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아 풀아 애기똥풀아 - 식물편, 생태 동시 그림책 푸른책들 동시그림책 3
정지용 외 지음, 신형건 엮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생태 동시 그림책 동물편 「'똥'자 들어간 벌레들아」에 이어 식물편 「풀아 풀아 애기똥풀아」가 출간 되었다.(시집 제목을 읽다 '그러고 보니 이번 제목에도 '똥'자가 들어 있네~' 하며 살짝 웃었다.^^) 이번 책에는 정지용, 박목월 등의 시인 이준관, 김용택, 양인숙에 이르기까지 모두 열한 명이 쓴 동시 16편이 실려 있다. "밤티 마을"시리즈의 삽화를 그린 양상용님이 그림을 그려서 더 정겹게 느껴진다. 덤불과 어우러진 화사한 노란 꽃들이 핀 풀밭에 웃음 짓고 있는 두 아이의 모습이 담긴 표지 그림이 눈에 안겨온다. 김재홍님이 그림을 그린 동물편은 섬세한 화풍으로 정적인 느낌을 주는데 비해 여백의 미를 살린 양상용님의 동양적인 화풍의 그림은 정적인 느낌을 주는것 같다.
 
「동화 읽는 가족」을 통해 처음으로 생태 동시를 접하면서 참 좋아하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낭송해 주기도 했다. 소리 내어 동시를 읽고, 그림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실물을 보거나 책등을 통해 접하여 친숙한 느낌을 주는 동물, 식물의 특징이나 느낌이 동시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는 점도 어른인 나에게 생태동시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요인이다. 아이들에게도 읽어 보라고 권유하는 이면에 동시로 감성도 자라고, 동식물에 대한 지식도 얻는 일석 이조의 이득을 생각하는 부모의 욕심(?)이 살짝 배여 있기도 하지만~. 
 
  <버들 강아지>는 하얀 꽃눈의 특징을 살려 털모자 쓴 어린 버들 강아지를 통해 추운 날에도 바깥에 나가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투영한 동시이다.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늘 보라색을 꼽는 나는 눈에 뛸듯 말듯, 그 작은 꽃망울에 보랏빛 고운 꿈을 간직한 <제비꽃>이란 동시에도 마음이 간다. 노랑나비 같은 꽃잎을 보아 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민들레 꽃>은 그림에 노란 병아리를 함께 두어 꽃의 노란 색감을 살려주고 있다. 아이들은 어딜 가다 동그스름한 솜방망이처럼 생긴 민들레 씨앗을 발견하면 서로 불어보고 싶어 다툼을 벌인다. 책 속에도 씨앗을 훨훨 날려줄 누군가의 숨결을 기다리고 있는 솜방망이 두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이 시집을 볼때면 우리 아이들이 하나씩 훅훅~ 불어준다.

  세상 빛을 본지 며칠 밖에 안됐어도 할미로 불리는 할미꽃을 시상으로 담은 <그랬었구나>, 봄에는 애기 같더니 여름 되니 할머니처럼 눈곱을 너덜너덜 달았다는 <애기똥풀>, 꽃며느리 밥풀의 꽃을 흥부 뺨을 때린 밥주걱으로 비유한 <놀부네 밥주걱> 등은 식물의 이름을 재미있는 시상으로 담아 낸 동시가 아닐까 싶다. <쑥> 또한 식물 이름의 느낌을 잘 살린 동시로 많이 나와도, 늦게 자라도 쑤욱~ 자라는 느낌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식물의 특징이나 느낌을 살린 고개 숙인 모습이 새색시를 닮은 꽃을 노래한 <해바라기씨>와 꽃의 빛깔이 여러 가지인 분꽃을 묘사한 <분꽃과 하늘>. 그리고 <담장 밑 강아지풀>은 담 밑에 무리 지어 핀 강아지 풀들이 뛰노는 아이들 따라, 불어오는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잘 잡아낸 동시이다. 그림을 보면 담 위로는 호박넝쿨이 이리저리 뻗어 있는데 뒤편에 <호박꽃>이라는 시로 철 늦게 핀 호박꽃을 시로 담아내고 있다. 

 그 외에 엄마한테 혼나고 눈물을 흘리다 집에 돌아가려는 아이가 말을 건네는 <꽃다지야>나 친구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본 낯설지 않은 꽃을 노래한 <개망초꽃> 등을 통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식물을 시 속에 담고 있다. 예전에는 흙 땅이 많아 길가에 풀꽃들이 흔하였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 대부분의 길이 시멘트와 콜타르로 뒤덮여 참 삭막해지고 말았다. 화살촉 마냥 생겨 운동화며 양말, 옷 등에 달라붙는 <도깨비 바늘>을 우리 아이들이 시 속에서나 만날 수 있다니 아, 얼마나 아쉬운지...

  본문 뒤에는 "더 알고 싶어요"란 코너를 두어 동시에 나온 식물들의 특징이나 생태를 조금 더 자세하게 실어두었다. 「'똥'자 들어간 벌레들아」 혼자 꽂혀 있을 때는 책 사이에서 외톨이 같은 느낌이 들더니 이 동시집을 함께 꽂아두니 짝을 만나게 해준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진다. 두 시집이 한 쌍처럼 참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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