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어린 왕자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62
마란커 린크 지음, 말테인 판 데르 린든 그림, 김서정 옮김 / 마루벌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특이한 무늬와 장식, 그리고 구슬 끈이 달린 모자를 머리에 쓴 하이에나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책표지와 <숲 속의 어린 왕자>라는 책제목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그림책이다. 어느 특별한 날에 누군가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가지고 분주히 움직이는 숲 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각 장마다 동물별로 따로 따로 들려주는 방식으로, 줄거리 서술 형식을 취하는 여느 그림책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등장인물 한 명이 공연 무대에 등장하여 대사를 하고 사라지면 다음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다 마지막에 이들 모두가 한 곳에 모여 이야기가 완성되는 연극 한 편을 보는 느낌이랄까... 

 서두에 날이 밝자 잠에서 깨어나 부지런히 움직이는 왜가리, 담비, 눈표범 등의 동물들이 나중에 서로 만나기 하지만 지금은 각자 제 길을 간다고 밝히면서 각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처음에 언뜻 보기에는 각 이야기에 개연성이 없어 보인다. 왜가리는 선물을 준비하는 중이고, 눈표범은 길을 헤매다 작은 공을 만나고, 도마뱀은 여자 친구와 함께 길을 가는 중... 계속해서 두루미, 모래쥐, 대머리 황새 등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단편적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보면 다들 선물을 준비해서 누군가를 축하해 주기 위해 길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장에 모습을 드러낸, 동물들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받게 될 어린 왕자는 과연 누구일까? 그리고 왕자가 정말 받고 싶은 선물은 무엇일까? ^^

  재미난 에피소드나 줄거리가 있는 작품이 아니다 보니 책을 본 아이는 별 재미가 없다고 평을 한 반면 나는 개인적으로 이 그림책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우선 이야기 한편 한 편을 보면서 어떤 것이 좋을까 고민을 하며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고르거나 준비하고, 그 선물을 상대에게 어떤 말을 하며 전해 줄까 연습해보기도 하고, 과연 그 선물을 좋아할지 염려하기도 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갖가지 장식으로 치장한 동물들의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데 특히 꽃줄기를 입에 문 모래쥐의 모습은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게 된다. 단편적인 이야기들이지만 상상력을 발휘하여 동물들이 연출하는 상황들을 머리속에 그려보니 살포시 웃음이 나기도 하고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아이가 이 책의 숨은 매력을 느끼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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