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비의 고양이 1 - 나는 말하는 고양이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조안 스파르 지음, 심지원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어떤 상황이든 자기 식으로 해석해 버리고 종종 거짓말도 하는 천연덕스러운 고양이를 통해 유대문화(세파르디)와 유대교와 관련된 풍습, 교리, 가치관, 종교의 본질 등을 접할 수 있는 조안 스파르작품. 아이들이 재미있게 보곤 하는 <꼬마 뱀파이어 학교에 가다>, <꼬마 뱀파이어 쿵후도장에 가다>라는 어린이 만화 그림책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였는데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이 만화 또한 색다른 느낌으로 보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무즈룸은 하는 행동도, 말하는 것도 맹랑하기 그지 없는 고양이로, 주인 아저씨의 표현을 빌자면 "하지 말아야 할 때는 거짓말을 하고 진실이 고통을 줄 때만 진실을 말"하는 고약한 성격을 지닌 녀석이다. 주인 아저씨가 열심히 설명을 할 때 딴 짓거리를 하기도 하고 능청을 떨기도 하는 이 고양이는 때로는 삐딱한 시선으로, 때로는 연민을 담은 눈길로 인간을 바라보며 독설을 내뱉으며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과 종교의 본질은 무엇이며 어떻게 규정지어야 할지, 과연 종교에 전해지는 원칙과 교리가 모든 것에 우선하고,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다.

 
랍비의 집에 살고 있던 고양이 무즈룸~. 이 고양이는 기적과 불행을 동시에 가져 온 녀석으로, 어느 날 쉬지 않고 떠들어 대는 앵무새를 잡아 확~ 잡아 먹고는 그 때부터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알라 알 무씨 바!!! 랍비 아저씨는 거짓말만 해대는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는 딸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여 토라, 탈무드 등을 공부시키기로 한다. 주인인 자신이 유대인이니 고양이 또한 유대 고양이라는 주인의 말에 반론을 펼쳐 놓는 무즈룸~. 그럼에도 바르 미츠바(종교적 성년을 기념하는 의례 또는 의식)를 치르고 싶어 하는데...

  주인인 랍비와 고양이 무즈룸은 랍비 아저씨의 랍비 선생님을 방문하여 '인간과 고양이의 차이'가 무엇인지 설전을 벌이기도 하는데 고양이는 말로서 여지없이 두 사람을 농락하고 시험하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즈룸은 유대교로 개종하고 싶다고 한다. 그 이유인즉슨 늘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어 주고 품에 안아주는 '주인 아저씨의 딸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 말을 할 줄 아니 인간을 닮은 것이라 주장하는 이 고양이는 기독교인들이나 탈무드 학자들을 빗대어 비꼬기도 하고, 주인 아저씨가 천지창조에 관해 가르쳐 주자 과학적인 사실을 들먹이기도 하며 의문을 표한다. 주인 아저씨도 교리에 관해 나름대로의 설명을 곁들이기도 하고, 서양적 로고스를 비판하며 유대주의와 비교하기도 한다. 

 저자는 무즈룸을 통해 종교 원칙의 비합리적인 면을 비꼬기도 한다. 랍비 아저씨가 공식 랍비로 인정받고자 프랑스 유대인 종무국으로부터 프랑스어로 받아쓰기 시험을 보게 되자 '정신 나간 사람들의 법'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양이가 길에서 만난 아랍인 가수의 당나귀와 '스파르'-저자의 이름의 일부분이기도 한-의 뜻과 한 조상에 관해 수피니, 랍비니 하며 설전을 벌이는 부분은 두 종파간의 오랜 반목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나는 믿는 종교가 없어서인지 종교 쪽으로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따로 공부해 본 적도 없고 아는 것도 거의 없다. 익살과 재치를 가미한 이 책 덕분에 유대교의 사상이나 사고 방식 등을 가볍게나마 접할 수 있었다. 무즈룸은 함부로 말하지 말았어야 할 이름을 말한 탓에 갑자기 말을 할 수 없게 되는데 다음 편에서는 과연 어떤 일들이 고양이에게 일어날지 궁금해 지지 않을 수 없다.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 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게 된 무즈룸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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