헴록 산의 곰 동화는 내 친구 49
앨리스 댈글리쉬 지음, 황윤영 옮김, 헬렌 슈얼 그림 / 논장 / 200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기록 관리사인 헨리 슈메이커 경이 들려준 이야기에 저자가 살을 붙인 동화로, 1953년 뉴베리 아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의성어, 의태어가 포함된 간결한 문장이 이야기의 느낌을 생생하게 살려주고, 심부름을 위해 혼자 산길을 가게 된 아이의 외로움과 두려움이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여느 아이들처럼 동물을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주인공의 모습이 친숙함을 자아내며, 엄마와 소년이 각자 중얼거리는 혼잣말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도 옛 이야기의 특색을 느끼게 해준다.

 조너선 엄마의 요리 솜씨가 뛰어난지라 친척들은 저녁을 먹으러 종종 조너선의 집에 모이곤 한다. 그런데 사촌 동생의 세례일을 맞아 스무 명이나 되는 친척들이 조너선의 집에서 저녁을 먹으러 몰려 오게 된다. 그 많은 인원이 먹을 스튜를 요리할 솥이 필요해지자 엄마는 조너선에게 헴록 산-이름만 산이지 사실 별로 높지 않은 언덕- 너머에 사는 숙모 댁에 가서 솥을 빌려 오라는 심부름을 시키는데...

 엄마는 지어낸 이야기라며 곰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하지만 조너선이 떠나고 나자 걱정이 된다. 이 세상에서 곰이 가장 보고 싶다는 조너선은 산 길을 가면서 "헴록 산엔 곰은 없어."라고 혼잣말을 하며 외로움을 달래고 용기를 낸다. 이 이야기는 다른 설정도 많긴 하지만 엄마의 심부름으로 숲 속에 사시는 할머니 댁에 음식을 갖다 드리러 간 '빨간 모자'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신데렐라와 콩쥐 팥쥐처럼 지역이나 시대가 달라고 비슷한 내용의 전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것처럼 이런 류의 이야기도 비슷한 유형이 있는 모양이다.

 조너선은 늦지 말라는 엄마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숙모네 집에서 그만 잠이 들고 만다. 그 바람에 뒤늦게 출발한 조너선은 산 속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동물들과 마주치는데 커다란 솥을 이용해 위기를 모면한다. 결말 부분에 이르러 총소리가 들리는 설정은 소년이 여러 동물들의 먹이를 챙겨 주는 모습과 비교해 볼 때 동화적인 이야기에서 현실적인 세상으로 돌아온 느낌을 주었다. 곰을 위협적이고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되던 시대적인 배경을 감안해서 받아들여야 할 듯...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들이 세월 속에 묻혀 사라져 버리지 않고 오래도록 전해져 온 것은 이야기 자체의 생명력도 있겠지만 이를 모아 글로 남기는 노력이 뒤따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수집하고 기록해 놓은 이야기가 이처럼 책으로 나와 세상에 다시 자취를 남기고 명맥을 이어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70여쪽 정도의 분량으로 대상연령은 저학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