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 굴러가는 날 작은도서관 15
장경선 지음, 박지영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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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어릴 때 머리를 다쳐 정신지체 장애인이 된 오빠를 둔 것을 창피하게 여겼던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만든 책이라고 한다. 정신연령이 다섯살 짜리 아이보다 못한 탓에 한준이에게 툭하면 놀림과 구박을 받는 큰 외삼촌이 작가의 오빠의 모습인 셈이다. 그리고 오빠에게 늘 냉정했던 자신의 모습을 이 책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한준이에게 투영시키는 동시에 마음씨 좋은 동화작가인 이모는 작가의 현재의 모습이자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인물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한준이네는 외할머니가 아프시다는 연락을 받고 이모네와 시골 외갓집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런데 한준이는 시골에 가는 것이 싫다. 시골에 가면 유선방송이 안 나오니 좋아하는 만화 프로그램을 볼 수도 없고, 컴퓨터나 인터넷이 안되서 게임을 할 수 없는지라 가고 싶지가 않은 한준이의 마음은 요즘 도시 아이들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 하겠다. 더구나 이 곳에는 한준이를 못마땅하게 하는 요소들이 많기만 하다. 자기를 보면 사납게 짖어 대는 개 큰 놈, 정신연령이 어린 큰 외삼촌, 말을 못하는-벙어리라기보다는 실어증에 걸린- 여자아이 달래, 엄마와 정겨운 모습을 연출하는 달래 아빠... 큰외삼촌과 달래를 멍텅구리와 벙어리로 취급하는 한준이의 모습은 장애인을 꺼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동화책을 읽다 보면 훌쩍일 때가 종종 있는데 이 책도 내게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머리를 다쳐 정신적인 성장을 멈춘 큰외삼촌은 아무리 나이를 먹고 덩치가 커졌어도 엄마가 필요한 아이일 뿐인데 엄마 곁을 떠나 낯선 사람들 속에 살라고 하면 어찌 겁나지 않고, 서럽지 않겠는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돌봐 줄 사람이 없어지게 될 앞 날을 생각해서 장애인 수용시설로 보내자고 하는 가족들의 심경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자신의 실수로 자식을 병신으로 만들었다고 평생 자책하며 살아 온 외할머니로서는 정말 죽을 때까지 품 안의 자식으로 두고 싶을 것이다. 한 편으로는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다른 가족들 또한 평생의 짐을 지고 사는 기분이 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외할머니 댁에 있는 두마리의 개를 보니 친정에 있는 영심이와 우람이가 문득 떠오른다. 이 책에 나오는 녀석들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한준이가 가게 손님 온 것을 알려주는 누렁이를 신기하게 여기는 것처럼 우리 영심이도 조그만 덩치에 누가 대문 앞을 지나간다 싶으면 영락없이 짖어대는 눈치 빠른 녀석이다. 그에 반해 덩치가 커서 만지기 겁나는 우람이 녀석은 오히려 순해 빠져서 밥만 축내고 툭하면 화단을 파헤져 놓는다고 구박을 받는단다. 작은 녀석이 일전에 강아지를 네 마리 낳았다고 하던데 '큰 놈'이 힘들게 새끼 낳는 장면을 보니 영심이가 그 작은 덩치에 새끼를 4마리나 낳은 것도 참 힘들었겠다, 대견하다 싶어졌다.

 장애인을 냉대하고 가게에서 물건을 판 돈을 빼돌리려는 궁리를 하는 등의 영악함을 보여주는 한준이가 큰 놈이 강아지 두 마리를 사산한 것을 계기로 갑자기 그동안 잘못했던 것들을 반성하는 아이로 변한 것은 조금 작위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 버리는 듯한 느낌이랄까...아빠와 한준이의 대화 자체도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그 일을 계기로 한준이는 큰외삼촌과 달래와의 관계도 개선되고, 이야기는 이모에 의해 동화책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이 책이 아이들에게 기준에 못미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장애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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