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나비와 박주가리 자연과 나 9
헬렌 프로스트 지음, 이윤선 옮김, 레오니드 고어 그림 / 마루벌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나비를 채집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쫓아다니던 시절이 있어서인지-학부시절에 공부했던 지식이 남아 있는 건 아니지만- (다른 곤충들보다) 나비와 관련된 책에 관심과 애정이 간다. 제왕나비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오가며 생활하는 종으로, 왕복으로 자그마치 오천 킬로미터를 이동한다고 한다. 그 얇디얇으면서도 가냘픈 나비의 날개를 생각해 본다면 그 먼 거리를 어찌 날아가는지, 이동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제왕나비"를 검색해 보니 [제주왕나빗과(科)의 나비의 일종]이라고 나오던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종류는 이 책에 나오는 나비와 비교해 보니 날개 무늬나 색이 다르다. 박주가리를 먹이로 하는 점은 동일하다.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와 박주가리(Milkweed)의 생활환을 다룬 이 그림책은 초반과 후반에 박주가리의 성장과 제왕나비의 활동 모습을 책장 양 쪽으로 나누어서 보여 주고, 중반 부분은 이 둘의 관계가 잘 드러나 있다. (실은 이 그림책을 보기 전까지 박주가리가 식물인지, 곤충인지조차 몰랐다. ^^*) 앞면지와 뒤면지에 계절에 따른 제왕나비의 이동경로를 지도에 화살표로 표기한 그림이 실려 있다. 표지의 화풍도 그렇고, 그림을 그린 이의 이름(레오니드 고어)이 낯설지 않아 검색을 해보니 <햄릿/미래 M&B>이라는 그림책에서 아크릴과 파스텔을 이용해 작품의 어두운 분위기를 잘 살린 그림을 선보여 인상 깊게 다가왔던 그림 작가이다.

 



 봄기운이 감도는 시기에 박주가리가 자라기 시작하는 무렵이면 제왕나비는 바람을 타고 북쪽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박주가리에 새잎이 돋고, 자주색 꽃망울이 맺히는 동안 제왕나비는 다른 식물의 꿀을 빨아 먹고 날아오르는 일을 반복하다 박주가리 꽃에도 내려앉는다. 뒤에 실린 '작가의 말'을 보니 제왕나비가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온갖 종류의 박주가리가 자란다고 한다. 박주가리 잎사귀는 쌉쌀한 맛이 나는데 이를 먹고 자란 제왕나비와 애벌레도 같은 맛이 나서 새들이 잡아먹지 않는다고 한다. 맛은 없겠지만 생존을 위한, 매우 지혜로운 먹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제왕나비는 박주가리 한 그루에 잎사귀 뒷면에 알을 하나 낳는다. 수 백 개의 알을 낳는 것도 힘든 일일 텐데 한 곳에 몰아서 낳지 않고,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면서 한 그루에 딱 하나씩만 낳는 이유는 뭘까? 이 또한 자손들의 생존을 위한 현명한 방식으로,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이 다른 애벌레들과 먹이 경쟁을 벌이지 않고 충분히 먹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감성적인 문장으로 이루어진 본문 글에 알을 깨고 나온 애벌레의 크기, 먹이를 먹는 과정, 애벌레의 형태적인 특징, 허물을 벗고 번데기를 만드는 생활환 등의 설명도 잘 녹아 있다. 번데기를 가르고 세상 밖으로 나온 제왕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는 모습을 크게 잡은 그림이 책장을 가득 채우며 부각되어 있다.

 



 박주가리는 제왕나비의 먹이가 되어 주는 반면, 제왕나비는 박주가리의 번식에 보탬이 되는, 서로에게 이득을 제공하는 공생 관계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제왕나비 세대가 세상 밖으로 나올 무렵에 박주가리는 여기 저기 구멍이 숭숭 뚫린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꼬투리 속에 다음 세대를 이어갈 씨앗이 여물어 간다. 한반도 길이의 세 배나 되는 거리를 날아 멕시코에 갔던 제왕나비가 돌아올 무렵이며 꼬투리를 벗어나 솜털에 실려 대지에 자리를 잡은 박주가리 씨앗도 새싹을 틔우는, 생태계의 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작가의 말'을 보면 제왕나비가 어떻게 돌아가는 길을 찾고, 한 세대가 한 번에 날아갔다가 돌아올 때는 여러 세대에 걸쳐 날아오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말미에 관련 정보를 찾아 볼 수 있는 사이트 주소도 실려 있다). 이 지구상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연의 신비로운 현상이 많이 있을 텐데, 이런 책들이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려 일으켜 우리 아이들을 미래의 과학자로 인도할지도 모르겠다. 
 

- http://100.naver.com/insect/detail.php?masterno=779412

(참고로 이 사이트 주소에 들어가 보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나비목의 네발 나비과의 곤충들을 살펴볼 수 있다. 라틴어로 붙여진 학명이 아닌, 우리말로 붙여진 나비의 이름들이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날개 무늬나 형상과 잘 맞아 떨어지게 지어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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