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별이 된 큰 곰 ㅣ 벨 이마주 2
리비 글래슨 지음, 김연수 옮김, 아민 그레더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참 어두운 그림책이다. 표지에서부터 보여지는 그림도 그렇고, 내용도 마음 가득히 어두움을 안겨주는 책이다. 그런 이유로 특히 어른들은 이 책을 꺼려하게 된다. 재주부리는 곰과 구경꾼들... 이 그림책은 덩치 큰 곰이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지켜 보며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 않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같은 인간의 눈에 비친 겉모습일 뿐, 곰의 눈에 비친 풍경은 다를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여야 하는 곰의 눈에서 비추어지는 것은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뿐일 것이다. 곰에게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구경꾼들이 공포이며, 가학자(苛虐者)들인 것이다.
책을 보는 내내 어두운 색채에, 사람들의 광기 어린듯한 표정은 나마저 은근히 겁이 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돌이나 막대기로 고통을 당하는 곰의 입장에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게 보였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곰이 자신의 모습-포효할 줄 아는-을 되찾고 고통스럽고 암울한 삶을 떨쳐 버리고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에서는 정말 가슴이 찡했다.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그림을 연상시키는 밤하늘을 향해 뛰어 오르는 곰의 모습-마치 해탈한 듯한, 홀가분한 그 모습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다. 순회 서커스의 재주부리는 곰이 힘든 삶을 영위하다가 마침내 하늘의 별로 사라지기까지의 고통과 슬픔이 가슴에 절실하게 와닿는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서커스나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계기를 준 그림책이다.
이 책의 그림은 두가지로 나뉘어져 있는데, 오른쪽에는 어두운 색채로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왼쪽 페이지의 한 귀퉁이에는 목탄 스케치의 형태로 간략하게 곰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소외되고 작게 느껴지는 곰의 모습을 비교대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편인 것 같다. 아이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표지 안 쪽의 <고대 남반구의 별자리>, <고대 북반구의 별자리> 그림이다. 이 책이 별자리 중에서 '큰곰 자리'에 관한 전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런 그림을 실었나 보다. 나도 잘 모르는 별자리 이름들이 많았는데, 한동안 아이들과 별자리 이름들믈 살펴본 후에야 책을 읽어 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