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톨로뮤와 조그만 벌레 국민서관 그림동화 76
닐 레이튼 지음, 고정아 옮김 / 국민서관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조그만 벌레(각다귀)와 동행하여 도시를 다녀오면서 세상을 즐길 줄 아는 마음을 가지게 된 곰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이 둘을 통해 미지의 세상에 대해 궁금해 하는 마음, 친구를 위해 애쓰는 모습,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모습 등을 엿볼 수 있다. 사생(스케치)한 듯한 자유로운 선 놀림의 화풍에 작은 벌레의 대사를 말풍선으로 처리하여 만화적인 느낌도 풍긴다.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글씨체로, 선이 굵직하고 글씨 모양이 참하고 예뻐서 읽기에도 편하다.  

 산꼭대기 동굴에 사는 곰 바톨로뮤는 이따금 저녁 무렵에 절벽 위로 올라가 도시의 불빛들을 보며 궁금해 한다. '저 불빛들은 무얼까, 저기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일 아니 며칠 뒤에라도 한번 가 볼까....' 하고. TV나 책을 통해서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 관한 내용을 접할 때면 언제고 그 곳에 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실물을 직접 봤으면 하는 마음이 일곤 한다. 아직은 그런 마음뿐이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만 하다 끝내 가보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날 조그만 벌레 한 마리가 와서 바톨로뮤에게 부딪히며 할딱거리는 목소리로 불빛을 찾는다. 살날이 딱 하루밖에 없는 벌레에게는 자신의 마지막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단 하루 뿐. 그렇기에 절박할 수밖에 없는 게다. 바톨로뮤는 혼자서는 바람도 이겨내지 못하는 조그만 벌레를 도와 절벽을 내려가고, 강을 건너고, 낭떠러지도 뛰어 넘는다. 폭포 아래로 몸을 던지기도 하고, 먼 길을 가기 위해 트럭을 몰래 얻어 타고 마침내 도시도 도착한 바톨로뮤와 벌레는 그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짝을 찾은 벌레는 지지직- 소리와 함께 사라져버리고, 도시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숲으로 돌아온 바톨로뮤는 삶을 즐길 줄 아는 곰이 되어 있다.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은 삶에 큰 활력소도 되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 시간들을 떠올릴 때면 잠시 미소 지을 수 있는 좋은 기억으로 남기에 더욱 특별하지 않을까 싶다. 먼 훗날 나에게 이 세상에서의 단 하루만의 시간이 남았을 때 나를 위해 그 시간을 함께 즐겁게 보내 줄 누군가가 한 명쯤은 있었으면 하는, 작지만 큰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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