, 작품을 재해석하여 작가와 그의 작품 속의 인물을 한 공간 안에 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표지 그림을 장식하고 있는 두 남자를 보라. 묵직한 갑옷을 걸치고 창과 방패를 양 손에 든 모습은 기사처럼 그럴 듯 하나 투구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나이 지긋한 남자. 바로 라만차의 돈키호테이다! 그리고 돈키호테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의 또 한 남자. 겉옷 단추들이 금방이라도 튿어져 나갈 정도로 배가 불룩 나온 이 우직한 남자는 돈키호테의 말만 믿고 종자로 따라 나선 농부 산초 판사이다. 이들의 모험에 발이 되어 주는 말과 나귀도 각자의 주인의 모습과 비슷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책에 나오는 기사들의 모험담에 흠뻑 매료되어 책에 묻혀 살다시피 하던 한 가난한 귀족이 스스로 기사가 되어 모험을 찾아 집을 떠나기로 한다. 긴 팔을 가진 거인처럼 보이는 풍차, 여러 개의 탑과 해자처럼 보이는 숙소, 성주와 귀부인이라고 생각한 여인숙 주인과 여자들, 성찬처럼 여겨지는 볼품없는 식사. 돈키호테에게는 앙 떼와 목동들이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몰려오는 군대로 보인다. 화가인 야센 유셀레프는 현실의 모습에 돈키호테의 상상을 겹치듯이 입혀 놓은 그림으로 이런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다.

  도적, 거인, 마법사, 성의 귀부인 등 실재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현실에 투영하여 달려가는 그의 모습은 상상 속의 세계를 창조하여 노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상상 속에서는 인형이 사람이 되기도 하고, 침대가 성이나 바다가 되기도 하며, 자신은 마법사나 용감한 기사가 되어 약자를 구해주거나 탐험가가 되어 세상을 누비기도 한다. 아이들도 돈키호테에게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큰 아이가 보고는 주인공이 죽었기 때문에 슬픈 책이라고 한다. -.-;

  이 그림책을 아이에게 보라고 준 것에는 서양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문학 작품을 아이들에게 일찌감치 접해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책은 읽어보지 못했어도 '돈키호테'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아이들에게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비록 이상과 광기에 사로잡히긴 했어도-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애썼던 인물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멋진 그림책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통해 "돈키호테"에 재미와 호기심을 느껴 이 다음에 동화나 원작에도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싶은 바람도 있다. ^^*

*- 뱀꼬리- 실은 집에 완역본으로 나온 <돈키호테> 책이 있는데, 이 책 두께가 상당(700쪽이 넘음!)하다. 선뜻 펼칠 엄두가 안 나서 여유가 있을 때 읽을 요량으로 잠시 보류 상태로 두고 있다. 완역본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그림을 곁들인 그림책으로 보는 것도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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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6 22: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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