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작은도서관 22
문영숙 외 3인 지음, 박지영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가끔 TV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큰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게 될 때면 마음이 참 아프다. 왜 세상에는 이리도 아픈 사람들, 장애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인지... 그런 프로그램을 볼 때면 세상 모든 사람이 아픔 없이, 고통 없이, 슬픔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 가족이, 내 아이들이 건강한 것에 정말 감사하게 된다.  

<일어나>에는 '푸른 문학상'을을 통해 등단한 4명의 작가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시각 장애가 있는 아이와 안내견의 이야기를 담은 <믿음이와 환희>, '기면증'이라는 병에 걸린 아이에게 엄마 뱃속에서의 기억이 꿈으로 나타나는 <꿈속의 방>, 친구에게 미운 마음을 품었던 민우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인 변화를 그린 <일어나>, 치유하기 힘든 병을 앓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 <저녁별>... 

 몸이 마음 따라간다고, 마음이 아프면 덩달아 몸도 아프다. 반대로 몸이 아프면 심적으로 우울해지거나 비관적인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울 때 이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면 얼마나 견디기 힘들고, 가슴 시리도록 외롭고, 남은 나날들이 얼마나 암담하게 느껴지겠는가. 이럴 때 애정과 신뢰를 나타내며 다독거려주고, 용기를 불어 넣어줄 사람이 있다는 건 커다란 위안이자 포근하게 감싸주는 따스한 온기이며, 이겨낼 힘을 발휘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믿음이와 환희>의 경우 안내견인 '믿음이'가 화자가 되어 시각 장애가 있는 아이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애를 지닌 사람은 일반인들이 별 생각 없이 내뱉는 말에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다. 우리가 상처를 입는 곳은 몸만이 아니다.  그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아픔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 갈수록 절실해진다. 

 어른들은 종종 언쟁을 벌이면서 생긴 자신들의 고통과 상처 때문에 아이의 의사는 배려하거나 상관하지도 않고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결론으로 치닫곤 한다. 부모의 불화는 아이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주는데 <꿈속의 방>에서 가인이의 심적인 고통은 아무 곳에서나 갑자기 잠들어 버리는 ‘기면증’이라는 병으로 나타난다.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한다고 느낄 수 있었던, 엄마 뱃속에 머물던 시기로 회귀하고자 하는 욕망이 그런 병을 유발한 것일 게다. 

 친정어머니가 병원에서 암투병을 하시다 돌아가신 터라 <저녁별> 이야기도 가슴에 와 닿았다. 오빠가 계속 병상을 지켰는데 나도 아이들 방학동안 만이라도 가서 간병을 하자니 아이들이 병원에 있는 것을 힘들어하였다. 그래서 오히려 환자인 친정어머니가 아이들 걱정을 하시며 당신은 괜찮으시다고, 아이들 데리고 집에 가 있으라고 하시곤 하셨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아프면 다른 가족들도 나름대로 희생을 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지만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것은 병으로 고통 받는 당사자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어쩌다 넘어져도 얼른 달려가서 일으켜 세워주지 않는다. 아이가 아파하고 힘들어해도 스스로의 힘으로 털고 일어나길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기르는 과정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쓰러운 마음을 누르고 아이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말을 외친다. "얼른 털고 일어나~. 혼자 힘으로 일어나야지. 자, 넌 할 수 있어!" 이렇게 말이다... 

- 20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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