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팔이 부러졌어요! 소년한길 동화 35
구스타프 세더룬드 지음, 얀 올로프 산드그렌 그림, 김영선 옮김 / 한길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강의를 들으러 떠나는 엄마를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스콥의 아빠는 고약한 사고를 당한다. 아빠가 개똥을 밟고 넘어지면서 팔이, 그 것도 양쪽 팔이 다 부러진 것이다. 아빠가 아파서 끙끙거리며 '엄마'를 찾는 모습을 보니 어른이 되어서도 아프면 엄마 생각이 나는구나 싶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 남편이 생각나서 웃음이 난다. '엄마'라고 부를 때 오스콥의 아빠가 생각하는 사람은 친 엄마, 즉 오스콥의 할머니이지만 우리 집에서 애들 아빠가 잠결에 엄마'를 찾으면 그건 나를 찾는 것이란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헛갈린다. 나를 찾는 거야? 자기 엄마를 찾는 거야? ^^

-"텔레비전에서 의사가 주사를 놓는 걸 봤는데요, 주사가 무지무지 크더라고요. 그런데 의사가 긴 바늘을 말예요, 마치 칼로 찌르는 것처럼 푹..."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한 후, 오스콥이 주사를 맞게 된 아빠를 놀리는 장면이다. 주사를 맞히기 위해 병원에 데려 간 아이에게 어른들은 주사가 별로 아프지 않다고, 하나도 겁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과연 정말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길다란 바늘이 달린 주사기를 보면 은근히 겁이 난다. 따지고 보면 주사를 맞을 때 찾아 오는 따끔한 고통보다 바늘이 몸에 꽂히기 전의 순간까지 지니고 있어야 하는 두려움의 강도가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오스콥의 아빠도 아들의 질문에 하나도 안 무섭다고 대답하지만 위의 말을 듣고는 "그만해. 그만"을 외치고 만다. 기다란 바늘이 푹~ 꽂히는 것은 그다지 상상력을 발휘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지 않은가~.

아빠는 양 쪽 팔에 깁스를 하고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지켜야 할 사항을 듣는데 "손가락을 자주 움직이고 팔을 높이 들 것"이라는 지시사항을 오스콥의 제의에 따라 깁스 위에 적는다. 조금 아쉬운 것은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도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지 나에게 물어왔다. 의사 선생님이 깁스를 하고 있는 동안 손가락 근육이 굳지 않게 움직여 주어야 한다는 등의 설명을 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아빠는 양 쪽 팔을 쓸 수 없는 상황인지라 오스콥은 아빠를 돌봐주느라 매우 바쁘다. 이를 닦아주고 대신 차도 운전한다!

- "딴 생각 말고 앞을 봐라. 길을 따라 핸들을 돌리는 거야. 만약 경찰이 오면 열 여덟 살인 척하는 거다."

아빠도 참... 오스콥을 보고 누가 그 말을 믿을까? 아무튼 일곱 살짜리에게 운전은, 다른 때는 생각도 못해 볼 매력적인 모험일 것이다. 다만 책을 본 우리 아이가 자기도 오스콥처럼 운전을 해보고 싶다고 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무튼 이 일 말고도 오스콥은 아빠의 팔이 부러졌다는 이유로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 버린다. 이제 오스콥에게는 "아빠는 팔이 부러졌잖아요."라는 막강한 주문이 있기 때문이다. 이 한 마디면 아빠는 아무 말도 못하고 아이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대신 오스콥도 아빠가 해야 할 일들을 서투른 솜씨로나마 대신 해낸다. 오스콥이 스파게티를 만드는 장면을 보니 외출했던 엄마가 돌아 오셔서 할 일이 무척이나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제 작년에 아이 아빠가 오른쪽 손가락을 다쳐서 한동안 깁스를 하고 지낸 적이 있는데, 손을 쓰지 못하니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반찬도 받아 먹어야 하고, 머리도 감겨 주어야 하고, 옷을 갈아 입을 때도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 책을 보니 그나마 두 손을 다 다친 것이 아니어서 오스콥 부자처럼 입으로 음식을 먹지는 않았으니 다행이구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몸에 소중하지 않은 부분, 쓸모 없는 부분이 어디 하나라도 있던가...) 아빠가 깁스를 풀면서 일상은 제자리를 되찾기는 하지만 오스콥 부자는 주말마다 그들만의 특별한 식사를 한다. 그리고 엄마는 모르는 그들만의 비밀 약속도~ 아빠를 돌보면서 오스콥은 자신감이 더 커지고, 부자 사이가 더 친밀하고도 은밀해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