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채 - 범우비평판 세계문학선 47-1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47
A.J.크로닌 지음, 공문혜 옮김 / 범우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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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제 겨우 의사면허증을 딴 한 젊은 의사가 탄광촌에 '대진'으로 취직하여 겪게되는 이야기를 작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펼쳐 놓은 책이다. 글 중간 중간에 병명이나 치료법, 우리와는 다른 의료체계등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이 책을 읽어나가는데 큰 걸림돌이 되지는 못했다.

주인공인 앤드루는 자신을 고용한 의사가 환자인 것을 보고는 자신의 앞날이 평탄지 못함을 직감한다. 거기다가 첫환자의 진료에서 정확한 진단도 내리지 못하고 다른 대진 의사인 데니로부터 병명을 들어서야 알게 된다. 그는 학교에서 배운 교육이 실제 현장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것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 마을의 장티푸스 치료에 전념한다. 데니와 함께 병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불결한 하수구를 폭파한 사건은 내게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폐해나 모순점들은 지금 이 시대에도 통용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질 때를 기다리는 듯한 늑장 행정처리, 자신의 앞가림하기에 급급한 관리들, 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허위진단서 발급요구 등등의 부정에 대항하는 주인공의 승리를 맞이할 때 나 역시 기뻤다. 특히 집 앞의 낡은 다리의 보수를 여러차례 요구하였으나 계속 미루어진 결과, 결국 그의 아내가 유산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그 일은 이 부부에게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불행을 가져다 주고야 만 것이다. 더구나 탄광인부들의 폐질환에 관한 연구를 위해 모르모트(실험용 쥐)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탄핵되면서 환멸을 느낀 주인공은 결국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고 런던으로 향한다.

런던에서의 생활은 앤드루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 주었을 망정, 아내의 신뢰와 사랑을 잃었으며, 자신의 열정과 신념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리고 만다. 그토록 경멸하던, 오직 돈만을 추구하는 탐욕적인 생활을 하던 앤드루 맨슨 박사는 한 환자의 죽음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깨닿지만 탐욕에 대한 죄는 아내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만다.

성채-영국 의사사회의 편협하고 독선적인 체계를 깨뜨리기 위해도전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큰 감명을 주었다. 그리고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하는 의사라는 직업을 오직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프레디 햄손 같은 의사는 없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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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5-03-2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이 책도! 크로닌 작품도 찾아가며 읽은 적이 있었어요. 언제나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에 들어가 있던 '성채' 때문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무쟈게 감동했더랬어요. 다른 책들은 의외로 기찻간 소설같아서 실망하기로 했는데, 이 책은 진짜 재밌었어요.
일욜 아침, 아영엄마님 서재에서 추억의 책들 많이 찾게되네요. :)

아영엄마 2005-03-20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무쟈게~ 감동 받았어요. ^^(마을 문고에 책 빌려보던 때에 눈에 띄어서 보게 됬는데 알고보니 유명한 책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