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래와 아라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9
우창헌 지음 / 마루벌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그림책은 '따돌림'을 주제로 한 책으로, 예쁜 인형을 받고 기뻐하는 주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이 생기면 그렇듯, 잘 때도 껴안고 자고 밥 먹을 때도 손에서 놓지 않을 만큼 이 인형을 좋아한다. 그러나 곧 인형에게 싫증이 나고 나로서는 좀 충격적일 정도로 인형에게 손상을 가해서는 버려 버린다. 전에 성격장애가 있는 어떤 아이가 인형에게 고의적으로 손상을 가하는 내용을 담은 프로를 TV에서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상처입고 버려진 인형'의 등장을 위한 장치라고는 하지만 이 책 속의 주리라는 아이의 행동이 그리 온당해 보이질 않는다. 

 버려진 인형을 실어간 청소부 아저씨는 딸 나래에게 이 인형을 주는데, 나래는 눈알도 빠지고 다리도 한 쪽 없는 이 인형에게 '아라'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학교에 갈 때도 들고 간다. 아빠가 청소부라고 놀림을 당하는 나래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는 아이이다. 언제나 혼자인 나래에게 현실은 차갑고 외롭기만 한데 어느 순간 인형 '아라'가 따뜻한 살을 가진 소녀로 변하여 친구가 되어 준다. 좋아하여 늘 지니고 다니는 인형이나 장난감이 정말로 살아나 함께 놀아주는 것,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보는 소망일 것이다.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이 둘이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고 다른 아이들도 어울려 놀게 되면서 많은 친구가 생겨 나래는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인기를 시기한 한 아이가 아라가 인형이라며 따돌리자 아라는 또 한 번 버림받고 만다. 쟤네 아빠는 청소부니까, 쟤는 가난한 집 아니까, 쟤는 못 생겼으니까, 쟤는 지저분해 보이니까... 부모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세계에서 아이들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누군가를 따돌린다. 이 책을 보다 마냥 착할 것 아이들이 때로는 가장 잔인하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따돌림 받는 것, 혼자가 되는 것... 참 슬픈 일이다. 또다시 따돌림을 받게 될까봐 두려워 아라를 외면한 나래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나 다시 초라하고 상처 난 몸으로 쓰레기더미 위에 나동그라져 있는 아라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플 수 밖에 없다. 

 그림을 그린 작가분께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하나 있는데, 이 그림책에 나오는 여자 아이들은 전부 다 치마를 입고 있다. 여자 아이를 표현하기 위해 굳이 치마만을 입힐 필요는 없을 듯 하며, 실제로 치마를 입고 학교에 오는 여자아이들이 그리 많지 않은 현실을 반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 장면에서 주리가 조금 나이가 들어 보이게 그려진 듯 한 것이나 나래의 양말 선이 만화 풍으로 그려진 점도 조금 거슬리긴 하나 저자에게 이 책이 그림책으로는 첫 번째 작품임을 고려하여 아이들을 위해 앞으로도 좋은 그림책을 그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별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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