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제 색깔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4
레오 리오니 지음,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카멜레온은 고유의 색이나 무늬가 있는 다른 동물과 달리 환경에 따라 몸의 색이 변하는 특성이 있는 동물이다. 그런 신기한 면이 있어 특히 더 아이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하지 않나 싶다. 이 그림책에서는 이런 특성을 지닌 카멜레온이 자기만의 색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레오 리오니는 철학적인 내용으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가로, 이 작품에서는 개개인의 본성이라 할 수 있는 '정체성'(혹은 개성)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하고 있다.  

 초록색 앵무새와 빨강색 금붕어, 분홍색 돼지, 모두들 저마다의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카멜레온은 가는 데마다 몸의 색깔이 변한다. 호랑이처럼 줄무늬가 생긴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살짝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가능하다면 정말 카멜레온이 그렇게 두 가지 색으로 몸 색깔이 변할 수 있는지 실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기만의 색깔이나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뭇잎 위에 자리를 잡았지만 계절이 바뀌면서 나뭇잎에 단풍이 들자 덩달아 카멜레온의 몸 색깔도 변한다.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로 풀이되는 '정체성'은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삶이 올바르고,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등 삶의 목표나 기준, 주관이나 가치관 등을 세우는 것의 바탕이 되는 것이 정체성이다. 삶의 목표를 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이겠지만, 아이가 특별히 잘 하거나 아이만의 특성이나 개성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듯. 요즘 들어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나만의 색깔을 가지지 못한 것 같아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런 것을 보면 이 나이 먹도록 아직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것 같다.

 봄이 되어 다른 카멜레온을 만나 자기만의 색깔을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슬픔을 드러내자 지혜로운 카멜레온은 함께 있으면 둘은 언제나 같은 색깔일 것이라고 말한다. 둘은 늘 함께 하며 같은 색, 같은 무늬를 띤 카멜레온으로 살아간다. 레오 리오니는 슬기로운 카멜레온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이나 정체성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각 동물들을 표현한 다양한 색감과 몸의 색이 변하는 카멜레온의 모습과 표정에 집중한 단순한 그림이 깔끔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책의 크기가 아담하여 가방에 넣어 다니기에도 별 부담이 없다.  

- 분도출판사에서 출간된 <제각기 자기 색깔>에도 이 이야기를 포함하여 레오 리오니의 작품 4편이 실려 있음. 나는 아직 직접 보지 못했는데 두 가지 책을 다 본 분의 평에 의하면 그림 구도, 글씨체, 인쇄 상태 등이 많은 차이를 보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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