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놀이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집 작은도서관 26
진은주 외 지음, 유기훈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푸른문학상 수상작 세 작품을 담은 동화집. <천타의 비밀>은 발달장애아의 소소한 일상을, <할아버지의 수세미밭>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손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이야기를, 표제작인 <가면 놀이>는 인터넷 채팅으로 열등감을 해소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고 있다. 세 편 다 진부하다고 할 수 있는 소재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작품 속에 담아내고자 한 작자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표제작이기도 한, 세 번째 작품 <가면 놀이>는 집에서는 뭐든지 잘하는 동생과 늘 비교되고 학교에서도 두드러지지 않는 존재인 탓에 열등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선우의 이야기다. 공부며, 운동, 체격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돋보이는 동생과 비교가 되는 터라 선우는 집에서나 학교에서 늘 주눅이 들어 지낸다. 선우가 그런 자신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포장하여 표출하는 것이 바로 인터넷 채팅이다. 주인공은 "번개"라는 대화명으로 인터넷 채팅을 할 때면 자신이 부러워하고 닮고자 한 모습으로 포장한, 즉 가면을 쓴 모습으로 상대와 대화를 나눈다. 

 "네티즌은 '얼굴 바꾸기'의 달인?"이라는 문구와 함께 컴퓨터 앞에 앉은 등장인물이 여러 형상(동물, 도깨비 등)의 가면을 바꿔 쓰는 모습을 담은, 인터넷 예절을 지키자는 내용의 공익 광고를 본 분들이 있을 것이다. 사이버 상에서 가면을 쓰고 자신의 실제 모습을 감추는 일은 너무나도 쉽다. 악의로 똘똘 뭉쳐 인신공격성 글이나 욕설을 거리낌없이 내뱉는 사람들도 실제로 만나 보면 소심하기 그지없는 평범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또는 선우처럼 현실에서 내가 되고 싶어하는 인물의 모습, 나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여 드러내며 욕구를 충족하기도 한다.

  그렇게라도 해서나마 자신 안에 존재하는 억눌린 감정들을 발산하거나 해소하고 위안을 얻는 것은 비단 아이들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이버 공간 상의 인간 관계는- 온라인 상을 벗어나 종종 연락을 주고 받는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긴 하지만- 너무도 쉽게 단절될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사이버 공간 속에서 외로움이나 열등감을 벗어 던질 수 있다고 해서 현실의 삶을 외면하거나 회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을 현실로까지 이어가 가족과 친구,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개선하려는 노력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받고 이해와 사랑을 얻어야 할 것이다.

 첫 번째 작품인, 발달장애아를 주인공으로 한 <천타의 비밀>은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던 일, 진단을 위해 병원에 갔던 일, 강아지를 키우며 겪는 일 등을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선에서 잔잔하게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다. 무겁고 두꺼운 안경을 쓰는 천타에게는 비밀이 있다. 실제로는 여덟 살이지만 나이를 묻는 질문에 "일곱 살"이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 학교에 다니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붕어와 개미의 비밀, 과학 교실 선생님의 비밀 등 일상에서 천타가 자신만의 소소한 비밀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정상인 아이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천타의 엄마, 아빠가 아이의 장애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여느 부모라면 그리했을 것 같이 평범하게 대하는 모습으로 그린 점도 작품을 편안하게 읽어나가게 해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장애를 가진 아이를 가진 부모가 작품 속의 부모처럼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라는 요소로 남과 '다름'에만 무게를 두지 않고 순수한 아이의 모습에서 '같음'을 발견하고 주변 사람들도 '다름'을 수용하는 자세를 가질 때 서로를 받아들이는 발판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 작품 <할아버지의 수세미밭>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안에 여전히 살아있는 손자를 향한 사랑을 짚어내고 있는 작품이다. 집안 어른이었던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리면서 방 안에 갇혀 지내게 된다. 손자인 윤호는 그런 할아버지를 지켜야 하는 것이 곤혹스럽다. 방문을 열어주었던 윤호는 할아버지가 근처 산의 한 구석에서 발견한 수세미의 가지를 세워주는 모습에서 예전의 할아버지 모습을 다시 본다. 비록 치매에 걸려 아이처럼 변해버리고, 과거의 기억 속에서 살게 되어버렸지만 가족을 향한 진한 사랑은 변함이 없지 않을까 싶다. 할아버지를 엎은 윤호의 뒷모습이 참 대견하게 여겨지는 작품이다.  

 삼 인의 작가가 들려주는 세 편의 이야기가 가슴을 잔잔하게 어루만져 주어서인지 세상을 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해지고 넓어진 것 같다.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 분들이 앞으로도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을 가슴으로 담아내어 좋은 작품으로 꽃피우시길 바란다. 

- 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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