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니의 일기
에마 매클로플린. 니콜라 크라우스 지음, 오현아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유아들을 돌봐주는 내니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고액의 보수를 줄 수 있는 계층은 한정적이기 마련인지라 내니는 대개 상류층 자제를 돌보게 된다. 작가들이 내니 일을 해 본 경험이 녹아 있는 이 책을 통해 엿보게 되는 미국 상류층 사람들의, 명품과 부유함으로 가려진 가식적인 가정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아이 아빠는 집보다는 바깥으로 나돌며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기 일쑤이고 , 자기 손으로 요리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듯한 아이 엄마는 내니에게 아이를 맡겨둔채 아이와 저녁식사 한끼 제대로 하지 않고 일년 내내 돌아다닌다. 아이가 기댈 곳은 자신을 돌봐 주는 내니밖에 없지만 내니의 거취여부는 부모의 손에 쥐어져 있다.

 앞표지의 책 소개 글에 보면 <돈 빼면 가진 게 없는 부유한 엑스 부인과, 돈 빼고 다 가진 아르바이트 여대생의 통쾌한 한판 승부>라는 글귀가 있는데 솔직히 내가 볼 때는 내니로 일한 주인공 여대생의 참담한 패배가 아닌가 싶다. 괜찮은 조건일 것 같아 선택한 엑스 부인네의 내니일은 생각외로 녹녹치 않은데다가 결국 내니도 돈을 받는 고용인에 불과한 것이니 매번 엑스 부인이 우위에 서 있는 것이다. 유아기의 아이의 양육자가 자주 바뀌는 일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의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가 생기면 곧바로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기 마련인가 보다. 어쨋든 고액의 보수가 보장되는 일이다 보니 지원자는 많기 마련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가장 크게 입는 것은 아이들이다. 아이가 기껏 정을 붙인 내니가 하루 아침에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 또다시 익숙해지고 정을 주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 때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버리는 경험을 하게 되지 않겠는가.

 엑스 부인은 내게 불가사의한 존재이다. 서양에서는 동양에 비해 아이와의 신체접속을 적게 하는 편이라는 건 알지만 어떻게 그렇게 매정하게 아이를 떼어 놓는지 모르겠다. 손때 묻는다고 아이에게 밍크코트의 옷자락도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엑스 부인은 이른바 '주걱반사'라는 것으로 아이가 달라붙지 못하도록 반사적으로 손으로 아이와 자신 사이에 일정거리를 두게 만든다. 그리고 아이를 돌보는 내니를 마치 심부름꾼처럼 부려먹는데 상류층 부인들은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애정에 굶주린 아이의 모습이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자식을 위해 고통과 어려움을 참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바람끼를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엑스 부인의 위선은 자신에게 보장되는 물질적인 풍족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내니가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하바드 남학생과 사귀게 되길 바라는 것 또한 주인공의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신분상승의 욕망의 결과일 것이다. 엑스 부인이 물려 준(?) 샌들 한켤레에 황홀해 하는 그녀에게서 명품에 목말라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의 애정에 목말라 하는 아이를 직접 돌본 경험을 지닌 그녀가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아이를 수단으로 이용하는 엑스 부인같은 사람이 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그다지 재미없다는 남편의 평에 비해 나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어쨋든 나는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을 수시로 안아 주고 입맞춰 주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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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10-07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서 잠깐 봤는데 꽤 재미있어 보이던데요. ^^
음,, 그리고 록시땅의 라벤더 린넨워터 이야기가 나와서 재밌었어요. 제 친구(였던) 애 중의 하나가 속물적 기질이 다분했는데, 꼭 다림질 할 때 저거 사서 하더라구요. 그 생각이 나서..흐흐흐.

아영엄마 2004-10-07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거였어요. ~ 워터 라길래 전 또 마시는 건 줄 알았다구요. '린넨'에 주목했어야 하는건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