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시끄럽다 책읽는 가족 56
정은숙 지음, 남은미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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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에도 일어날 법한 일들, 근처에 살고 있을 법한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연작 동화집으로 6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연작 동화는 참 재미있다. 밤티 마을 시리즈처럼 한 집에서 생긴 일을 이어서 들려주는 방식도 재미있지만 한 동네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을 구슬 꿰듯 이야기를 엮어서 들어주는 형식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이 살아가는 것 같아도 한 꺼풀 덜어내고 들여다보면 집집마다, 동네마다 제각기 이런 저런 속사정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종종 이 집 살아가는 이야기도 궁금하고, 저 동네는 어찌 사나 호기심이 일곤 한다. 그래서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다른 사람들이 들려주는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읽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마치 동네 아줌마가 우리 집에 마실 왔다가 바닥에 눌러 앉아 "이 집은 어떻고, 저 집에는 무슨 일이 생겼고...", 하며 이웃들의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풀어 놓고 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는 작품 속에 재건축 문제로 인해 이웃들이 갈등하고 반목하는 모습을 아이의 시선으로 그리기도 하고, 어른들이 제 아이는 학급 반장으로, 자신은 통장이 되기 위한 물밑작업을 펼치며 경쟁하는 모습을 담기도 했다. 아이들 눈에는 점잖은 척하면서 언성을 높이며 다투는 어른들의 모습이 시시해 보인다. 반장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 아이를 반장 만들기 속성반-정말 이런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에 보내고, 아이 생일도 아닌데 생일 파티를 여는 어른들의 행위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은 살짝 미소를 짓게 만든다. 

 두 번째 이야기인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는 백조 연립이 드라마 촬영지로 정해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이다. 나도 그렇지만 일반 사람들이야 TV에 자기 모습이 -아주 잠깐일지라도- 나오는 것 자체가 흥분되고 자랑하고 싶은 일 아니겠는가.(그렇게 치면 나도 주변 몇몇 사람들에게 스타~가 되었던 적이 있다. ^^*) 자신이나 아이가 단역에라도 뽑힐까 싶어 온 동네가 술렁이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린 이 작품에서 작가는 수정이의 입을 빌어 "새엄마가 무조건 나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주인공이 친구들이 가 봤다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그린 이야기에서는 유행하는 장난감이나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 MP3 등의 기기를 갖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바흐베이커리와 황금붕어빵집]은 내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아이들의 우정에도 금이 가고 마는, 가슴 한 켠이 싸해지는 이야기다. 은재네 부모님을 미워할 수만은 없는 것이 그런 입장에 처했을 때 나라면 결코 그러지 않으리라는 단언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탁소에 옷을 맡기기 전에 호주머니를 살피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도 한 이 책을 보면서 다른 집 사는 모양새를 엿본 것처럼 재미나기도 하고, 내 자식부터 챙기는 엄마들 속에 나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여 가슴이 뜨끔해지기도 했다. 큰 아파트와 재개발을 기다리는 노후한 주택들, 낡은 가게들과 대형 마트, 그리고 노점상이 공존하는 시끌벅적한 우리 동네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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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03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못 받아서... 우리동네 스타탄생만 읽었네요.
'내 자식부터 챙기는 엄마들 속에 나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여 가슴이 뜨끔해지기도 했다'에 저도 뜨끔하네요 ^^

소나무집 2007-12-03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대학 후배랍니다.
그래서 더 반갑고 이야기 속에서 그 후배의 심성과 분위기가 많이 느껴집니다.
동화 작가로 대성하길...

bookJourney 2007-12-03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이 책은 아이와 둘이서 같이 읽어봐야겠네요.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 같아요.

아영엄마 2007-12-06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엄마가 되면 안 그래야지 해봐도 엄마가 되면 그런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지요? ^^*
소나무집님, 작가가 님의 후배되신다니 더 반가운 책일 것 같아요.
용이랑슬이랑님,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만한 동화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