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토니의 비밀
주디 블룸 지음 / 유진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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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인 토니는 자기 용돈을 벌기 위해 신문을 배달하는 13살의 평범한 소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문배달이라는 것이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외국에서는 신문 배달이나 잔디깍기, 애완동물 돌보기, 베이비시터 등은 아이들이 자기 용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들이다. 또한 20살 정도만 되어도 집에서 독립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토니의 형이 아내와 함께 토니네 2층에서 사는 것을 매우 고마워하는 것만 해도 그렇다. 우리는 맏이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는데 말이다. 토니네가 부자가 되어서 커다란 집에 이사를 갈 때도 형네는 따로 집을 구하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와는 참 다른 생활방식, 가치관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방학때 아이들은 캠프에서, 부유층에 국한된 것이긴 하겠지만 어른들은 별장 같은 곳에서 한 달을 넘게 휴가를 보내는 것 등은 매우 생소한 일이다.

가족 모두가 합심하여 어려운 난국을 헤져나가는가 싶더니, 토니의 아버지가 전기 카드리지라는 발명품 덕분에 갑자기 부자가 되고, 한 회사의 공동 경영자로 신분이 상승(?)하자 모든 것이 달라진다. 그전에는 할머니가 요리를 하고, 엄마가 직장에 다니고, 형과 형수는 교육자로서의 자신감에 차 있었다. 형수가 아기를 가지면서 엄마와 형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으며, 그 때문에 아버지는 지하의 작업실에서 발명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었지만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갑자기 토니의 주위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한다.

사람이 돈이 생기면 정말 달라지는 걸까? 그런 말들이 많은 걸 보면 어느 정도 증명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돈이 있으니 사고 싶은 걸 다 사들일 수 있을 것이고, 부자들이나 하는 일이라 여기던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자부심도 생길 것이고...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우리집이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사줄 수 있게 된다면 아이는 행복해 할까? 아니면 가난했지만 단란했던 가정을 그리워하게 될까? 부유함과 단란함이 함께 하는 가정이면 좋겠지만 이 책을 보니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다.

가족들은 이사 갈 때 지금까지 사용하던 물건들을 거의 다 버리고 간다. 아버지는 자신의 트럭을 팔아치우고 새 차를 타고 다니게 되고, 엄마는 주위의 부유층 생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한다. 강남쪽에서는 주위에서 하는 만큼 하지 못하고 살면 오히려 눈치가 보여서 문화생활이나 교육, 살림살이 등등 가랑이가 찢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수준을 맞춘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부모는 그동안 자신의 용돈을 벌기 위해 애쓴 토니에게까지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받아보지 못한 금액의 용돈을 안긴다. 이미 여기에서 부유함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부유층 자제의 탈선... 가끔 접하는 뉴스거리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새로운 이웃집의 '예의 바른' 소년은 심심해서 남의 집에 장난전화를 끊임없이 해대고, 심심풀이로 물건들을 훔치는 일을 한다. 토니는 이러한 일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이-그렇게 하면 따돌림을 받을테니까- 스트레스일 수 밖에 없고,  그것은 이유없는 복통으로 나타나지만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갖고 싶은 것들을 다 가질 수 있게 된 토니는 과연 행복할까? 그다지 행복하지도 못하고 수시로 복통을 일으키는 토니의 모습을 보니 그렇지도 못한 것 같다. 갖고 싶던 새 자전거가 생겼지만 정작 그것이 필요했던 신문배달 일은 해서는 안될 일이 되고 말았고, 존경과 믿음의 대상이었던 형은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버리고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전기나 기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형이 말이다..

또 한가지 눈여겨 볼 것은 성에 눈뜨는 사내아이의 심리이다. 이웃집 친구의 아름다운 누나는 사춘기를 맞이한 토니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열린 창문을 통해 쌍안경으로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 토니의 호기심이 단지 호기심만으로 그쳐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이 책을 통해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심리와,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를 겪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에 대해서 미리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우리 집이야 갑자기 벼락부자가 될 일이 없지만 말이다..^^;  어린이들의 고민과 심리를 잘 알고 있는, 그에 대한 책을 많이 쓰고 있는 쥬디 블룸이라는 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도 이 책의 읽으면서 얻은 성과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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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6-1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디 블룸 아주 좋아요! 작품 수준이 일정한 것은 아니지만 꽤나 좋은 책들이 많아요!
그런데 아영엄마님, 어쩜 이렇게 리뷰를 많이 그것도 멋지게 쓰시나요- 존경하옵나이다...
(서재 주인에게만) 월요일날 들어갈 듯. 착불 5000원이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