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된 앤트 보림어린이문고
베치 바이어스 지음, 마르크 시몽 그림, 지혜연 옮김 / 보림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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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언니, 놀자!"
"언니야! 빨리 블록 놀이 하자!"
우리 집에서도 동생이 언니에게 얼른 같이 놀자고 보채느라 소리를 높이는 일이 다반사이다. 책에 빠져 있는 언니와 같이 놀고 싶어서 계속 불러대는 것이다. 앤트와 그의 형이 일상에서 겪는 일들을 담은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노는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 있어서 슬며시 웃음이 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등장인물들에게 동질감이 느껴져서인지 이 책을 좋아하고 자주 읽어달라고 한다. 책을 읽어줄 때는 본문의 '~가 ~했다.'는 생략하고 형과 동생의 대화를 목소리로 구별해서 들려주는데 형은 동생과 놀아주는 것을 귀찮아하는 것을 드러내듯 조금은 퉁명스러운 투로 들려준다.
 
 앤트는 형에게 곰 놀이를 하자고 조르는데 형은 그다지 내키지는 않는 모양인지 가만히 누워 있는 역할을 원한다. 하긴 나도 아이들과 소꿉놀이나 역할 놀이 같은 것을 할 때면 가장 편한 아기 역할을 선택하는데, 그러면 누워서 책을 보다가 가끔 '응애~'거리기만 하면 된다. 앤트가 곰이 누워 있을 동굴도 만들고, 자기와 형이 연기해야 할 것들을 열심히 설명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형은 심드렁하다. 그런데 그렇게 마냥 누워만 있자니 심심한지라 형은 담요로 만든 동굴 속에서 '으르렁~'거리며 곰 흉내를 낸다. 그러자 앤트는 정말 곰이 나타난 것 마냥 무서워한다. 그러자 형은 갑자기 그 놀이가 더 재미있어져서 더 큰 소리로 으르렁대는 것이다.

 큰 딸아이도 종종 괴물 흉내를 내면서 동생에게 으르렁대곤 하는데 동생이나 내가 무서워하는 표정을 지으면 앤트의 형처럼 더 신이 나서 계속 으르렁대곤 한다. 동생을 놀리려고 계속 으르렁~ 거리는 모습이나  "하지 말라니까!"하고 소리를 질러 대는 모습은 우리 집에서 자주 보는 풍경이라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비슷하게 놀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앤트도 분명히 담요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 형인 것을 알면서도 왜 무서워하는 걸까? 형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곰소리만 들리니까 동굴 속에 정말 곰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일까? 그래 놓고는 담요를 벗겨 내서 형의 모습이 보이자 '처음부터 형이 그러는 줄 다 알았다고."하고 말하는 앤트를 보니 어이없기도 하고,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두 번째 편이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강아지가 된 앤트>를 읽으면서 큰 아이가 유치원생이었을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집에 놀러 온 아이 친구가 강아지 놀이를 하자며 큰 아이의 목에 줄을 매고는 '강아지야~' 부르며 노는 모양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 목이 졸릴 위험도 있거니와 그 때는 사람에게 왜 개 흉내를 내게 하나 싶어서 일단 화부터 나서 야단을 치고 말았다. 그런데 그 뒤로 우리 집 아이들이 서로 역할을 바꾸어 가며 강아지 흉내를 내는 것을 보고 이 것도 엄마, 아빠 놀이처럼 하나의 역할 놀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더구나 앤트의 엄마는 강아지처럼 구는 앤트에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과자까지 준다니, 아이를 이해해주는 참 좋은 엄마다.
  이 이야기는 형의 친구가 놀러 와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반전이 재미를 더해 주었다. 다음에 강아지를 키우게 돼도 막대기를 던져서 강아지를 쫓는 짓은 하지 않을 거라는 것에 의견일치를 보는 형과 아우를 보니 내가 다 흐뭇해진다. 이외에도 두 편의 이야기가 더 실려 있는데 <앗, 유리창에!>는 밤을 무서워하는 아이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고, <이다음에 커서>에서는 장래의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형제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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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9 17: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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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9 17: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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